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내린 눈이 어제 녹지 못한 눈 위로 더 쌓였다. 눈이 주는 기운으로 한결 가볍게 일어나 뜰에 길을 내고 골목으로 나선다.


다시, 쓰윽 싹~ 쓰윽 싹~


앞집 할머니와 아저씨는 기침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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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
밑둥에서부터 잔가지 처럼 가는 줄기가 많이 나와 나무의 전체 모양을 갖추었다. 나무의 꽃도 잎도 모르면서 매번 열매로만 만난다. 그러니 볼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숲길에서 열매를 보고서야 겨우 이름 부를 수 있다.


꽃은 노란빛이 도는 녹색으로 잎보다 먼저 잎겨드랑이에 달려 핀다는데 아직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 암꽃과 숫꽃이 딴 그루에서 다른 모양으로 달린다고 하니 기억해 둬야겠다. 보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독특한 모양의 열매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발걸음을 붙잡는다. 4개의 씨방이 대칭형을 이루며 꽃처럼 달려 있다. 씨방에는 검은색 종자가 들어 있다.


많은 꽃들이 피는 시기에 함께 피니 주목하지 못했나 보다. 올 해는 꽃도 잎도 확인할 기회를 가져야겠다. 그래야 열매만 보고 아쉬움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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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 이 땅의 늙은 아이들을 위한 제2의 인생상륙작전!
최정원 지음, 정영철(정비오) 그림 / 베프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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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찌질한 순간을 안고 살아간다

제목에 혹했다. ‘찌질하다가끔 자신을 돌아보며 이 단어에 동질감을 느끼곤 한다사전적으로는 지지리도 못난 놈이라는 의미라지만 주목하는 시각에 따라서는 포함하는 내용은 천차만별이다스스로에게찌질하다는 말로 자신을 위안하는 것이라면 어떤 내용을 담아 부정적 시선을 보일지도 모를 타인의 시각에는 무뎌져도 좋으리라고 본다.

 

이 책 '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는 여전히 '엄니 도와줘요'를 속으로 되뇌이면서도 담담히 추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스스로를 '늙은 아이라고 말하는 저자 최정원이 써내려가는 일상 이야기다남자여자 그리고 아줌마에 이어 스스로를노총각노처녀라는 네 번째 사람으로 분류하는 것을 보니 결혼 적령기를 지났지만 결혼하지 않은(못한?) 사람이 엄니와 함께 살면서 겪는 일상적인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 의해 표현하는 말이나 글 또는 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기마련이다그가 결혼하지 않은(못한?) '늙은 아이'로 중층적 관계망으로 형성된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는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 제법 많다한집에 같이 사는 엄니와의 갈등이나 자신을 둘러싼 친족회사친구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해명해야하는 번거롭기만 한 일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슬기롭고 유쾌하게 돌파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기도 하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변하면서 결혼 유무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몰아붙이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본다그렇더라도 여전히 존재하는 불편한 시각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가는 것이 필요한 시대를 산다그 시간을 어떻게 건너느냐에 따라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보다 여유로워질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의미 있게 다가온다또한이야기에 어울리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삽화는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있다이야기와 그림이 만나 긍정적 효과를 배가 시킨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스스로 찌질한 순간에 무안해하거나 의기소침하지 말아야할 사람들은 노처녀노총각들뿐만은 아니다찌질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스스로가 정한 틀 안에서 약간의 일탈이 생기는 순간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것이 타인에게 폐가 되지 않는다면 웃고 넘어가도 좋을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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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밤이다. 연일 내린 함박눈으로 들판도 하얗고 산도 하얗고 더욱 긴 겨울밤도 하얗다.


"차가운 산속이라 시내 온통 얼음 눈뿐
곧 피어날 홍매 가지 그것만 걱정일세"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지에서 보낸 나이 마흔아홉의 어느날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심회를 읊은 시 중 한 대목이다. "취한 듯 술 깬 듯 반평생을 보내니/하늘 끝서 세월은 말 달리듯 빠른데/해마다 봄빛은 약속한 듯 오누나"로 시작하는 시다.


'감지坎止'라는 말이 있다. 주역에 나오는 말로 '물이 구덩이를 만나 멈춘다는 뜻이라고 한다. 흘러가던 물이 구덩이를 만나면 꼼짝없이 그 자리에 멈춘다. 가득 채워 넘쳐흐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강진 유배시기가 다산에게는 '감지坎止' 가 아니었을까. 다산은 그 시기를 마냥 앉아 있기만한 것이 아니다. 기약 없는 훗날이지만 스스로를 갈고 닦아 때를 기다렸다.


겨울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온통 얼음 눈 뿐인 때에 봄날 높은 가지에서 피어날 홍매를 떠올려 본다. 지금은 눈 속에 묻힌 내 뜰의 홍매도 긴 겨울이 있어 비로소 붉은 속내를 보일 수 있다.


긴 겨울밤의 한 때를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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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납매꽃


봄이 와서
네가 피는 게 아니라
네가 피어나니
봄이 오는 듯


고고한 매화 집안 가솔답게
예사롭지 않은 재간꾼


새벽 찬바람에 옷깃 여미며
겹겹 꽃덮이조각 두르고 나섰지만
끝내 감출 수 없는
은은한 향기는 어쩔 수 없구나


*박정자의 '납매꽃'이다. 납월臘月은 음력 섣달을 이르는 말이다. 섣달에 피는 매화 닮은 꽃이라고 납매臘梅라 했다고 한다. 새해 처음으로 핀 꽃을 만났다.


*이번주 1월 17일부터 23일 사이에 오신 분들 중 원하시는 열분에게 새해 첫꽃 납매를 찍은 사진을 드립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농가찻집_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전남곡성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또가원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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