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이월 보름이며 삼월 말일이다. 날짜로만 본다면 아직 한참은 멀었을 봄이 성질 급하게 지나가고 있다. 달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해의 시간으로는 삼월 마지막 날이다. 머뭇거리던 봄이 한꺼번에 피어나느라 야단법석이다. 내일이면 핏빛 사월이니 꽉찬 봄 속으로 들어간다.


모춘삼월暮春三月, 봄이 저물어 가는 음력 삼월을 말하지만 보름이나 남았다. 내겐 서툰 봄맞이가 무르익어간다는 말이기도 하니 가는 봄 보다는 여문 봄에 방점을 찍는다. 봄기운으로 넘치지만 뭔지 모를 아련함이 머무는 가슴 속처럼 해 저물어가는 무렵 나뭇가지 끝에 매화가 걸렸다.


여물어가는 봄, 
그대 가슴에 핀 꽃에 향기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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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앙증맞은 것이 곱기까지 하다. 순백에 노오란 점을 품었다. 꽃마리와 더불어 봄꽃을 대표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걸음을 멈추고 몸을 낮춰야만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자두나무 꽃그늘 아래서 몇 개체를 만났다. 꽃마리, 광대나물, 민들레, 큰개불알풀, 제비꽃ᆢ. 꽃본다고 집 비운 사이에 내 뜰 구석에도 봄꽃들이 피었다.


볕 잘드는 풀밭이나 논둑, 밭둑에 옹기종기 모여 핀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춤추듯 흔들리는 모습이 이쁘다. 꽃은 흰색으로 가운데는 노란색이 있고, 5갈래로 갈라지며 꽃줄기 끝에 여러 송이의 꽃이 달린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꽃이다. '봄맞이', '봄의 속삭임'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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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가까이 바짝 엎드려 자리잡고 피어나지만 가슴에 품은 꿈은 하늘을 넘어서고도 남는다. 이른 봄 서둘러 싹을 내고 꽃을 피우는 가녀린 풀꽃들의 세상에 꽃보고자 하는 이가 덩달아 낮아진 몸과 마음으로 만나는 자리가 있다.


이름 모르는 새싹에게


이제 매운바람 다 가시고
갯버드나무에 보얗게 보얗게 꽃 피었으니
어디론가 가야겠구나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옥양목 두루마기 한벌
쌍그렇게 지어 입고
정처 없이 떠나야겠구나
휘파람을 불면서.


*민영의 시다. 눈밭에서 부터 나뭇가지에 꽃망울 터지는 지금까지 밖으로 떠돌던 마음을 어쩌면 이리도 잘 담았을까.


이때 쯤이면 유독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붉고 푸르게 연약한 모습으로 세상 구경 나오는 새싹들이다. 생명의 생동하는 기운인 봄빛을 대표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없이 연약해보이지만 그 속에 당당함을 가득 채운 빛과 색이다.


봄, 그 중심에 새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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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몸이 느끼는 것보다 늘 한발짝 빠릅니다. 마중나간 마음 앞엔 언제나 더디기만 하더니 왔는가 싶으면 저만치 앞장서 서둘러 내빼는 것이 봄입니다. 곧 무엇이 그리 급한지 짐작도 못하는 사이에 여름 앞에서 버거워하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러니 서둘러야 합니다. 물오른 수양버들도, 앙증맞은 봄맞이꽃도, 청초한 산자고도, 숲 가득 넘치도록 춤추는 얼레지도, 이제는 귀한 몸이 된 할미꽃도 다 봐야하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또 있습니다. 진달래 꽃잎 사이의 스민 핏빛 서러움과 옥빛 섬진강 물에 고개 떨군 벚꽃의 무상함, 산벚꽃 피었다 지는 틈에 벌어지는 황홀한 색의 잔치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꽃은 또 피고 지랄이야"라며 주책부리고 싶은 마음 단단하게 부여잡고 이 봄날을 야무지게 건너가야 합니다. 따로 또 같이 이 봄을 건너는 꽃마음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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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숲 속의 여왕이다. 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봄기운에 익숙히질무렵 숲에는 춤추듯 사뿐히 날개짓하는 꽃을 만난다. 한껏 멋을 부렸지만 이를 탓하는 이는 하나도 없다.


햇볕따라 닫혔던 꽃잎이 열리면 날아갈듯 환한 몸짓으로 숲의 주인 행세를 한다. 꽃잎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과한듯 싶지만 단정함까지 있어 우아하게 느껴진다. 숲 속에 대부분 무리지어 피니 그 모습이 장관이지만 한적한 곳에 홀로 피어있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넓은 녹색 바탕의 잎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얼룩덜룩해서 얼룩취 또는 얼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씨앗이 땅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4년 이상 자라야만 꽃이 핀다고 하니 기다림의 꽃이기도 하다.


뒤로 젖혀진 꽃잎으로 인해 '바람난 여인'이라는 다소 민망한 꽃말을 얻었지만 오히려 꽃이 가진 멋을 찬탄하는 말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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