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남자'
-이만근, 나비클럽


애써서 무엇을 이루고자하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세상을 비관하거나 달관한 것도 아니다. 내 삶의 중심에 다른 무엇이 아닌 '나'를 놓고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삶의 최소주의자'라는 글에서 멈추었다. "아무것도 갖지 않고 세월이 되어가는"에 이르러 그 이유를 짐작한다. 표현할 다른 무엇이 있지도 않을 것 같다. 닮은 듯 다른 누군가를 글을 통해 만난다는 경험이 싫지 않다.


"사람도, 물건도, 옷도, 마음도, 말도. 소설이나 시를 짓기에는 성격상 민망해서, 최소한의 문장만 남겨진 글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애초에 무엇이 되기 위해 꿈꾸지 않았던 기질이 빚은 문장은 그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묘한 기대감이 앞서는 남자의 이야기를 쫒아가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깨진 독을 거꾸로 세우고 그 위에 깨진 단지를 올려 놓았다. 깨졌다고 쓸모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용도변경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조건에 어울리는 의미를 더한다.


'우리집에 깨진 독 있는데 가져갈거냐'고 묻는다. 동네 할머니의 손때가 묻어 함께 늙어왔을 독이 깨지자 차마 버리지 못했을 마음을 짐작한다. 곱게 안고와 자리를 잡아줬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이 제자리인양 썩 잘 어울린다.


시간이 쌓인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시간은 저 홀로 저절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는듯 이야기를 더해줄 씨앗을 심었다. 그 씨앗이 싹을 내고 더디지만 멈추지않고 커간다. 자리를 잡았으니 별일이 생기지 않은 이상 꽃을 피울 것이다.


용도변경된 독이 서 있는 한 내 꿈과도 같은 씨앗을 반복해서 심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감자난초'
먼데서 오는 꽃소식은 마음을 늘 급하게 만든다. 볼 수 있을지없을지도 알 수 없지만 우선 반갑다. 시간을 내고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복 또한 꽃이 준 선물이다.


나뭇잎으로 우거진 숲에 볕이 드는 순간 유난히 빛나는 꽃이다. 꽃대에 많은 꽃을 달았고 그 하나하나가 모두 빛을 발하고 있다. 녹색 꽃대와 황갈색 꽃, 하얀 꽃잎술이 어우러진 모습이 매력적이다.


왜 이름이 감자난초일까. 둥근 알뿌리가 감자를 빼닮아서 감자난초라고 한다. 감자라는 다소 투박한 이름과 어울리지 않지만 그 이름 때문에 더 기억되기도 한다. 크기와 색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숲 속에서 만나는 꽃들은 모두가 숲의 요정이 아닐까 싶다. 있을 곳에 있으면 그곳에서 빛나는 모습이라야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꽃말이 '숲속의 요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국의 붓 - 붓장 유필무에게서 듣는 우리 붓 이야기
정진명 지음 / 학민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통의 계승

생각만 있고 다양한 이유로 여전히 머뭇거리는 것이 있다필요성이 내면에서 덜 익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기회는 언제고 올 것이다그때 놓치지 않고 하면 된다그렇게 다독이던 마음에 솔솔 불을 지피는 일이 있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알고 지내는 분이 내 거처를 방문하면서 우연한 갖게 된 그분의 붓글씨 쓰는 모습을 지켜봤다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현장감 넘치게 붓글씨를 쓰는 매력적인 모습과 세필로 쓴 사람들의 이름에서 붓글씨가 갖는 힘을 마주한 것이 바로 불씨가 된 것이다.

 

마침 붓과 붓을 만드는 붓장의 이야기를 담은 책 한국의 붓을 만났다이 책의 출발은 붓의 역사가 수 천년이 되었고 여전히 유효한 문방사우 임에도 붓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는 현실로부터 출발하고 있다이 책을 쓴 정진명은 그 안타까운 전후 사정을 밝히며 첫발을 내딛는다.

 

글을 쓴 이는 저자 정진명이지만 글의 내용은 충청북도무형문화재 제29호 필장筆匠 기능 보유자 유필무의 붓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붓장 유필무는 서울의 전통 붓 매는법을 배운 이후증평으로 내려가 지금까지 그것을 고집스럽게 실천하는 공예 장인이다.

 

이 책은 붓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붓을 매는 자세한 과정을 담았다붓을 매는 과정을 사진에 고스란히 담아 하나의 붓이 탄생하기까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붓을 보는 철학과 붓의 역사붓에 관한 용어까지 정리하고 있어 붓에 관한 일반적인 이해와 붓이 우리 겨레의 삶 속에 녹아든 전통문화의 영역으로서 중요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마침 책 속의 주인공 '유필무 붓장'의 붓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충북 증평군은 2018년 5월 12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증평읍 남하리 증평민속체험박물관 문화체험관에서 충청북도무형문화재 제29호 필장筆匠 기능 보유자 유필무씨의 붓 이야기를 주제로 기획전시회를 연다."

 

손으로 쓰는 글씨가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붓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관심을 얻을지 의문이지만 바로 그 지점이 이 책이 필요한 까닭이라 여긴다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공통된 부분이 전통이라면 이를 계승한다는 것은 계인의 창작과 연결되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떻게 계승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서 주목해 본다.

 

한국의 전통 붓이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것은 1993년 한중 수교이후의 일이라고 한다여전히 그리고 쓰는 분야에서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인 붓이 전통의 계승으로 이어져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슬붕이'
하늘 향해 가슴을 활짝 열어둔 공간에 하늘로부터 긴 여행을 떠나온 조그마한 별들이 내려앉았다. 떠나온 곳이 그리워서일까 열어젖힌 꽃잎 가득 하늘을 품었다.


별을 대하는 마음이 단정해야한다는 듯 다소곳한 몸가짐으로 무릎을 굽혀 최대한 몸을 낮추어야 눈맞춤이 가능하다. 혹 입김에라도 다칠까 조심스럽다.


연한 보라색으로 피는 꽃이 볕을 받아 더욱 빛난다. 앙증맞다는 말로도 다 표현하지 못하는 귀여움이 있다. 꽃이 한 줄기에 하나의 꽃을 피운다. 가을에 피는 용담의 축소판처럼 닮았다.


떠나온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별에게 꽃말처럼 '기쁜소식'이 전해지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