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에게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다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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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수선화 피는 봄날이다

마당 한쪽에 수선화가 한창이다수많은 꽃들 중 수선화를 선택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조선 후기를 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 때문이다추사가 수선화를 특별히 좋아하고 제주도 유배당시 머물던 곳에 많이 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수선화를 더 가까이 하게 되었다.


어쩌면 추사에 대한 호기심은 이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권문세도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이른 시기에 출새가도를 걸었던 추사는 당시 사대부들이 관심을 가졌던 시화에 금석문까지 자신이 가진 장점을 마음껏 발휘하며 세상 넓은 줄 모르며 그 자신을 뽐내며 살았다그런 그가 인생 말년에 제주와 북청으로 두 번에 걸친 유배를 가야했다절해고도로 떠났던 유배는 그의 삶에 무엇을 남겼을까그토록 당당했던 사람이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을 받을 처지로 전락한 그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추사에 대한 연구는 역사학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심도 깊은 연구가 이뤄졌을 것이다하지만 일반인이 추사에 갖는 관심사는 그가 이뤄냈던 학문적 업적도 있지만 그의 삶에서 보여준 지식인의 삶의 자세와 태도에 있지 않을까몇 해 전 이상국의 추사에 미치다’(푸른역사, 2008)와 같은 책들은 그동안 추사를 다뤘던 시각과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한다이 책 설흔의 추사에게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다’ 역시 비슷한 시각으로 추사의 삶과 사상에 접근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제주도로 유배간 아버지 추사가 자신을 닮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형식의 이 책은 추사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그가 관심 가졌던 다양한 분야뿐 아니라 특히 그가 지향한 삶의 자세와 가치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롭게 추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나는 나이되내가 아니었다내가 곧 가문이었고가문이 곧 나였다그것이 바로 나라는 사물이 있어야 할 제대로 된 위치였다.’ 이 말에 담긴 추사의 속내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당시 권문세도가의 촉망받는 아들로 태어나 자신보다는 가문이 더 크게 보였을 무게감이 이해될만하다. 저자의 상상력은 그와 인연을 맺었던 당시 사람들을 불러와 추사가 추구했던 삶의 바탕에 무엇이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이 점이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아닌가도 싶다세한도에 담았다던 이상적을 비롯한 중국의 스승과 벗들 박제가정약용권돈인김유근조인영 그리고 초의와 소치에 이르기까지 당야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텅한 김정희의 속내를 보여줌으로써 김정희가 김정희이게끔 만드는 매력적인 점이다.

 

또한작가의 바람대로 인생이라는 천리 길을 떠나는 아들에게 삶의 지침이 될 만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이며 심도 깊게 전개하며 내용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작가 설흔이 추사의 입을 빌려 나를 지키는 법으로 제시한 목차의 그것보다 더 주목되는 문장은 따로 있다매 단락을 마무리 짓는 문장으로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등 다섯 가지 가르침이 김정희가 살던 그 시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님은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현대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지침으로 삼아도 충분히 좋을 것들로 새겨둘 만 하다고 본다.

 

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된 '추사의 마지막 편지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의 개정판이다. 5년 만에 개정판을 손에 들고 첫 마음으로 다시 읽었다관리의 차가운 손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자했던 추사 김정희의 감춰진 따스한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수선화가 한창인 봄날 삶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봄바람처럼 훈훈한 기운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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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인연이다. 절정의 순간이며 운명지워진 만남이다. 순연順緣이라 여기기에 옷깃을 여미고 숨을 가다듬는다. 무슨 조화가 있기어 이런 장면을 만들 수 있을까?


서둘러 핀 꽃이 때마춰 내린 비를 만나 때보다 먼저 꺾였다. 차마 질 수 없어 자리를 옮겨서라도 다시 피어나야 했으리라. 백척간두의 간절함이 이룬 결과이기에 숭고하마져 깃들었다.


봄이 준 선물이 하나 더 왔다. 두고두고 피어있으라고 지켜보는 이의 향기를 더하여 곱게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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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언어사전'
-이정록, 문학동네


봄날, 노오란 개나리가 피어 있는 담장 아래 볕바라기하는 마음과 닮았다. 따스하고 여유롭기에 무엇이든 다 품에 안을 수 있는 봄날처럼, 손에 들면 노랗게 봄물이라도 들 것 같은 속삭임이다.


새로운 방식의 시집이다. '가갸날'부터 '힘줄'까지 익숙하거나 생소하거나 때론 의외의 낯선 낱말들로 쓴 316편의 시를 엮었다.


독특한 장정도 주목되지만 봄볕마냥 샛노란 표지에 혹시 손때라도 묻을까 염려되어 조심스럽다. 시인도 처음이고 시인의 글도 처음이기에 첫걸음 내딛는 아이 마음으로 첫장을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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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앵두꽃이 피었다. 반사적으로 김윤아의 노래 '봄이 오면'을 저절로 흥얼거린다. 몸도 마음도 비로소 봄 속으로 들어온 셈이다. 가지 끝에서 피어 안쪽으로 촘촘하게 가득 피는 동안 봄은 무르익어 갈 것이다.


핏빛 사월의 첫날이다.
흐린 하늘 아래 숨막히도록 가득히 앵두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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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몇번이고 그 숲에 들었는지 모른다. 노루귀 꽃잎 떨구면서부터 행여나 소식있을까 하는 없는 짬을 내서라도 숲에 들었다. 지난해 큰 무리는 사라졌지만 옂전히 봄 숲에 고운 등불 밝히는 꽃이다.


가늘고 긴 꽃대를 꽃만큼이나 이쁜 잎과 함께 붉은 생명의 기운으로 새싹을 낸다. 여럿이 모여 핀 풍성한 모습도 홀로 피어난 모습도 모두 마음을 빼앗아가는 녀석이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든다고 했던가. 피는가 싶으면 이내 꽃잎을 떨군다. 하트 모양의 잎도 꽃만큼이나 이쁘다. 꽃잎 다 떨어지고 난 후 더 주목하는 몇 안되는 종류 중 으뜸이다.


강아지가 먹으면 깽깽거린다거나,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철에 피어난 모습이 마치 일 안 하고 깽깽이나 켜는 것 같다거나 깨금발 거리에 드문드문 피어서라는 등등 낯선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에 대한 유래는 여러가지다.


이 이쁜 모습에 유독 사람들 손을 많이 탄다. 수없이 뽑혀 사라지지만 여전히 숨의 끈을 놓지 않은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심하세요' 라는 꽃말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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