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 곱디고운 새색시 얼굴에 피어나는 수줍은 미소처럼 눈이 내린다. 입춘이 코 앞이라 새벽에 내리는 눈은 춘설임에 틀림 없다. 저만치 오는 봄을 버선발로 마중하는 내 반가움의 표현이리라.


눈을 마중하는 의식을 치르듯 까치발로 토방을 내려서 디딤돌 밟고 살포시 대문을 연다. 골목길에 내려앉아 반짝이는 눈을 마주한다. 아까워 차마 발자국도 남길 수 없어 가만히 돌아서고 만다.


황병기님의 춘설이 함께하는 고요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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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맞춤이다. 향하는 눈은 산을 넘어오는 해에 있지만 주목하는 것은 잠깐 피는 꽃에 있다. 긴 밤의 찬기운과 서리가 만든 마음의 절정을 같은 시간을 꼬박 채운 내 마음이 만나 이뤄가는 눈맞춤으로 성글게 내린 서리가 새로운 꽃을 피웠다.


그대와 나의 눈맞춤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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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福壽草'
겨울 끝자락에 잦은 눈이 싫지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먼데서 들려오는 꽃 피었다는 소식에 자꾸 먼데로 가는 마음을 눈이 내려 애써 다독인 까닭이었다.


꽃 보니 욕심이 저절로 생긴다. '설련화', '얼음새꽃'이라는 이름에 맞게 눈 속에 핀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마침 눈도 내렸기에 설렘 가득담은 발걸음에 귀한 모습과 눈맞춤 했다.


"꽃철 질러온 게
죄라면 죄이리"


*홍성란의 시 '복수초'의 일부다. 서둘러 향기를 피웠으니 눈을 뒤집어 쓴다고 대수랴.


봄이 오는 속도보다 자꾸만 서두르게 되는 마음의 속도를 탓하지도 못한다. 간혹 들리는 꽃소식에 이미 봄맞이로 벙그러진 얼굴에 향기 넘치는 미소가 머문다. 꽃 보러 길 나서는 마음으로 현재를 살면 일년 삼백예순날 내내 꽃으로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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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구름 떠가는 푸른 하늘에 좋은 볕을 시셈이라도 하듯 성질머리 사나운 바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제 멋대로다. 그렇더라도 날뛰는 바람끝이 무뎌져 부리는 성질 값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몇번의 혹독한 추위가 더 찾아올지라도 이미 기운은 봄을 향해 급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얼음이 가득한 겨울 숲속, 언 땅을 뚫고 막 올라온 새순이다. 여리디여린 생명의 기특함을 어루만지는 볕의 손길에 온기가 가득하다. 초록이 빛을 만나니 서로 마주하는 경계에서 생명의 찬란함이 가득하다. 경계에서 만나 온기를 나누며 서로를 빛나게 하는 자연의 기운을 닮고자 애써 겨울 숲으로 간다.


서로를 품는 볕과 새순의 어울림만으로도 이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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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福壽草'
유난히 이른 꽃 소식이었다. 먼곳이라 마음만 분주했다. 그러다 불쑥 눈앞에 나타난 꽃으로 가슴 가득 꽃밭이 되었다. 동북쪽 바다끝 찬물내기로부터 들리기 시작한 꽃소식이 남쪽 바다 끝 향일암에서 고흥으로 이어지고 드디어 전남 내륙으로 올랐다.


눈을 녹이고 가장 이른 시기에 피는 꽃이기에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해의 꽃과의 눈맞춤을 시작하는 신호로 여겨 사랑받는 꽃이다.


아직은 제 빛을 내지 못한다. 볕이 부족하고 낮은 온도가 그 이유다. 유난히 샛노랗게 밝고 색감으로 등불을 밝힌듯 따스함을 전해주는 꽃이라 복과 장수에 대한 사람들의 염원이 꽃이름에 담겼다.


납매에 이어 복수초도 눈맞춤했으니 나의 봄꽃놀이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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