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시키실려구요?
위태위태하다. 무슨 꽃을 어디에 심을지를 두고 눈치보느라 서로 조심스러운데 여기에 꽃을 사오시는 분들 때문이다.


집에 드나드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소박했던 정원에 관심을 두는 분들도 늘었다. 꽃 좋아하는 주인 생각해서 꽃선물을 많이 한다. 그 꽃들이 한결같이 모양과 색깔이 화려해서 금방 눈에 띄는 원예종들이 대부분이다. 이것이 문제다. 꽃이 좋다지만 모든 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가는 꽃이 따로 있기에 기피하는 종류의 꽃선물은 난감하기만 하다.


꽃 같은 좋은 마음으로 오신 분이 꽃을 주고 간 후부터 폭풍전야가 시작된다. 난감한 심기를 드러내는 나와 손님의 마음이니 고맙게 받아 가꾸어야 한다는 집사람 간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싸울 수도 없고 사온 꽃을 버릴 수도 없고 심고 가꾸자니 피어 있는 동안 볼 일이 막막하다. 할 수 없이 뜰 한쪽 구석진 자리에 심지만 불편한 속내는 여전하다.


꽃 사오지 마세요.
작고 다소 어수선하게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뜰을 원한다. 산에서 들에서 피고지는 우리의 꽃들로 시간을 두고 가꿔왔듯 그렇게 가꿀 것이다. 사는 주인이 편안하고 즐거워야 찾아오신 분들도 편안한 시간 누릴 수 있다. 어디를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는 꽃들이 아니라 작고 소박한 것들이 어우러지는 여기 만의 독특한 정서를 원한다. 가끔 오셔서 누리시기만 하면 된다.


손도 마음도 가볍게 오시라.
꽃 때문에 싸울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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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류근 저, 해냄

허우대 멀쩡한 사내가 대낮에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막춤을 춘다. 미울만도 한데 정겹게 다가 온다. 페이스북이란 낯선 공간에 적응하느라 버벅댈 무렵 만난 첫인상이 그랬다.

‘삼류 트로트 연애시인’, '나의 이데올로기는 낭만주의'라고 스스로 표방하는 사내의 속내는 그리 속잡해 보이지 않는다. 쌓이는 감정을 그럴듯하게 왜곡하여 드러내고자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단정한 마음가짐을 본다.

'아픈 것은 더 아프게, 슬픈 것은 더 슬프게' 
경계에 머뭇거리는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나는 이것보다 더 확실한 묘책을 알지 못한다.

사랑에 함부로 속아줄 준비를 마쳤다. 이제 시인은 어떻게 나를 속이는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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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진 2018-06-20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감동받았어요 좋았습니다!!추천추천!

무진無盡 2018-06-21 19:38   좋아요 0 | URL
시인의 따스함 마음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은진 2018-06-20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생각이 들게 해준 책이였습니당!ㅠㅠ
 

맞은편 키다리아저씨 메타세콰이어를 흔들어대는 북서풍에 비릿한 물내음이 담겼다. 비가 올거라고 미리 신호하는 비내음이 반갑다. 여름의 시작을 뜨겁게 달궜으니 미안한 마음에 하늘이 주는 선물이라 여긴다.


물 속에 거꾸로 선 나무는 젖을 준비를 마쳤다. 비를 기다리는 나처럼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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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노루발'
닮은듯 다른 존재가 한없는 궁금증을 불러왔다. 이곳 어디에도 분명 있을텐데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만 더하다가 다른 꽃 보러가는 길에 우연히 눈맞춤 했다. 그렇게 만났던 꽃을 올해는 먼길 나서서 원없이 본다.


하얀꽃이 아쉬움 가득하게 달렸다. 꽃대 하나에 하나씩 피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일찍 맺힌 꽃망울이 피기까지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꽃보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습으로 피는 노루발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꽃이 매화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매화'가 붙여진 이라고 한다. 고고한 매화의 매력을 여기서도 찾아 누리려는 옛사람들의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꽃을 찾고 꽃과 함께 일상을 누리는 마음이 곱다.


숲 속의 나무 그늘에서 좀처럼 들지않은 햇볕을 기다리듯 오랜 기다림 끝에 피는 꽃이어서 그런걸까. '소녀의 기도'라는 꽃말에서 먼 미래를 그리는 아련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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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그 황홀한 빛의 숲에 들다. 이른 시간 숲은 이미 빛의 세상이다. 한낯 햇살의 뜨거운 기운이 맹위를 떨치기 전 숲으로 파고드는 햇살의 느긋함이 담긴 때의 숲이 좋다. 터벅터벅 적막을 깨는 스스로의 발자국 소리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의 나들이다.


계곡 돌틈에 떨어진 꽃잎 위의 빛, 정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바람 소리, 반가움과 경계를 넘나드는 새의 울음, 눈 보다는 코의 예민함을 건드리는 숲의 향기에 넘실대는 산그림자의 손짓, 오랜만에 만난 동무를 반기는 다람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숲 속 한 식구가 누리는 시간의 공유다.


숲, 숨에 틈을 내는 시공時空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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