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나 싶다. 온통 회색으로 점점 짙어지는 하늘이다. 갇힌듯 답답함이 짓누르는 오후를 멈춘 바람보다 더 더디게 건너고 있다.


한 나무에 위 아래로 까치가 앉았다. 그 아래 묵은 집이 있으니 까치 사이가 짐작은 되지만 한 나무에 함께 앉은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의아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마주보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혹 서로 내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짐작만 할 뿐이다.


까치에 주목하고 있는 사이 하늘 문이 열렸나 보다. 는개비가 소리도 없이 내린다. 비를 피할 마음도 없이 까치가 앉아 있는 키다리나무를 본다. 기다리는 눈이 아니지만 서운한 마음이 하나도 없다.


멈춰버린 오후를 염려하는 하늘 마음이 비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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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무'
시골집이 생기면서 함께 들어온 나무다. 회화나무가 가로수로 있는 곳에서 보도블럭 사이에 난 어린 묘목을 가져와 심었다. 그 나무가 자라 제법 키와 등치를 키워간다. 지금처럼 잘 자라서 훗날 이 집의 역사를 이야기해 줄 것이라 여긴다.


'학자수學者樹'라는 별칭이 있다. 나무의 가지 뻗은 모양이 멋대로 자라 '학자의 기개를 상징한다'라는 풀이가 있다. 옛 선비들이 이사를 가면 마을 입구에 먼저 회화나무를 심어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선비가 사는 곳’임을 만천하에 천명했다고 한다.


한여름에 나비모양의 연노랑 꽃을 나무 가득히 피우지만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동의보감'에 "회화나무 열매, 가지, 속껍질, 꽃, 진, 나무에 생기는 버섯까지 모두 약으로 쓴다"라고 했듯 꽃과 열매 보다는 나무의 쓰임새에 주목한다.


회화나무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되 보호받고 있는 나무로는 경기도 인천 신현동의 회화나무(제315호), 충청남도 당진군 송산면 삼월리의 회화나무(제317호),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의 회화나무(제318호), 경상남도 함안군 칠북면 영동리의 회화나무(제319호)가 있다.


회화나무를 문 앞에 심어두면 잡귀신의 접근을 막아 그 집안이 내내 평안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망향'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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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랑 2018-01-1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사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천연기념물로 보호 받고있는 숫자가 4그루나 되는군요?
선비가 심는 나무면 향기는 어떤지....
그나저나, 회화 나무도 잡귀를 쫓는다는 설이 있었군요. 복숭아 나무나 남천도 그렇다고 들은거 같은데....나무 하나 심으면서도 여러 의미를 부여하는 건 정말 재미있어요. ㅎㅎㅎ
 

'조선의 생태환경사'
-김동진, 푸른역사


'생태환경生態環境'은 "생물과 생물적 환경 사이의 관계가 갖는 체계나 유형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한다. 단어로만 본다면 낯선 의미는 아니지만 이를 기반으로 역사를 재조명한다는 시각에 매우 흥미를 느낀다. 그것도 주요한 관심분야 중 하나인 조선시대라서 바짝 호기심이 발동한다.


"조선시대 한국인의 여러 활동으로 인해 이전까지의 생태환경이 급속한 변화를 겪었고 당대인들 또한 그렇게 변화된 생태환경에 영향을 받아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에 주목하여 조선의 역사를 재조명 한다.


여기에는 호랑이에서 소까지, 무너미 땅에서 화전까지 숲에서 냇가까지, 누룩에서 마마까지 야생동물, 가축, 농지, 산림, 전염병 등을 살펴 '생물과 생물적 환경 사이의 관계'를 밝혀간다.


'녹파잡기'에 이어 '조선의 생태환경사'라는 책으로 연일 흥미로움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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若將除去無非草 약장제거무비초
好取看來總是花 호취간래총시화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송대의 유학자이자 사상가인 주자朱子의 글이다. 제 눈에 안경이듯 내 안에 담긴 색으로 세상이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 무엇 하나라도 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리 다가오기 마련이다. 특별한 조건이 아닌 이상 애써 부정적인 시각으로 자신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나 스스로가 나를 따뜻한 가슴으로 품자.


국도 15호선(고흥∼담양선이라고도 한다.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을 기점으로 보성, 순천, 화순, 곡성을 거쳐 담양군 담양읍까지 남북방향으로 뻗어있는 도로)의 어느 한적한 삼거리 모퉁이에 허술한 카페가 생겼다.


눈밝은 이의 마음이 들어선 곳이다. 드문드문 손님이 들더니 제법 자리를 잡고 길 가는 이들의 이야기 공간이 되었다. 오며가며 폐업한 시골 구멍가게의 멋진 변신을 지켜보다가 간혹 커피 손님으로 들르기도 했다. 공간의 거의 모든 것을 재활용으로 꾸몄다. 하여, 시간이 쌓이고 손때가 묻은 물건이 전하는 온기가 가득하다. 맑고 선한 눈빛의 키작은 아저씨의 미소가 아름답다.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다 꽃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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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랑 2018-01-11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그래서 마당에 풀을 뽑다가도 차마 건들지 못하고 놔두고, 온마당을 풀밭으로 만들죠 ㅎㅎㅎ
나뭇가지를 액자로 활용하는 다정함이 좋아 저도 그 카페에 가고 싶어지네요.

덕분에 곡성 찻집 칠판에 옮겨 놓은 시도 감상하고, 왠지 넉넉해지는 좋은 글까지 읽고 갑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무진 님.

무진無盡 2018-01-11 19:00   좋아요 0 | URL
요즘 처럼 꽃 귀한 때에는 더욱 그렇지요~
따스하게 겨울 잘 건너시길 바랍니다 ^^
 

#시_읽는_하루


첫 눈


함박눈 내리는 오늘
눈길을 걸어
나의 첫사랑이신 당신께
첫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언 손 비비며
가끔은 미끄러지며
힘들어도
기쁘게 가겠습니다


하늘만 보아도
배고프지 않은
당신의 눈사람으로
눈을 맞으며 가겠습니다


*이해인 시인의 '첫 눈'으로 시작합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농가찻집 또가원'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손글씨로 쓰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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