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눈 되지 못하여 비로 내린다. 스며들기에는 눈보다 비가 제격이라는듯 한겨울 내리는 비치고는 속삭이듯 살포시 내린다. 찬 기운에 허망하게 당한 언 가슴을 두드리고는 이내 아니한듯 딴청을 부리는 비다.
겨울비 1
먼 바람을 타고 너는 내린다
너 지나온 이 나라 서러운 산천
눈 되지 못하고 눈 되지 않고
차마 그 그리움 어쩌지 못하고
감추지 못하고 뚝뚝
내 눈앞에 다가와 떨구는 맑은 눈물
겨울비, 우는 사람아
*박남준의 시 '겨울비1'이다. "눈 되지 못하고 눈 되지 않고" "내 눈앞에 다가와 떨구는 맑은 눈물"이라고 한다. 시인의 눈앞에 내린 겨울비가 지금 내 눈앞에 내리는 그 비와 다르지 않았나 보다.
포근한 그 온기를 이기지 못했으리라. 하늘의 맑은 눈물로 마른 땅이 물기를 품는 것이나 스스로의 체온으로 시린가슴을 덥히는 것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겨울을 건너는 차선의 방법이다.
"눈 되지 못하고 눈 되지 않고"
까실한 가을볕을 품었던 그 온기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