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좋은 시간이다. 겨울날 오후를 건너는 시간이 봄날 기운과도 닮아 있다. 바람도 잔잔하고 구름도 산을 넘어가 버렸으니 파아란 하늘의 볕이 온전히 내려 앉았다.


벗겨지는 소나무 껍질 사이에 겨울볕이 머문다. 붉은 빛으로 온기를 전하는 소나무의 겨울날의 오후가 따스하다. 눈맞춤의 순간은 지극히 짧지만 가슴에 들어온 온기는 춥고 긴 겨울을 건너는 힘이다.


온기는 어디에도 어느 순간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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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1-02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전원의 여유가 느껴지는 무진님의 글을 새해에도 기대해 봅니다^^

무진無盡 2018-01-03 18: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행복한 일상이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21세기컴맹 2018-01-03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 복 여기 전부 놓고 싶습니다 👍

무진無盡 2018-01-03 18:20   좋아요 0 | URL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나날이 복된 날 이어가세요~^^
 

'동백'
간절함이 극에 달한 순간 뚝! 모가지를 떨구고도 못다한 마음이 땅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푸르디 푸른 잎 사이로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지만 붉은 속내를 숨기지도 않는다.


'북망산천 꽃'

뾰족한 칼날 같은 글만 써보니
어여쁜 꽃 같은 글 안 뽑아지네.


겨울 바람 차기만 하고
봄 소식 꽁꽁 숨어버리고
동백꽃 모가지채 떨어지누나


숭숭 구멍 뚫린 것처럼
저기 저 높은 산마루 휑하니
저기다 마음꽃 심어나 볼까?


마음산에 마음밭 일구고
마음꽃 듬뿍 심어 노면 
언젠가 화려히 내 피었다 하겠지.
마음 따뜻해지지 하겠지.


나라는 삭풍처럼 검으스레하고
대다수 국민들 겨울 나라에 살며
휑한 마음으로 마음에만 꽃 피워야 하네.


*김대영의 시다. 어찌 동백만 꽃이기야 하겠는냐마는 동백을 빼놓고 꽃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여 꽁꽁 언 손 호호불며 그 서늘하기 그지없는 동백나무 품으로 파고 든다.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춥디추운 겨울날 안으로만 움츠려드는 몸따라 마음도 얼어붙을 것을 염려해 동백은 붉게 피는 것이 아닐까.


서늘한 동백나무의 그늘을 서성이는 것은 그 누가 알든 모르든 동백의 그 붉음에 기대어 함께 붉어지고 싶은 까닭이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꽃말을 가졌다.


한해를 동백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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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8-01-02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동백 입니다. 집 화분에 종류별로 좀 있습니다. 얼마전엔 꽃이 많이 피었죠. 홑동백을 가장 좋아하는데... 사진이 정겹습니다... 2018년에도 건필하시길...^^

무진無盡 2018-01-03 18:22   좋아요 0 | URL
야생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늘 겨울이면 동백이 피는 날 동백 숲에 들 꿈을 가지고 있답니다.
 

겨울은 온기의 시간이다
눈 올까. 겨울날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기대하는 것은 눈이다. 윗 지방은 눈이 제법 많이 왔는지 눈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곳은 이래저래 귀한 눈이다.


옷깃을 열만한 따스한 볕도 없고 찬바람 쌩하게 부는 매서운 겨울날씨도 아니라서 맹한 기운이 도는 오후를 건너고 있다. 그 틈에 눈에 들어온 참취의 꽃지고 열매 맺어 씨앗을 품었던 씨방이 꽃처럼 이쁘다. 가득 했을 씨앗은 대부분 날아가고 딱 두개만 남았다. 그나마 한개는 새로운 생명을 꿈꾸며 먼 여행을 떠나는 참이다.


겨울은 이처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꿈을 향한 온기로 가득한 시간을 건너고 있다. 그대의 웅크린 가슴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겨울은 온기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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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나무'
꽃으로도 그 꽃이 지고난 후 열매로도 기억되는 나무다. 국립광주박물관 입구, 무등산 가는 길, 병풍산 초입 등 가로수로 가꿔진 나무의 무리이거나 내가 사는 곳 인근 길가나 마을 앞에 홀로선 나무이거나 거르지 않고 꽃 필 때와 열매 맺은 이후 꼭 찾게되는 나무다.


키큰나무에 녹황색 꽃이 피면 나무의 높이만큼 조바심이 인다. 작은키의 사람이 그 꽃과 눈맞춤하려면 운좋게 처진가지 끝에 달린 꽃을 만나거나 나무를 타고 올라야 한다. 이런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행하게 만드는 나무다. 꽃과 열매뿐 아니라 봄부터 여름까지 초록의 잎도 가을이면 노란 단풍도 잎의 모양도 모두가 좋다.


'튤립 꽃이 달린다'라는 뜻에서 튤립나무라고 부른다. 우리말 이름은 백합나무다. 옛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가공하기 쉽고 물에도 잘 뜨는 이 나무를 통나무배를 만들었다고 해서 '카누 우드Canoe Wood'라고도 한다.


등치도 키도 큰 나무가 품도 넉넉하다. 사계절 그 품으로 뭇생명들을 불러들이지만 언제나 생색내지 않는다. '조용'이라는 꽃말은 그 마음을 기억하고자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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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여전히 인색하여 왔다는 시늉만 내고는 밤을 건너 제 왔던 곳으로 가버렸다. 남긴 흔적으로 겨우 금방 사라질 발자국을 남긴다. 앞집 할머니는 일찍 마실길을 나섰다.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직선은 아니다. 앞 바퀴의 중심선을 따라가는 뒷바퀴가 서로를 의지한다.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같은 한 방향으로만 간다. 곡선이 갖는 이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이 멀리갈 수 있는 이유며 그 곁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힘이다.


차마 쓸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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