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 문집
-이옥 저, 김균태 역, 지만지

조선의 글쟁이들에 주목하고 글을 찾아 읽어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 글과 글,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헤매기 일쑤다. 요즘 부쩍 한사람의 글에 흥미를 갖는다.

틀에 박히지 않은 묘사, 고루하고 딱딱한 글이 아니라 생생하고 자유로운 글을 썼다 해서 과거 응시를 금지당하고, 두 번이나 군대에 가야 했던 선비. 문무자文無子 이옥李鈺(1760∼1814)에 대한 설명이다.

이옥은 정조 ‘문체반정’의 대표적인 희생자로 죽는 날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진정한 글쟁이로 평가 받는다.

이 책은 통문관 소장 필사본 '담정총서' 중 이옥 저술 부분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 '예림잡패' 중 이언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한 것이다. 운문 9편, 산문 19편을 담았다.

이옥만의 글맛을 탐하느라 문장 속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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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매白梅 가지 꺾어다가 
화병에 꽂아두었습니다.


핀 꽃을 사이에 두고 
봄을 나누고자 함이지요.


벙그러지는 꽃잎보다 더딘걸음
꽃향기 닫히기 전에만 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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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기분 - 인생의 맛이 궁금할 때 가만히 삼켜보는
김인 지음 / 웨일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봄볕에 묵은 찻잔을 내 놓는다

다도를 이야기하는 이들에게서 얻은 선입견이 제법 큰 여운을 남겼다스스로에게 도취되어 다른 이들은 문외한으로 여기는 모습에서 왜 차를 마시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이후 무슨무슨 차회에 속한 사람들이 차 도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주는 불편함까지 더해지다 보니 종종 혼자라도 즐기던 차를 멀리하게 되었다.

 

자연과 가까이 살며 계절의 변화에 따른 온도차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다시 차를 생각한다생활의 변화가 주는 마음가짐의 변화다고요를 견딜 수 있으며 가끔은 고요가 주는 감정을 누릴 수 있게도 되었다.이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차 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다.

 

쓰고 떫고 시고 짜고 달다보통 차의 맛을 이야기할 때 하는 말이다조건과 감정에 따라 늘 다른 맛을 전하지만 그 중심에 놓치지 않아야 하는 무엇이 있다차를 즐겨 마시며 예찬하는 것 역시 이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차를 이야기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책이다차와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도구가 주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알게 하는 차이야기를 만난다. "인생의 맛이 궁금할 때 가만히 삼켜보는이라는 부제로 달고 있는 사루비아 다방 김인 대표의 책차의 기분에서 차와 얽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을 한다.

 

"차를 왜 마시는가외로울 때심심할 때불안할 때편치 않을 때 불쑥차를 마셔요어지러운 일들이 찻잔 안으로 가라앉을 거예요.”

 

우선정제된 절차에 따라 갖춰진 도구가 있어야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부담스러운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하여아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지극히 단순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될 때 간편하게 마실 수 있어야 한다.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느린 속도로 시간을 벗 삼을 수 있다면 언제나 어디서든 가능한 것이 차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비로소 다른 무엇이 아니라차를 마셔야 할 때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사루비아 다방의 김인이 전하는 차의 이야기에는 이렇듯 차를 마시는 형식보다는 한발 더 나아가 차를 마시는 본질에 접근 있다그 중심에는 자신 돌아보며 스스로를 위안 삼고자 하는 다독임이 있다이 본질의 문제를 따스한 온기를 향기에 실어 전하는 사진과 더불어 차와 함께하는 일상에서 얻은 글로 조근조근 풀어간다봄볕에 스며들어 잠들었던 대지를 깨우듯 일상에서 차향을 누릴 수 있는 용기를 전해준다


이 다독임으로 인해 오래 묵은 찻잔을 봄볕에 내 놓고 차 우릴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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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을 맺어주느라 밤이 젖도록 비가 내린다. 봄비라서 더없이 부드럽고 봄비라서 한없이 촉촉하다. 봄비가 가진 생명의 힘은 여기로부터 출발한다. 단 한번 허락한 품이지만 파고드는 봄비의 영역은 깊고도 넓다.


가던 걸음이 멈추고 주저앉아 땅 위에 쌓여 반짝이는 하늘 마음과 눈맞춤 한다. 뒤늦은 거부의 마음짓은 어둠 속으로 빛이 스며듬과도 같이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스스로의 형체를 소멸하며 빛과 어둠이 서로를 품에 안고 허물어지는 곳마다 방울방울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다. 봄 밤에 애를 쓰며 비가 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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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추위도 무릅쓰고 화려하게 봄소식을 전해주는 변산바람꽃의 위용에 마음을 빼앗긴 사이에 봄바람 살랑이듯 다른 꽃이 피었다.


생긴 모양만큼이나 재미있는 이름을 가졌다. 나만 바람꽃인 줄 알았더니 너도바람꽃이란다. 다른 바람꽃들의 단정함에 비해 너도바람꽃은 자유분방하다. 꽃모양도 자라는 모습도 모두 제각각이라 어디에 눈맞춤할지 난감하다.


삐뚤빼뚤 자연스런 하얀색의 꽃받침과 꽃잎은 2개로 갈라진 노란색 꿀샘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술이 많은데, 바로 이 부분이 너도바람꽃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복수초, 변산바람꽃은 겨울 영역에 속한다면 너도바람꽃이 피면 비로소 봄이라고 하여 절기를 구분해주는 꽃이라고 해서 ‘절분초’라고도 한다.


얼어붙었던 물이 녹아 흘러내리는 소리의 리듬에 따라 춤이라도 추는듯 살랑거리는 계곡에서 만난다. 겨우내 얼었던 마음이 녹아 풀어지듯 닫힌 마음이 열리기를 염원하는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았을까.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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