차마 눈 되지 못하여 비로 내린다. 스며들기에는 눈보다 비가 제격이라는듯 한겨울 내리는 비치고는 속삭이듯 살포시 내린다. 찬 기운에 허망하게 당한 언 가슴을 두드리고는 이내 아니한듯 딴청을 부리는 비다.


겨울비 1

먼 바람을 타고 너는 내린다 
너 지나온 이 나라 서러운 산천 
눈 되지 못하고 눈 되지 않고 
차마 그 그리움 어쩌지 못하고 
감추지 못하고 뚝뚝 
내 눈앞에 다가와 떨구는 맑은 눈물 
겨울비, 우는 사람아


*박남준의 시 '겨울비1'이다. "눈 되지 못하고 눈 되지 않고" "내 눈앞에 다가와 떨구는 맑은 눈물"이라고 한다. 시인의 눈앞에 내린 겨울비가 지금 내 눈앞에 내리는 그 비와 다르지 않았나 보다.


포근한 그 온기를 이기지 못했으리라. 하늘의 맑은 눈물로 마른 땅이 물기를 품는 것이나 스스로의 체온으로 시린가슴을 덥히는 것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겨울을 건너는 차선의 방법이다.


"눈 되지 못하고 눈 되지 않고" 
까실한 가을볕을 품었던 그 온기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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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꽝나무'
초록잎을 간직하고 메마른 추운 겨울 푸르름을 선사한다. 햇살 받아 싱그러움을 전하기에 볕 좋은 겨울 나무 둘레를 서성거리며 눈맞춤 한다. 이제는 폐교가 된 시골 초등학교 화단에서 여전히 푸르게 자라고 있다. 내가 졸업한 학교라 간혹 찾아가 어루만져보는 나무들 중 하나다.


꽃은 보지도 못했지만 콩알만한 열매로 나무를 만난다. 유독 까만색이라 더 주목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잘하지만 도톰한 잎사귀가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없이 달리고 잘라도 잘라도 새 가지를 계속해서 뻗는다.


꽝꽝나무라는 이름은 잎에 살이 많아 불길 속에 던져 넣으면 잎 속의 공기가 갑자기 팽창하여 터지면서 '꽝꽝' 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크지도 않고 꽃도 주목받지 못하지만 묵묵히 자라 품을 넓혀가는 나무에서 '참고 견디어낼 줄 아는'이라는 꽃말을 얻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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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맑고 깨끗하다. 겨울 풍경의 백미 중 하나다. 가을 이후 비도 눈도 귀한 시절을 건넌다. 눈은 입김에도 녹아버릴만큼 조금 내린 들판에 서서 산을 넘는 해를 가슴 가득 품는다. 긴 밤을 건너온 달이 해를 맞이하며 하루를 연다.


명징한 하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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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동백'
희고 고운 꽃잎과 샛노란 수술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마음껏 치장한 모습이다. 코보다 눈이 먼저라서 은은한 향기는 오히려 뒷전이다. 꽃 모양을 먼저 보고 천천히 향기에 취한다.


늦가을 피는 꽃은 흰색으로 잎겨드랑이와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원예품종에는 붉은색 또는 붉은 무늬가 있거나 겹꽃이 있다. 산다화라고도 부르는 애기동백은 동백나무와 비슷하지만 어린 가지와 잎의 뒷면 맥 씨방에 털이 있는 것이 다르다. 일본의 중부 지방 이남에서 자라며,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올해는 한달이나 늦게 만났다. 아비를 가슴에 묻던 날 눈발 날리던 뒷등 교회 앞마당에서 만났다. 구골나무와 더불어 추운겨울 별따라 가신 아비를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겸손', '이상적 사랑'이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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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예의다. 잘 뭉쳐지지 않은 눈을 만지는 손이 유난히 시리다. 감각이 둔해질 무렵에서야 겨우 만든 꼬마 눈사람에 광대나물 잎으로 모자를 씌웠다. 올 겨울을 함께할 마음 속 내 그리움이다.


눈이 왔으니 의식을 치룬다. 

비로소 첫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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