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에게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다
-설흔, 위즈덤하우스


'책, 조선 사람의 내면을 읽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설흔의 책이다. 역사기록에서 차용한 '문장과 문장 사이'의 내면을 읽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보여주는 글쓰기를 한다.


추사를 ‘나’로, 추사의 서얼 아들을 ‘너’로 설정하고, 추사를 동경하는 아들에게 아버지인 추사가 전하는 인생 메시지를 편지 형식이다. 행간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여 놓치기 싫은 문장들이 많다.


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된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의 개정판이다. 5년만에 개정판을 다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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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花譜序 꽃에 미친 김군
벽癖이 없는 사람은 버림받은 자이다. 벽癖이란 글자는 질병과 치우침으로 구성되어 편벽된 병을 앓는다는 의미가 된다. 벽이 편벽된 병을 의미하지만 고독하게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전문적 기예를 익히는 자는 오직 벽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김군은 늘 화원으로 날래게 달려가서 꽃을 주시한 채 하루 종일 눈 한번 꿈쩍하지 않는다. 꽃 아래 자리를 마련하여 누운 채 꼼짝도 않고 손님이 와도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다. 그런 김군을 보고 미친 놈 아니면 멍청이라고 생각하여 손가락질하고 비웃는 자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를 비웃는 웃음 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웃음 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긴 채 생기가 싹 가시게 되리라.


김군은 만물을 스승으로 삼고 있다. 김군의 기예는 천고千古의 누구와 비교해도 훌륭하다. 백화보를 그린 그는 '꽃의 역사'에 공헌한 공신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며, '향기의 나라'에서 제사를 올리는 위인의 하나가 될 것이다. 벽의 공훈이 참으로 거짓이 아니다!


아아! 벌벌 떨고 게으름이나 피우면서 천하의 대사를 그르치는 위인들은 편벽된 병이 없음을 뻐기고 있다. 그런 자들이 이 그림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을사년(1785) 한여름에 초비당苕翡堂 주인이 글을 쓴다.


*박제가朴齊家(1750~1805)의 글 백화보서百花譜序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서 몇번이고 읽는 글이다. 이 글에 나오는 김군은 규장각 검서관을 지냈던 김덕형이다.


지난 주말 꽃보러간 길에서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꽃을 만나 '옳거니 이것이다'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꽃잎이지만 조금 후 모습이 충분히 그려지기에 베낭을 벗고 눌러앉을 작정을 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조금씩 벌어지는 꽃잎을 보면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앞에서 뒤에서 밑에서 위에서 옆에서 그렇게 이리보고 저리보고 동안 시간이 멈추듯 두어시간 이상이 훌쩍 지났지만 전혀 지루한줄 몰랐다.


김군은 김군만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무엇에 벽을 가진 이들의 공통점이다. 봄날 꽃하나 보려고 낮은 자세로 산과 들판을 헤매는 모든 이들이 다 김군이다. 김군들이 펼쳐놓은 꽃이야기들이 화창한 봄날 꽃처럼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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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이 피었다. 70년 전 지리산으로 들어가기 위해 순천에서 구례로 가는 길목이었던 송치재다. 억울한 죽음이 꽃으로 피어 어둠을 밝힌다. 붉은피를 자양분 삼아 밝히는 등불로 계곡이 환하다.


1948년 4월 3일 그로부터 70년이 지났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니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
제주도에서 
지리산에서 
그리고 한반도의 산하 구석구석에서 
민족해방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장렬히 산화해 가신 모든 혁명전사들에게 
이 시를 바친다!"


*이산하의 장편 서사시 ‘한라산’ 서문을 읽으며 바다 건너 제주의 그날을 새긴다. 지리산을 향하던 이들이 목숨으로 밝힌 등불을 앞세워 한라산을 향한다.


떨어진 동백이 땅 위에서 더 붉다.

https://youtu.be/38cnRTr-p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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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멈춰 거친 숨을 다독이고 

한껏 몸을 낮추어 짧은 순간의 고요를 

자신에게 선물한다.


빛,
가슴 가득 담아두어야 할 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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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올해 첫꽃으로 만난 꽃이 이 노루귀다. 복수초보다 빨리봤으니 무척 반가웠지만 이내 꽃앓이를 하게 만든 미운 녀석이기도 했다. 눈 속에서 살짝 보여주곤 성장을 멈춘듯 오랫동안 꼼짝않고 그대로 있어 속을 많이도 태웠다. 그래도 애정이 가는 것은 변함이 없다.


청색의 노루귀가 화사하고 신비스런 색감으로 단번에 이목을 끈다면 하얀색은 다소곳하지만 그래서 더 은근함으로 주목하게 만든다. 이 두가지 색이 주는 강렬한 맛에 분홍이나 기타 다른 색의 노루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지극히 편애하는 대상이다.


꽃이 귀한 이른봄 이쁘게도 피니 수난을 많이 당하는 대상이다. 몇년 동안 지켜본 자생지가 올 봄 파괴된 현장을 목격하곤 그 곱고 귀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안타까워 그후로 다시 그곳에 가지 못하고 있다. 자연의 복원력을 믿기에 시간을 두고 멀리서 지켜볼 것이다.


더디 온 봄이라 탓했더니 거의 모든 봄꽃이 속도전을 치루듯 한꺼번에 피었다 금방 져버리니 괜시리 마음만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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