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섬진강 박시인

연분홍 봄볕에도 가슴이 시리더냐. 
그리워 뒤척이는 밤 등불은 껐느냐 
누옥의 처마 풍경소리는 청보리 밭 떠나고 
지천명사내 무릎 처로 강바람만 차더라.

봄은 오고 야단이야 꽃비는 오고 호들갑 
십리 벗길 환장해도 떠날 것은 떠나더라. 
무슨 강이 뛰어 내릴 여울하나 없더냐. 
악양천 수양버들만 머리 풀어 감더라.

법성포 소년바람이 화개장터에 놀고 
반백의 이마위로 무애의 취기가 논다 
붉디붉은 청춘의 노래 초록강물에 주고 
쌍계사 골짜기위로 되새 떼만 날리더라.

그 누가 날 부릅디까. 적멸대숲에 묻고 
양지 녘 도랑 위 순정편지만 쓰더라.

*정태춘의 '섬진강 박시인'이라는 노래다. 봄 하면 섬진강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매화, 산수유, 벚꽃 흐드러지는 강물따라 걷거나 달리고자 섬진강을 찾는다. 이 봄 그 섬진강이 전하는 봄기운을 놓치지 말자.

이 노래 섬진강 박시인의 주인공은 악양에 사는 '박남준' 시인이다.

https://youtu.be/GxRXQKSTIdI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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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봄을 기다린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같은 장소를 지켜보기를 4년째다. 올해는 유독 더디 깨어나 애를 태우더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더해질수록 보는 시선도 대하는 마음도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이쁜 꽃을 피우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존재하는 근거가 되는 공간에서 공존하는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너를 만난다. 그 안에 바라보는 나도 있다.


마냥 좋아 더 가까이 눈맞추는 것에서 이젠 적당한 거리를 둔다. 여기저기서 자생지가 파괴되는 소식을 접하고 조심한다지만 내 발길에도 상처 입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조심스런 마음에 스스로 출입하는 문을 닫기도 했다. 그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오랫동안 함께 공존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안다.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봄을 기다려 만나는 모든 생명들의 신비로움 속에 진정으로 주목해야할 가치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찾고 만들어지고 유지되어야 한다.


꽃에 기대어 조금씩 그 꽃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믿음', '신뢰'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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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선사의 동다송東茶頌
-김대성 엮음, 동아일보사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이다. 차잎이 아니라도 눈맞춤할 만한 봄 기운들이 지천이다. 그런 봄날 오래된 책이 내게 왔다. 

이 책은 "차승 초의선사의'동다승'의 필사본인 다송자 스님의 '동다송필사본'을 정리, 해석한 책으로 '동다송' 전문 해석은 물론, '동다송'에 등장하는 중국의 차문화와 한국의 차문화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차의 기원과 차나무의 생김새, 차의 효능과 제다법, 중국의 고사와 전설, 우리나라 차의 우월성 등을 말해주고 있으며 또한 각 구에 주를 달아 자세한 설명을 첨가하였다."는 설명이다.

출간된 후 여러 사람을 거친 흔적들이 역역하다. 그러나 장서인 하나 없으니 책의 옛 소유인들에 대한 짐작도 할 수 없다. 

손때 묻은 찻잔을 곁에 두는 마음으로 책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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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인해 봄 밤의 운치를 더한다. 생동하는 봄의 기운과는 달리 차분하게도 내린다. 꽃 보느라 산으로 들으로만 향했던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여야 한다는 봄의 다독임이다.


그러나 어쩌랴 봄비에 한창 물오른 나뭇가지처럼 꽃과의 눈맞춤에 빠져버린 것은 이 봄이 지나도 잠잠해지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것을.


봄을 온전히 누려야 한해를 무사히 건너갈 힘을 얻을 수 있다. 한밤 가득 내리는 이 비로 미처 깨서나지 못한 봄이 한꺼번에 일어날 내일을 기대한다.


나는 깨어나는 봄 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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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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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메모는 일상이자 삶이었다

책은 다양한 의미에서 여전히 유효하고 강력한 도구이다수 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책의 지위는 아주 막강한 힘을 가져왔으며 현대에 이르러 조금씩 위상이 변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책이 가지는 가치와 의의는 엄중하다역사 속에서 책을 사랑했던 옛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여기에 더하여 책을 좋아하는 것과 뗄 수 없는 것이 메모라 할 수 있을 것이다무엇인가를 간략하게 쓴다는 메모는 생활문화가 바뀌면서 메모를 한다는 것이 낯선 모습으로 변해간다급하면 목소리를 녹음한다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조금 더 여유 있으면 휴대폰 메모장의 기능을 활용한다손으로 무엇을 기록한다는 것이 이렇듯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정민 교수의 '책벌레와 메모광'은 책을 유난히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 책 속에 남겨진 흔적들을 찾아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옛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 책의 흔적을 통해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만난다책과 메모의 상관관계를 찾아보는 흥미로움이 있다. "책을 향한 사랑기록에 대한 열정이라는 주제로 삶에서 책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고 종이가 없으면 감잎에라도 스쳐가는 생각을 붙잡아둔 책에 미치고 메모에 사로잡힌 옛사람들 이야기인 셈이다.

 

정민 교수가 첫 번째로 주목한 것은 책과 관련되어 흥미로운 관심거리 중 하나인 장서인이다책에 찍한 책도장이 중국와 조선 그리고 일본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가졌다장서인을 대하는 태도가 조선은 소유의 개념으로 책이 자신의 손에서 떠나면 장서인을 지워버리고 일본은 이미 있는 장서인 위에 소자를 덧 찍으며 중국은 기존의 장서인을 그대로 두고 자신의 장서인을 찍었다이렇게 장서인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동양 3국의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작용한다.

 

장서인’, ‘책벌레’, ‘쇄서’, ‘운초’, ‘용서’ 등 현대사회에서는 다소 생소한 단어와의 만남을 통해 책과 관련된 문화를 확인하게 된다이처럼 정민 교수가 이 책에서 책에 미친 책벌레들과 기록에 홀린 메모광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한 사회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에 있어 보인다여전히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인 인문학이 주목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여겨지기에 이 책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책의 여백에 메모를 남기든 따로 메모장을 만들어 사용하든 아니면 일상을 함께하는 휴대폰 메모장을 활용하든 생각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도구로 메모가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옛사람들의 독서문화와 기록문화를 살펴 달라진 환경에서 스스로에게 유용한 방법을 찾아 사용하면 될 것이다.옛사람들의 독사와 기록문화를 통해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갖는 독서와 메모의 가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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