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오후 볕이 따사롭다. 눈을 감고 얼굴에 닿는 볕을 기억 속에 가득 담아둔다. 그 볕에 곱게 쌓였던 눈이 녹는다. 질퍽이는 땅을 밟으며 눈과 물 사이를 서성거려 본다. 녹는 눈이 아까워서 괜히 걸어보는 것이다.
덩치 큰 차가 지나간 흔적이 깊게 남았다. 골지고 경계를 나누어 담을 쌓았지만 고정불변이 아니다. 이내 허물어지고 녹아 내리기에 잠깐동안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허리를 숙이고 무릎 굽혀 자세를 낮춘다. 바라보는 높이가 달라지니 보이는 것도 다른 느낌이다. 이 새로운 시선이 주는 흥미로움은 작디작은 꽃을 보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땅에 바짝 붙어 살아가는 들꽃들과의 눈맞춤이 주는 황홀한 경험이 일반화되어 세상을 보는 습관이 되어간다.
낯설게 보는 것, 굳이 보지 않아도 되지만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싫은 새로운 세상이 그곳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