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감주나무'
자주 다니는 길목 어디에 무슨 나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흔하지 않지만 바라봐주는 이들이 별로없어도 때를 놓치지 않고 새 싹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다. 그 틈틈이 눈맞춤하는 나무가 이 모감주나무다.


마른 하늘에 세모꼴 주머니를 달고서 나풀거린다. 단단하고 까만 씨앗을 담고 있는 껍질이 더 말라야 씨를 보낼 수 있어서 바짝 말라가면서도 의연하다. 초여름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꽃도 일부러 찾아보지만 늦가을부터 한겨울나는 이 열매도 보기에 좋다.


그 작고 단단한 까만 열매로 스님들이 손에서 놓치 않은 염주를 만든다고 한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큰스님들이나 지닐 수 있을 만큼 귀하다고 하는데 그 작은열매에 구멍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 무환자나무 열매와 혼동한 것은 아닐까.


나무의 꽃 피는 때와 열매 맺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기억한다.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라는 꽃말이 있다. 어떤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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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뜻을 새기듯
무진無盡, 마음에 드는 전각 하나를 얻었다. 새겨서 써야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돌에 뜻을 새기듯 정성을 들인 이의 마음과 이를 받아든 마음이 하나로 만나는 일에 의미를 둔다.


무진無盡, 아호雅號로 즐겨 사용한다. 지금은 소용되는 일이 거의 없는 때라지만 혼자서 즐기는 마음이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만나는 옛사람과 다르지 않다.


깊이 새겨야 하는 마음에 그 뜻이 닿아 새롭게 다짐할 기회를 얻은 것이 소중하다. 돌에 뜻을 새기듯 마음을 둘 곳에 붉은 각인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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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2-2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 부럽습니다.^^
 

'고마워 영화'
-배혜경, 세종출판사

일부러 영화관을 찾아 혼자 보기를 즐긴 때도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어둠에서 벗어나는 순간 금방 끝났던 영화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면서도 즐겨 찾았다. 지금은 다소 멀리 있는듯 거리를 두고 있다. 시골 읍내 작은영화관을 매개로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이 책은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 51'이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자신이 본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영화가 어떤 이야기로 풀어질지 모른다. 영화 역시 사람사는 일상의 반영이기에 영화의 이야기도 관심이 있지만 우선은 그 영화를 읽어 낸 배혜경이라는 사람을 주목한다. 이 책을 손에 든 주된 이유다.

다른 이가 읽어주는 영화 속으로 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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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7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독한 차가움이다. 된서리로 꽃이 피고 수돗물이 얼었다. 유리창에 닿는 햇살의 온기도 더디게만 열을 내고 들판에 서서 하루를 맞이하는 이의 아침도 덩달아 늦었다. 맵고 시큰한 기운이 가슴 깊이 파고드는 이 아침이 좋다.


차가움 속엔 온기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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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7-12-27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가움을 향한 가슴이 뜨겁기 때문이다

무진無盡 2017-12-27 20:15   좋아요 0 | URL
겨울의 독특한 맛이기도 합니다.
 

'배롱나무'
붉고 희고 때론 분홍의 색으로 피고 지고 다시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100일을 간다고 하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향기를 더하더니 맺은 씨마져 다 보내고 흔적만 남았다. 네 속에 쌓았던 그 많은 시간을 날려보내고도 의연한 모습이 오히려 더 쓸쓸하게만 보인다.


꽃도 열매도 제 멋을 가졌지만 나무 수피가 벗겨지며 보여주는 속내가 그럴듯 하다. 노각나무, 모과나무와 함께 만나면 꼭 쓰다듬고 나무가 전하는 기운을 손을 통해 가슴에 담는다.


꽃은 홍자색으로 피며 늦가을까지 꽃이 달려있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10월에 익는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배롱나무라 한다. 수피는 옅은 갈색으로 매끄러우며 얇게 벗겨지면서 흰색의 무늬가 생긴다.


자미화, 목백일홍, 만당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피고지기를 반복해 꽃과 향기를 전해주기에 그 맛과 멋을 오랫동안 누리고 싶은 마음에 '부귀'로 꽃말을 붙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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