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보라색의 향연이다. 무리지어 있어도 홀로 피어도 그럴싸하게 폼나는 자태를 가졌다. 머리를 치겨들고 당당한 모습으로 무엇인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몇년전 강진 병영성에서 만났고 올해는 내 뜰에 들였다.
용머리,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서 용머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탁월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꼭 틀린 비유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한반도에서는 강원도 이북에서 자생한다니 야생에서는 만난다는 것은 힘들지도 모르겠다. 지금 흔하게 보는 것은 원예종으로 개발되어 공원이나 야생화 단지 등에 넓게 분포한다.
생긴 모양에서 이름을 얻었고 그 이름에 걸맞는 '승천' 이라는 꽃말도 있다. 모두가 썩 잘어울리는 조합이다.
'연꽃을 사랑함에 대하여'
물과 땅에서 나는 꽃 중에는 사랑스러운 것이 매우 많다.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했고이씨의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몹시 사랑했으나나는 홀로 연꽃을 사랑한다.진흙 속에서 나왔으나 물들지 않고맑은 물 잔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고속은 비었으되 밖은 곧아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도 없으며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우뚝 깨끗하게 서 있으니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되 함부로 다룰 수는 없다.나는 말하겠다.국화는 꽃 중의 은일자요.모란은 꽃 중의 부귀한 자요.연은 꽃 중의 군자라고.아!국화에 대한 사랑은 도연명 이후에는 들은 적이 드물고연꽃에 대한 사랑은 나와 같은 이가 몇 사람인고모란에 대한 사랑은 많을 것이 당연하리라.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이다. 연꽃 피는 여름이다. 연못에 연을 심어두고 꽃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나 불볕 더위에도 연꽃을 보러가는 이들은 알까. 주돈이의 이 애련설로 출발하여 연꽃을 향한 마음들이 고귀해졌다는 것을.
김소월의 진달래, 김영랑의 모란, 이효석의 매밀꽃, 김유정의 동백(생강나무), 도종환의 접시꽃ᆢ등. 그 사람이 있어 꽃이 있는 듯 특정한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한사람의 칭송이 그렇게 만든 시초이나 뭇사람들의 암묵적 동의가 따라붙어 형성된 이미지리라.
꽃따라 사계절을 주유하는 마음 한가운데 특정한 꽃을 놓아두고 시시때때로 떠올리며 정취를 누리는 마음이 행복이다. 무슨 꽃이면 어떠랴, 향기와 모양, 색으로 들어와 은근하게 피어날 꽃이면 그만이다. 주돈이의 연꽃보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랜 가뭄 끝에 반가운 비가 온다. 연꽃 피었다 지는 것은 지극히 짧으니 그 때를 놓치지 마시라.
'박상률의 청소년문학 하다'-박상률, 자음과모음
순전히 글쓴이에 대한 관심이다. 가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을 관심 있게 읽어간다. 책 제목에서 발견한 이름이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이유다.
"사람보다 개가 더 유명한 진도에서 개띠 해에 태어나 개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나중에 광주와 서울로 거처를 옮겨 다니며 공부를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가슴속으론 늘 좋은 의미의 ‘개 같은 인생’을 꿈꾸었다. 그 꿈이 아주 ‘개꿈’이 안 된 건 그나마 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모 인터넷 서점의 글쓴이 박상률에 대한 소개글 일부다. 글쓴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올바른 접근인지도 모르고,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지만 우선 이렇게 출발한다.
빛과 어둠은 공존이다. 적절하게 더하고 빼며, 많고 적음으로 그때그때 다른 어울림이 꽃으로 핀다. 순간적으로 피었다 모습을 바꾸며 사라지는 그 꽃은 주목하는 이의 몫이다.
매마른 모래사장을 거울삼아 스스로를 비춘다.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빛의 움직임 따라 한시도 같은 모습이 아닌데 지금 보는 것은 단지 그림자일 뿐일까?
자신을 들여다보듯 닮은듯 다른 마음을 본다. 동질감을 넘어선 자리에는 무엇이 채울 수 있을까. 큰 소망하나 담아 무심한듯 흐르는 달을 바라보며 두손 모아본다.
오늘 핀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