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자덩굴'
먼길을 기꺼이 나서게 한다. 무엇에 홀린듯 길을 나서면서도 굳이 그것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보고자 길을 나선다고 매번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아는 까닭이다. 무심한듯 나선 발걸음에 의외의 것들을 만났을때 느끼는 반가움이 크다.


하늘을 가린 키큰 나무들 사이로 볕이 스며드는 순간 오롯히 빛나는 모습을 만나면 슬그머니 주저앉아 꽃과의 눈맞춤을 시작한다. 작다고 그 아름다움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중력을 배가시켜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꽃도 그렇다.


하나의 꽃대에 두개가 나란히 쌍으로 피어 애뜻함을 불러온다. 숲 속 나들이 나온 다정한 연인을 보듯 반갑고 정다운 모습이다. 흰색으로 피는 꽃에 꽃술의 다른 모양으로 암수를 구분한다. 간혹 같은 꽃대에 암꽃과 수꽃이 함께 있는 것도 보인다.


호자虎刺, 독특한 이름을 가졌다. 호자는 가시가 날카로워 호랑이도 찌른다고 해서 호자虎刺라는 이름이 붙은 호자나무에서 유래한단다. 호자나무와 잎과 빨간 열매가 비슷하지만 덩굴성 풀이라 호자덩굴이라 한다.


가을에 빨간 열매가 앙증맞게 열린다고 한다. 암수가 나란히 있어서 그럴까 '공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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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겁지 않은 산길을 걸었다. 해발 고도를 감안하면 오히려 수월했다. 그렇더라도 피로감을 느끼는 발의 수고로움을 달래주려고 계곡에 들어선다. 5초도 견디지 못할 차가움에 따뜻한 바위에 걸터 앉아 볕이 드는 나무 사이를 바라본다.


순간이다. 주목한 대상에 빛이 머무는 시간은 늘 잠깐이다. 빛이 만들어 주는 명암의 세상으로 인해 사물을 인식한다는 것, 늘 새로운 발견이다.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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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식물'
-리처드 메이비, 김윤경 옮김, 글항아리

한정된 분야에서 지극히 한정된 식물을 보면서도 식물의 살아가는 생태가 사람의 삶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발견한다. 놀랍고 신비스러우면서도 때론 웃음을 자아내는 식물의 세계는 늘 흥미롭다.

이 책 '춤추는 식물'은 "식물을 무대 중심에 올려놓고 인류와의 접경지대에서 펼쳐진 그들의 눈부신 활약을 드라마틱하게 추적한다. 구석기 동굴 벽화에 나타난 식물의 존재부터 미모사가 어떻게 ‘지능’을 이용해 학습하는지에 대한 최신 연구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식물과 마주한 순간을 되짚어본다. 여기에 역사, 문학, 과학, 식물학, 문화의 교차점 그 중심에 놓인 식물을 소개한다."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식물의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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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골무꽃'
낯선 바닷가의 시원스런 풍광에 마음 빼앗길 사이도 없이 돋보이는 색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첫 눈맞춤의 강렬함은 뇌리에 각인되어 시원스럽게 펼쳐진 그 바닷가와 함께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골무꽃, 정겨운 이름이다. 골무는 여자들이 바느질할 때 사용하는 도구인 골무를 의미한다. 씨방이그 골무를 닮아 골무꽃이라 부른다. 참이란 진짜라는 의미로 진짜골무꽃이라는 뜻일테지만 골무꽃은 따로 있다.


골무꽃, 산골무꽃, 광릉골무꽃, 호골무꽃, 그늘골무꽃, 애기골무꽃, 왜골무꽃 등 꽤 많은 골무꽃이 있어 구분이 쉽지 않지만 참골무꽃은 색감과 사는 곳으로 금방 알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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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류근 지음 / 해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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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트로트 연애시인이 전하는 마음의 위로

허우대 멀쩡한 사내가 대낮에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막춤을 춘다미울 만도 한데 정겹게 다가오는 것은 얼굴에 담고 있는 어설픈 미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페이스북이란 낯선 공간에 적응하느라 버벅댈 무렵 류근 시인을 만난 첫인상이 그랬다그 후 간간히 풀어가는 글 속에서 전해지는 어설픈 유머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위로가 필요할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아침부터 울고 싶은 날나보다 먼저 슬픔이 일어나 눈시울을 깨우는 날마치 저쪽에서 고요히 들려오는 이름 하나 있다위로가 필요할 때 가정 먼저 생각나는 사람만날 수 없고만질 수 없고바라볼 수조차 없는 사람그러나 생각만으로도 마음 안에 분홍의 꽃밭이 일렁이는 사람.

이런 사람 이 생애에서 한 번쯤 만났으면 됐지한 번쯤 눈 맞췄으면 됐지.”

(지워진 이름조차 살아와 손을 얹는다 중에서)

 

'아픈 것은 더 아프게슬픈 것은 더 슬프게'

나와 너안과 밖오늘과 내일사랑과 이별행복과 괴로움 등 다양한 경계에 머뭇거리는 갈팡질팡하는 마음 상태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나는 이것보다 더 확실한 묘책을 알지 못한다경계의 양 끝에 한발씩 두고서 어쩔지를 모르는 상황을 끝내는 것은 그 극단을 알았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깊은 권태와 방황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디면서도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다.그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결국 스스로를 다독일 힘의 원천을 찾고자 하는 열망일 것이다그 열망의 다른 이름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가끔은 그 사랑에 함부로 속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일상에서 그런 여유를 찾아가자고 속삭이는 것이 류근 시인이 건네는 마음의 위로가 아닐까사랑에 함부로 속아줄 준비를 마쳤다이제 시인은 어떻게 나를 속이는지 보자.

 

어느 페이지를 넘기더라도 짧을 글 속에서 만나는 따뜻한 위로는 류근 시인의 맑고 따스한 마음 이전에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이니 간직된 온기가 조심스럽게 스스로를 다독임과도 다른지 않을 것이다류근 시인을 바로 그 접점에서 사뭇 진지한 농담을 건네고 있다류근 시인의 노랫말에 가수 김광석이 부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전하는 위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류 트로트 연애시인’, '나의 이데올로기는 낭만주의'라고 스스로 표방하는 사내의 속내는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쌓이는 감정을 그럴듯하게 왜곡하여 드러내고자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솔직 담백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나가는 글의 은유가 때론 두어 발자국 물러나 자신을 살피게 하지만 그 모든 것에서 시인의 단정한 마음가짐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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