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言 야언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노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우신지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항상 제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 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은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어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의 야언野言이다. 이 글이 주목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단연코 매화에 있을 것이다. 내 뜰에도 그 매화가 피었다.


옛사람들이 유독 매화를 사랑한 이유는 ‘빙설옥질氷雪玉質’, ‘빙기옥골氷肌玉骨’에 있지 않을까. "얼음과 눈처럼 맑고 깨끗한 모습에, 옥같이 곧고 맑은 정신"을 매화 속에서 찾아내 그 매화처럼 살고자 했다.


한껏 부풀어 꽃이 벙글어지기 직전에 매화를 딴다.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듯 정갈한 마음으로 합장하고서 따온 꽃송이를 잔에 띄우고 잠시 그 향기에 취하다 이내 조심스럽게 마신다.

매화로 인해 비로소 봄과 내가 하나가 된다.


매향이 더 그윽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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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선사의 동다송 - 다송자 필사본
김대성 엮음 / 동아일보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차와 함께하는 일상으로

봄의 생명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새로 돋아나는 파릇파릇한 새싹이다땅 가까이에서 시작된 새 잎의 잔치는 나무로 옮겨가며 계절이 바뀌어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그런 봄날 부지런을 떨며 바쁜 손짓을 하는 것이 찻잎 따는 것이리라그런 봄날 오래된 책이 내게 왔다. ‘초의선사의 동다송東茶頌이 그 책이다출간된 후 여러 사람을 거친 흔적들이 역역하다그러나 장서인 하나 없으니 책의 옛 소유인들에 대한 짐작도 할 수 없다손때 묻은 찻잔을 곁에 두는 마음으로 책을 펼친다.

 

이 책은 "차승 초의선사의'동다승'의 필사본인 다송자 스님의 '동다송필사본'을 정리해석한 책으로 '동다송전문 해석은 물론, '동다송'에 등장하는 중국의 차문화와 한국의 차문화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차의 기원과 차나무의 생김새차의 효능과 제다법중국의 고사와 전설우리나라 차의 우월성 등을 말해주고 있으며 또한 각 구에 주를 달아 자세한 설명을 첨가하였다."

 

동다송東茶頌은 초의선사가 정조의 부마 홍현주의 부탁을 받고 쓴 것으로 1837년 한국차에 대하여 송(형식으로 지은 우리나라 차에 대한 68행의 7언 고시체(古詩體송시(頌詩)이다동다송을 쓴 초의선사는 선수행을 차와 일치시켜 차 문화를 부흥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며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다다산 정약용추사 김정희소치 허련 등과 깊은 관곌르 맺으며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승려다.

 

飮茶之法음다지법

客衆則暄객중즉헌 暄則雅趣索然훤즉아취색연 獨啜曰神독철왈신 二客曰勝이객왈승 三曰趣삼왈취 五六曰泛오육왈범 七八曰施也칠팔왈시야

 

차를 마시는 법

손님이 많으면 소란스러우니/고상함을 찾을 수 없다/홀로 마시면 그윽하고/둘이 마시면 빼어난 것이요/셋은 멋이라 하고/대여섯은 덤덤할 뿐이요/일고여덟은 그저 나누어 마시는 것이다.

 

*동다송東茶頌 31절에 대한 초의선사의 역주에 언급된 내용이다초의선사가 동다송을 지은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차나무를 가꾸고 찻잎을 채취하여 차를 만들고 만들 차를 마시는 일련의 절차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 차를 마시는 목적일 것이다복잡한 절차나 형식다구에 대한 욕심에 얽매어 본질을 놓치는 일이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초의선사의 동다송을 해설한 이 책을 통해 차의 역사우리나라 옛사람들의 차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차 문화에 대한 바른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차에 문외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차를 마시는 일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긍정적인 힘을 일상에서 누려도 좋으리라 여겨진다이 책을 통해 차를 더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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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하정인'
은근하다. 정 깊은 속내는 쉽사리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마음 밝은 이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음을 크고 깊게 울리는 것으로 깊은 속정만한 것은 없다.


무심한듯 보이지만 앞서 걷거나 뒤를 따르는 모습만으로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둘 사이 정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다. 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장면을 분명히 봤는데ᆢ? 다시 '월하정인'을 떠올린다.


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달빛이 어두운 삼경에
두사람의 마음은 두사람만 알겠지


화사한 색감, 절묘한 장면 포착에 은근한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기가막힌 재주를 가진 이가 바로 조선시대 화원 혜원 신윤복이다. '혜원전신첩'에 담긴 그의 그림 모두는 은근한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신윤복의 '월하정인' 속 인물이 그려내는 분위기를 빼다박은 듯 닮았다. 지켜보는 이에게도 스미듯 번지는 은근한 마음이 어쩌면 월하정인을 그리던 신윤복의 그 마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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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뜰이 주인의 욕심으로 넘친다. 아직도 함께 하고픈 풀과 나무가 천지인데 더 이상 들어올 틈이 없어 보인다. 방법은 나누는 것일까? 보내야 들어올 틈이 생기리라.


모든 인연이란 것이 의도하고는 상관없이도 오나보다. 납매와 삼지닥나무가 들어오면서 함께온 나무가 둘 더 있는데 어린 묘목이라 무엇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한해를 잘 견더주더니 그 중 하나에 꽃이 피었다. 비로소 나무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되었다.


미선나무, 서울 나들이때 찾아간 경복궁에서 보았던 나무를 내 뜰에 들이고 싶었으나 방법을 찾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 이렇게 찾아와 주었다. 신비할 따름이다.


미선나무의 미선尾扇은 대나무를 얇게 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물들인 한지를 붙인 것으로 궁중의 가례나 의식에 사용되었던 부채를 말한다. 미선나무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일 때, 열매 모양이 이 부채를 닮았다고 하여 미선나무라 했다고 한다.


미선나무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고 오직 우리 강산에만 자라는 나무라 하니 더 마음이 가는 나무다. 하얀색의 미선, 분홍빛을 띤 분홍미선, 맑고 연한 노란빛의 상아미선,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나타나는 푸른미선 등이 있다.


앙증맞은 모습과 은은한 향기에 색감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도록 매력적인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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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다.
땅에 심어둔 봄이 깨어나겠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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