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에 초록을 더해가는 숲은 봄에서 여름으로 탈바꿈하느라 바쁘다. 뭇생명들을 품고 기르기 위해 숲은 짙어지고 깊어진다. 풀은 땅을 덮고 나뭇잎은 하늘을 가린다. 닫힌듯 열린 숲은 숨 쉴 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때를 보내고 있다.


온기를 담은 품으로 생명을 기르는 일이 숲만의 고유 영역은 아니다. 사람도 사람들의 숲에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고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고유한 향기를 채워간다. 사람의 숲에서는 모두가 서로를 거울로 삼고 제 길을 간다.


온기와 그늘로 생명을 품어주던 숲도 눈보라와 비바람으로 그 생명을 내치듯, 언제나 내 편으로 든든한 언덕일 것만 같던 사람들도 자신의 잇속을 챙기느라 손바닥을 뒤집는 것이 사람의 숲이다. 이렇게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일에서 풀과 나무의 숲이나 사람 숲은 서로 다르지 않다.


5월의 숲이 찬란한 빛으로 가득하듯,
돌아보면 결코 스승 아닌 이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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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앵초'
높은산 숲속에 꽃들의 잔치가 열렸다. 기꺼이 발품 팔아서라도 눈맞춤하고픈 꽃이다. 무리지어 아름다움을 뽑내는 것이 장관이지만 홀로 피어도 그 빛을 감추진 못한다.


홍자색 꽃들이 꽃대 끝에 모여 피어 머리에 화관을 쓴 듯하다. 앙증맞은 꽃이 꽃대 끝에 모여 있으니 서로가 서로를 더 빛나게 한다.


앵초라는 이름은 꽃이 앵도나무의 꽃과 비슷해서 붙여진 것으로 큰앵초는 앵초보다 크다는 의미다. 잎의 모양과 크기 등으로 구분이 어렵지 않다.


이질풀의 세상이 되기 전 지리산 노고단 인근은 큰앵초의 꽃세상이다. 순탄한 길을 걷다가 행운이라도 만나듯 큰앵초를 본다. '행운의 열쇠'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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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난 길을 걷는다. 단체로 제법 시끄럽게, 가족이 서로를 돌보며, 걷는 속도를 조절하는 사람이랑 둘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혼자도 있다. 모두가 자신들의 목적에 충실한 걸음의 속도로 걷는다. 빠르고 느리고는 더이상 문제가 아니다.


각기 뚜렷한 개성을 가진 나무와 풀들이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제 시간을 제 방법으로 사는 곳이 숲이다. 속은 아우성치지만 겉으론 평화롭기 그지없다.


숲이나 그 숲을 찾는 사람이나 속내와 겉모습의 다름이 이처럼 서로 다르지 않다. 평화와 공존을 추구한다지만 제 자리를 내놓을 마음은 없어 보인다. 다만, 서로에게 필요한 넓고 좁은 거리를 둘 뿐이다.


삶, 무엇이 공존을 가능케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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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무꽃'
할 말이 많은듯 하지만 그 말이 시끄럽거나 원망섞인 아우성은 아니다. 봄날 살랑거리는 햇볕마냥 경쾌한 감탄사 정도로 탄성을 내뱉는다. 유독 빨리 핀 골무꽃을 만났다.


자주색의 꽃이 꽃대에 모여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핀다. 색감이 주는 강렬함에 이끌려 눈맞춤하지만 특이한 모양도 은은한 향기도 매력적이다.


골무꽃, 독특한 이름이다. 골무는 옛날 여인들이 바느질을 할 때 손가락에 끼고 바늘을 꾹꾹 누르던 것을 말한다. 이 꽃의 열매를 감싸고 있는 꽃받침통의 모양이 그 골무를 닮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골무꽃, 광릉골무꽃, 산골무꽃, 그늘골무꽃, 좀골무꽃, 구슬골무꽃, 흰골무꽃ᆢ등등 복잡한 집안의 꽃이라 고만고만한 차이로 구분이 쉽지 않다.


머리를 우뚝 치켜세운채로 고고한 자태가 돋보이는 모습에 어울리는 '고귀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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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우뚝 섰다. 말라버린 나무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킨다. 드나드는 마을 입구에 언제부턴가 안쓰러움으로 바라보는 나무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숨을 멈추고도 그자리에 서 있다.


나목은 때를 기다려 잎과 가지를 내어 내일을 오늘로 만들어 간다. 숨을 멈춘 나무라도 다를까. 숨을 멈춘 나무의 내일을 생각한다.


무진霧津을 무진無盡으로 읽으며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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