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이다. 들판 건너 불빛은 여전하고, 겨울 한가운데 가로지르는 계절 만큼이나 밤도 깊어 간다. 밤도 깊어가고 계절도 깊어가니 꽃 피는 봄은 그만큼 한발씩 다가온다.


아직 다 녹지 않은 눈이 뜰을 밝히고 있다. 그 빛에 기대어 거문고 연주 '춘설'을 듣는다. 그믐으로 가는 밤은 칠흑처럼 까맣다.


'춘설' - 거문고 윤은자 서정곤, 장구 최영진
https://youtu.be/5IGaQf4siZQ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날 오후 볕이 따사롭다. 눈을 감고 얼굴에 닿는 볕을 기억 속에 가득 담아둔다. 그 볕에 곱게 쌓였던 눈이 녹는다. 질퍽이는 땅을 밟으며 눈과 물 사이를 서성거려 본다. 녹는 눈이 아까워서 괜히 걸어보는 것이다.


덩치 큰 차가 지나간 흔적이 깊게 남았다. 골지고 경계를 나누어 담을 쌓았지만 고정불변이 아니다. 이내 허물어지고 녹아 내리기에 잠깐동안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허리를 숙이고 무릎 굽혀 자세를 낮춘다. 바라보는 높이가 달라지니 보이는 것도 다른 느낌이다. 이 새로운 시선이 주는 흥미로움은 작디작은 꽃을 보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땅에 바짝 붙어 살아가는 들꽃들과의 눈맞춤이 주는 황홀한 경험이 일반화되어 세상을 보는 습관이 되어간다.


낯설게 보는 것, 굳이 보지 않아도 되지만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싫은 새로운 세상이 그곳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쥐똥나무'
푸르던 잎을 다 떨구고나서야 제대로 보인다. 서글픈 이름을 얻었지만 그것이 무슨 대수랴. 열매가 비슷한 다른 나무로 오해받아도 묵묵히 때를 맞춰 꽃피보 열매 맺는 제 사명을 다하면 그만이다.


푸르름이 짙어져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가는 때에는 하얀꽃과 향기로 가던길 멈추게하고 황량한 겨울엔 까맣게 빛나는 열매로 눈맞춤 한다. 이 열매에 주목하여 나무 이름을 붙였다.


열매의 색깔이나 크기, 모양까지 쥐의 배설물과 너무나 닮아서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번 붙여진 이름이라 어쩌진 못하지만 이 이름 덕에 잊혀지지 않은 나무이기도 하니 고맙다고 해야할까. 북한에서는 흑진주를 연상하여 순우리말인 '검정알나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이고 있다고 한다.


강한 생명력으로 인해 울타리용으로 많이 가꾸는 광나무와 잎에서 열까지 비슷하여 혼동하기 쉬운데 광나무는 사철푸른나무인데 비해 쥐똥나무는 낙엽지는 나무다. 꽃말도 '강인한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온 천지가 눈꽃 세상이다. 간혹 눈은 더 내리지만 새색시 절하듯 곱기만 하다. 눈을 털어버린 구름이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하늘을 사뿐사뿐 걷는다. 마알개진 하늘에 푸른빛이 가득이다.


봄볕보다 더 따사로운 겨울볕은 제 온기를 나누어 눈을 다독이느라 여념이 없고, 애초에 이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듯 속부터 녹아내리는 눈은 질퍽한 흔적을 남기며 서둘러 돌아가는 중이다.


하늘과 땅의 마음이 맞닿아 서로를 잇는 다리를 만들었다. 고마움에 볕이 품에 안아버렸다. 이내 사라질 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1세기컴맹 2018-01-31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진짜. 다가옵니다
 

'대한大寒'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예년과는 다른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대한을 맞이하는 오늘은 된서리가 겨울의 맛과 멋을 전해준다. 대한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어제에 이어 된서리 내렸다. 서리꽃으로 맞이하는 시간은 같지만 다른건 맑아진 하늘에 아침햇살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순간을 어찌 놓치랴~.
서리꽃에 눈맞춤하며 잠깐의 즐거움을 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