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을 가로지르는 길 위에 멈췄다. 가슴을 열고 산을 넘어온 해의 온기를 맞이한다. 볼에 닿는 봄 기운의 스멀거림이 생명의 힘으로 다가온다.


결코 닿지 못할 끝을 향한 마음일까. 한층 키를 키운 전봇대와 키재기를 하는 낯선 나를 발견하며 얼굴에 햇살의 온기가 번지듯 미소가 피어난다.


봄의 온기가 키워가는 마음밭의 틈이 열리는 때를 다독거리며 봄날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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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버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물오른 나무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버드나무 종류다. 봄이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하는 신호다. 수양버들 가지에 물이 올라 초록빛이 보이는 것과 비슷한 때에 피어난다.


꽃은 잎에 앞서서 지난해 자란 가지의 잎이 붙었던 자리에서 원기둥모양으로 많이 뭉쳐서 피는데 수꽃과 암꽃이 각기 다른 나무에 핀다. 어린 가지는 노란빛을 띤 푸른빛이고 처음에는 털이 있으나 곧 없어진다.


물이 흐르는 강가의 가장자리 갯가에서 흔히 잘 자란다고 하여 ‘개의 버들’이라고 불리다가 지금의 갯버들이 되었다고 한다.


'솜털버들', '버들강아지', '버들개지'라고도 부르는 갯버들은 '친절', '자유', '포근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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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문학동네


생활문화가 바뀌면서 메모를 한다는 것이 낯선 모습으로 변해간다. 급하면 목소리를 녹음한다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조금더 여유 있으면 휴대폰 메모장의 기능을 활용한다. 손으로 무엇을 기록한다는 것이 이렇듯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이 책은 옛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 책의 흔적을 통해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만난다. 책 속에 남아 있는 메모에 주목한 정민교수의 이야기다. 그러기에 책과 메모의 상관관계를 찾아 보는 흥미로움이 있다.


"책을 향한 사랑, 기록에 대한 열정"

삶에서 책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고
종이가 없으면 감잎에라도 스쳐가는 생각을 붙잡아둔
책에 미치고 메모에 사로잡힌 옛사람들 이야기


페이스북에 감정과 의지를 남기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책벌레와 메모광들의 이야기를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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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게만 오는 봄을 마중하러 나선 길 끝에는 언제나 매화가 있다. 유난히 서두르는 작은 키의 풀꽃들과 봄맞이를 하면서도 문득문득 눈을 들어 가지 끝을 바라보곤 한다. 매화 때문이다.


매화송


風雪 같은 차운 골짜기에 봄은 오는가
매화, 네가 아니 핀들
오는 春節이 오지
않으랴마는


온갖 잡꽃에 앞서
차게 피는 네 뜻을
내가 부러 하노라


*신석초의 시 '매화송'이다. 꽃잎을 연 매화를 만나야 진정한 봄이 왔음을 비로소 인정하는 사람에게 매화는 겨울과 봄의 경계를 짓는 시금석이나 다름없다. 부질없이 반복해서 산 아래 매화나무 근처를 서성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화 벙그러지는 사이를 건너오느라 유난히 분주했던 마음자리에 드디어 매향이 스며든다.

지금부터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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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 문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문집
이옥 지음, 김균태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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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글을 따라가 삶을 보다

조선 시대를 살았던 글쟁이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의 글을 찾아 읽어가고 있다사람과 사람글과 글문장과 문장 때로는 글자 하나에서도 의미를 찾느라 헤매기 일쑤다박지원박제가이덕무홍대용 등으로 이어지던 관심사가 어느 사이 한사람의 글에 흥미를 갖는다특히정조왕의 문체반정 과정에서 심하게 제재를 받았던 사람으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묘사고루하고 딱딱한 글이 아니라 생생하고 자유로운 글을 썼다 해서 과거 응시를 금지당하고두 번이나 군대에 가야 했던 선비” 바로 문무자文無子 이옥李鈺(17601814)이 그 사람이다.

 

이옥은 정조 문체반정의 대표적인 희생자로 죽는 날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진정한 글쟁이로 평가 받는다이옥은 성장을 알려주는 연보가 없어 생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성균관 유생 시절에 교분을 나누었던 김려 그리고 강이천 등에 의해 흔적이 남았으며 특히친구인 김려가 교정하여 담정총서’ 안에 수록한 11권의 산문과 예림잡패에 시 창작론과 함께 남긴 이언’ 65수가 전한다.

 

김균태의 번역으로 발간된 이 책은 통문관 소장 필사본 '담정총서중 이옥 저술 부분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 '예림잡패중 이언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한 것이다운문 9산문 19편을 담았다.

 

차린 밥상 끌어다가/내 얼굴에 던진다네/낭군 입맛 달라졌지/있던 솜씨 달라질까

 

언문 이조에 실린 비조에 나오는 문장이다여기에 실린 아조염조탕조비조로 구성되어 있으며,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다 여성으로 조선의 가부장적 시대를 살며 격을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풍자적이고 측면이 돋보이는 글로 정조의 문체반정의 주요한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또한 개구리가 우는 사연 후편’, ‘거미의 충고와 같은 부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시각도 이옥의 글이 주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땅 때문이다땅 때문에 산골짜기 말이 바닷가 말과 다르고바닷가의 말은 들녘의 말과 다르며도시의 말은 시골의 말과 다르다북방의 말은 여진과 비슷하고남방의 말은 왜와 비슷하다폐는 소리를 주장하고마음은 정을 주장하며그 땅에서 난 것을 먹고그 땅에서 난 것을 마시는데어찌 그 말소리가 땅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논설잡문기문전지문여 등으로 구분되어 엮어진 산문 역시 언문 이조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이는 북학이라는 사상적 변환기에 접어들었던 조선의 시대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던 일상의 반영이라고 여겨진다앞선 길을 걷고자 했던 당시 지식인들의 모습을 이옥의 글을 통해서 살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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