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볕이 사납다지만 그보다는 식물들의 볕을 향한 갈망이 더 뜨겁다. 순리에 따른다지만 숨죽여 멈춘듯 그 뜨거움을 품어야하는 식물의 오후는 숨이 가프다. 제 사명에 충실한 여름을 건너는 것도 생명의 일이기에 당당하게 맞이한다.


억지를 부려보지만 결국 나무 그늘로 숨어들어 안도의 숨을 내쉰다. 나무에 기댄 담쟁이덩굴의 잎에선 푸르름이 넘치고 빛이 건너오는 숲은 싱그럽다. 여름의 한복판으로 내달리는 태양을 피해 들어온 오후 3시 30분의 나무의 품은 하루를 건너는 징검다리다.


초입에서 머뭇거림은 가야할 길을 줄여주지는 않는다. 더디더라도 멈추지 않고 걷는다. 그곳에 닿을 때까지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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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름다운작은음악회

앙상블 시나위 '시간의 공간'


*프로그램
ㆍEclipse 
ㆍ달빛유희
ㆍCredenza for Soul
ㆍ시간의 경계
ㆍ부용산
ㆍ마왕을 위한 시나위
ㆍ자규새


2018. 6. 27(수) pm. 7:30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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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지치'
처음 본 꽃이지만 익숙한듯 한눈에 알아 본다. 눈에 익혀둔 까닭이다. 먼길 갔던 서해 바닷가 모래와 옹벽이 만나는 경계에서 눈맞춤 한다.


흰색 꽃이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 달려 핀다. 다섯갈래로 난 통 꽃잎 사이로 연노랑색의 줄이 이채롭다. 은근한 향기도 이 꽃을 주목하게 만드는데 톡톡히 한몫한다.


짠물이 날리는 바닷가에 사는 식물들의 식생은 조금 다를 것이다. 파도에서 나오는 작은 물 입자와 아주 미세하게 들어 있는 염기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살고 있으며, 주로 서해안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른 더위를 피해 바닷가에 나온 사람들의 시선은 바닷물이 빠져나간 먼 곳을 향해 있다. 눈여겨 봐주는이 드물어도 꽃은 때를 놓치지 않고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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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이 여기에도 해당될까. 마감을 몇시간 앞둔 지금의 심정이 짐작은 된다. 그러나 간절함이 개인의 안위를 넘어 대의에 닿기를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무리수 처럼 보인다.


동아줄로만 믿고 있던 줄이 결국 떨어질 끈이라는 것. 아슬아슬하게 위태로운 상황이 주는 절박함이 시한부라는 것. 그토록 오르고 싶고 잡고 싶은 것의 실체다.


부끄러움이 그 간절함에 포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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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꽃이 뭐라고ᆢ.
새벽길을 기꺼이 나서게 한다. 한겨울 눈밭을 찾게 하고, 가던 길 뒤돌아 오게 하며,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해는 언제 뜨는지 날씨에 민감하게 만든다. 높이를 구별 않고 산을 오르게 하며, 들로 강으로 불러낸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게 하며, 심지어 드러눕게도 만든다. 이 모든 곳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른 봄 불갑사 계곡을 서성이게 하고, 칼바람 맞으며 백아산 구름다리를 건너게 하며, 때를 기다려 8시간 동안 무등산을 오르게 하고, 연달아 3주를 노고단을 찾게 하며, 30년 만에 다시 세석평전으로 부르고, 비오는 날 남덕유산의 능선을 걷게 하고, 태풍이 도착한 향적봉을 오르게 한다. 백운산의 정상 바위에 서게 하고, 회문산 서어나무를 껴안게 만들며, 안개 낀 동악산 정상 철계단을 내려가고 하고, 옹성산 바위를 걷게 하며, 호젓한 입암산 산성을 둘러보게 한다. 뒷산에 있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묘지를 서성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낯설고 먼 길을 서슴없이 나서게 한다. 스스로 만든 꽃 달력을 매일 반복해서 살피고, 꽃 피었다는 소식 혹시나 놓칠세라 멀고 가까운 곳에 귀를 기울이며,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불원천리 찾아간다. 꽃을 못 보는 때에는 모든 것이 꽃으로 보이는 환각을 감당하게 만든다. 결코 찾아오는 법이 없는 꽃을 찾아 기꺼이 시간과 돈을 들인다. 꽃이 부리는 횡포가 실로 엄청나다.


그렇다고 꽃의 갑질에 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꽃 보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꽃향기 품어 사람과의 만남에 꽃향기를 전한다. 꽃 찾아 산과 들로 나도는 사이 몸은 꽃을 키우는 자연을 닮아 건강해지니 다시 꽃 찾아 나선다. 모든 지청구를 감당하며 몸이 힘들어 하면서도 다시 먼 길 나서는 것을 반복하는 이유다.


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매개한다. 꽃으로 인해 인연 맺게 하며, 맺은 인연을 끊게도 한다. 처음 보는 사람도 몇 년씩 알고 지낸 사람처럼 가깝게 만들며, 같은 꽃을 찾아 나섰다는 이유만으로도 벗으로 삼게 한다. 꽃 보다 못한 사람은 멀리하면서도 이내 꽃 마음으로 품어 꽃향기 스미게 한다. 나이, 성별, 직업, 사는 곳을 가리지 않고 꽃 안에서 이미 친구다.


꽃 닮아 환하고, 꽃 닮아 향기 나며, 꽃 닮아 순수하여 천진난만이 따로 없다. 
꽃 보듯 사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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