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바짝 붙어서 꽃을 피웠다. 이렇게 꽃을 피운 민들레는 씨앗을 퍼뜨릴 때가 되면 꽃대를 불쑥 키워 높이를 확보하고 때를 기다린다. 바람따라 멀리 씨앗을 보내기 위함이다. 민들레 첫 비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영복의 '만남' 필사노트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처음처럼의 한대목이다. 첫걸음, 첫만남, 첫눈빛, 첫마음ᆢ그 모두를 가능하게했던 처음처럼.


처음처럼ᆢ. 뜰에 민들레 한쌍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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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초'
올 봄, 조그마한 내 뜰에 유난히 많은 종류의 풀꽃이 들어왔다. 대부분 꽃 같은 향기로운 마음을 가진 이들의 나눔이고 간혹 화원에서 사들이기도 했다. 들꽃은 들어온 첫 해에 꽃을 보는건 쉽지 않지만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꽃을 피웠다.


제법 투툼한 질감에 털 많은 잎을 바닥 삼아 하트 모양으로 갈라진 다섯장의 홍자색 꽃이 둥그렇게 모여 핀다. 야생에서 본 적이 없으니 제대로 된 멋과 맛을 다 알 수 없지만 충분히 유추해볼 수는 있겠다.


앵초라는 이름을 가진 종류로는 잎이 거의 둥근 큰앵초, 높은 산 위에서 자라는 설앵초, 잎이 작고 뒷면에 황색 가루가 붙어 있는 좀설앵초 등이 있다.


꽃이 마치 앵두나무 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앵초라고 하였다는데 그 이유에 의문이 들지만 꽃에 걸맞게 이쁜 이름이긴 하다. ‘행복의 열쇠’, ‘가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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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 비는 내리지 않는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어느사이 푸른 잎으로 단장한 건너편 키다리나무가 쉴 틈이 없다. 뿌연하늘로 답답한 마음에 이 바람으로 인해 청량함이 더해진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로 시작하는 이양하의 '신록 예찬'의 일부다.


이런저런 이유로 때맞춰 보내주는 자연의 신비로운 선물을 놓치고 산다. 멀리 또는 특별한 무엇을 찾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지금 내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에 펼쳐진 5월의 하늘과 그 하늘아래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세상과 잠시 눈맞춤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출근길 삼거리 카페 앞 등나무에 꽃이 피었다. 기어이 차를 멈추고 눈맞춤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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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판나물'
초록과 노랑의 어울림에서 전해지는 색감과 두께가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느껴지는 질감까지 독특한 느낌의 식물이다. 무게감에 더하여 고개숙인 모습에서 단정함을 본다.


숲 그늘에 홀로 또는 무리지어 핀다. 곧은 꽃대에 묵직한 꽃을 피워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잎 모양이나 전체적인 모습으로 봐서 둥굴레나 애기나리와 비슷하지만 꽃과 크기 등에서 차이가 나 쉽게 구분이 된다.


윤판이라는 이름은 지리산 주변에서는 귀틀집을 윤판집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식물의 꽃받침이 마치 윤판집의 지붕을 닮아서 윤판나물이라고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줍은 듯 아래로 꽃이 피는 모양에서 비롯된 듯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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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서, 조선을 말하다 - 혼란과 저항의 조선사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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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과 나라의 안위를 위해

삶에서 쉬운 길이 어디있으랴마는 유독 어려운 길을 가는 이들이 있다남들이 관심두지 않은 일에 매진하며 지향하는 바와 소소한 일상 사이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그렇다한국 전통무예를 연구수련하는 저자 최형국에 대한 관심이 수원화성에서 보여주는 무예시범에 그치지 않고 반듯한 학자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그의 저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병서조선을 말하다'는 바로 최형국의 근간이다.

 

왕조사를 중심으로 역사를 살피는 기존 시각에서 한 발 벗어나 다양한 테마로 접근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역사인식의 지평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여기에는 문화민중외교 등으로 분야 나누어 살피는 것도 있고 소나무를 중심으로 산림정책을 살피거나 소고기의 유통 과정을 통해 농업관련 정책을 살피는 것 등이 그것이다.

 

최형국의 '병서조선을 말하다'는 '전쟁과 병서'를 키워드로 하여 조선의 전쟁에 대한 정책과 제도를 살핀다전쟁이란 현대사회도 마찬가지지만 한 사회를 송두리째 몰락시키거나 때론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치명적인 사건이기에 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는가는 그 시대를 이해하는 핵심 사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법역대병요국조정토록무예제보병학지남무예신보무예도보통지행동명장전융원필비,무비요람훈국총요무예도보신지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의 진법부터 광복 후인 1949년 곽동철의 무예도보신지에 이르는 병서들이다. “병서라는 것은 크게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연관되어 있고 작게는 뭇 백성의 삶과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그러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는 선조실록에 기록 된 병서의 의미다군대의 조직과 군사의 편재를 포함하는 병서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잘 나타낸 것으로 이해된다저자 최형국은 이 책에서 조선시대의 주요 병서들을 소개하며병서에 반영된 조선의 모습을 생생하게 읽어낸다.

 

조선 후기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었던 영정조시대는 문무겸전론과 다양한 병서 편찬을 기반으로 가능했던 분석은 흥미롭게 읽힌다정조의 문치규장무설장용(문은 규장각으로무는 장용영으로 다스린다)’은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춰 그 당시 군사를 바라보는 정책이 반영된 병서를 살펴 시대상을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조선 건국부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정조의 개혁 정치쇄국과 문호 개방 등 조선 500년의 굵직한 사건들과 조선 내외의 정치·사회 변화의 맥을 짚어보고시대에 발맞추어 등장한 병서들을 소개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대결의 모습은 조선시대와 현대사회가 크게 달려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최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한의 지도자가 만나 65년 만에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합의를 했다이러한 일련의 과정 역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걸린 중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병서를 통해 조선 사회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그 중심에는 백성과 나라의 안위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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