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꿈 속을 걸었다.
창문도 없는 방에 갇힌 듯한 답답함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 걷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산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제자리 걸음뿐이다. 그러다 문득 급하게 서둘러 저물녘 그 강을 찾았다.

강을 가로지르는 낮은 다리 한복판에 섰다. 머리에 스치는대로 정희성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읊조린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봄날같은 겨울 하루를 건너다 불쑥 이곳에 서 있다는 것에 주목할 뿐이다. 어둠이 내리고 그 어둠 속으로도 미처 감추지 못한 붉은 속내와 마주한다. 얼굴을 스치는 강바람에 스스로를 다독거릴 수 있음에 안도한다.

저물녘, 허리를 적시며 강으로 강으로 걷는 꿈을 꾸며 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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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덩굴'
잘 익었다. 추억 속 그 열매다. 새 잎이 나는 늦은 봄부터 붉은 열매가 익은 늦가을까지 여러가지 놀잇감을 제공해주었다. 열매는 초록에서 붉게 익어가는 동안 쏠쏠한 간식거리였으며 잎은 한여름 더위 속에서도 뛰어 놀았던 아이들의 멋진 모자가 되기도 했다.


초여름 피는 황록색의 꽃보다 붉은 열매에 주목한다. 붉은 색의 동그란 열매가 다닥다닥 열렸다. 다 익으면 속이 헐렁해지며 별다른 맛도 없어 실속이 없지만 보기만으로 이쁘기만 하다.


청미래덩굴의 잎으로 떡을 싸서 찌면 서로 달라붙지 않고, 오랫동안 쉬지 않으며, 잎의 향기가 배어 독특한 맛이 난다고 한다. 망개떡은 청미래덩굴의 잎으로 싼 떡을 말한다.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 전라도에서는 맹감나무, 혹은 명감나무라 불리는 청미래덩굴은 어린시절 놀던 그 추억처럼 '장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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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2-1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사진을 보다가... 어? 이게 망개나문데? 하다가 글을 읽으니... 그렇군요...^^
 

'미완의 제국 가야'
-서동인, 주류성 

한국 고대사에서 '가야'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까지의 한반도 남부지역에 있었던 '가야'를 재조명해 본다.

'가야'라고 하면 막상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리 많지 않다. 고령의 무덤군이나 유적지 발굴에서 나온 몇몇 토기와 마구 등이 전부다. 잊혀진 철의 제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 가야의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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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모든 것이 다 꽃이다.
뭉개구름 흘러가는 하늘에 겨울 볕이 참 좋다. 간간이 부는 바람이 북쪽은 언땅에 찬바람 속이라고 전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눈 감은 얼굴에 닿는 볕으로 인해 알듯모를듯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거칠게 몸을 떠나는 소나무 껍질에 붉은 꽃이 피었다. 살붙여 살아온 시간과의 이별이 서운하여 꽃으로 피었으리라. 가을 날 형형색색의 요란한 단풍의 이별의식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이 오히려 고급스럽다. 떠나는 껍질의 아쉬움과 넉넉한 오후 햇살을 탐하는 내 마음이 꽃 피운 공범이니 때론 욕심도 부려볼만 하다.


꽃 보기가 어려운 때인지라 보이는 모든 것이 다 꽃이다. 이렇듯 적당한 꽃몸살 앓는 것도 긴 겨울을 건너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가까운 이 누구에게라도 권할 수 없으니 저 혼자 속으로만 붉어질 수밖에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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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요등'
낮은 담장에 올라앉아 한 철은 꽃으로 다른 한 철은 열매로 아침을 함께 한다. 집으로 들고나는 골목 입구 오래된 감나무를 의지하여 사계절 때를 알고 피고진다. 바라봐 주는 눈빛에 따라 다양한 표정으로 마주보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고마운 날이다.


그 붉디붉은 속내를 실포시 드러내던 꽃처럼 이른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열매의 모습이 붉은빛으로 서로 닮았다. 자잘한 크기의 콩 닮은 둥근 열매는 황갈색으로 익어 오랫동안 달려있다.


꽃의 색감으로 만나는 계요등이라는 이름은 늘 민망하기만 하다.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 보면 약간 구린 냄새가 난다고하여 계요등鷄尿藤이란다.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이라 다소 과장된 말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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