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하게도 온다. 냄새로도 소리로도 예고하지 않던 비가 온다. 여름날의 긴 밤을 보낸 이의 마음을 다독거리기라도 하듯 곱다. 다독이는 손길로 아침의 상쾌하게 만들어 주려고 이렇게 오나보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에 서서 빗방울 맺히는 모양을 신기하듯 바라본다.

비가 전하는 차분함으로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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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난초'
"거기서 뭐했어?" 이장님의 눈초리가 애사롭지 않다. 동네 뒷산을 얼쩡거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것도 묘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 이상하게 본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기에 이제는 이사 온 저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빙그레 미소를 건넨다.


때만되면 꽃찾아간다. 꽃이야 그곳이 아니어도 볼 수 있지만 그곳에 가야 제대로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묘지 잔디에서 불쑥 솟아나 훌쭉 키를 키우면서 꽃을 피운다. 그것도 실타래 꼬이듯 꼬여서 피기에 더 주목 받는다.


타래난초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실타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타래난초라고 부른다. 앙증맞도록 자잘한 작은 분홍색 꽃이 줄기에 나사 모양으로 꼬인 채 옆을 바라보며 달려있다. 하나의 꽃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다.


제법 실하게 피어 이쁜 모습을 고여주었던 곳은 산일을 한통에 사라졌고 많은 개체들이 올라왔던 곳도 시들하다. 해걸이를 하는 것도 아닐텐데 부실한 이유는 뭘까. 지난해 모습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며 '추억소리'라는 꽃말에 실없이 웃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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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률의 청소년문학 하다! - 십 대와 함께한 20년, 청소년문학 평론집
박상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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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률, 청소년문학 그 중심에 서다

순전히 글쓴이에 대한 관심이다가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을 관심 있게 읽어간다짧은 글이고 매체의 한계로 더 이상의 정보는 알 수 없었기에 궁금증은 더해간다그렇게 기억된 이름을 책 제목에서 발견하고 선 듯 손에 들었다.

 

"사람보다 개가 더 유명한 진도에서 개띠 해에 태어나 개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나중에 광주와 서울로 거처를 옮겨 다니며 공부를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가슴속으론 늘 좋은 의미의 개 같은 인생을 꿈꾸었다그 꿈이 아주 개꿈이 안 된 건 그나마 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모 인터넷 서점의 글쓴이 박상률에 대한 소개글 일부다글쓴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올바른 접근인지도 모르고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지만 우선 이렇게 출발한다.

 

우선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미리 밝힌다책을 구성하는 얼개가 다양하다중심 주제는 청소년문학이라지만 글쓴이의 주된 일이 청소년문학이고 그 선두에 선 사람이니 두말할 이유도 없이 적절한 선택이다이 주제를 중심으로 문학론에서부터 대담과 평론비평이 함께 있으니 한권의 책으로 중심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글 속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를 알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를 만난 것이다소설 봄바람으로 청소년문학 출발의 시작을 알린 후 지금까지 줄곧 한 분야에서 올곧게 살아온 작가 박상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매개가 된다.

 

청소년문학어쩌면 낯선 분야인지도 모른다딱히 청소년문학과 관련된 무엇을 읽었던 기억도 없고 지금은 그 대상에서 훌쩍 벗어난 때를 살기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하지만 자신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청소년을 만나는 일이라는 의미로 청소년문학을 이야기 하는 박상률의 시각에 동감하는 바가 크기에 나이를 불문하고 그 의의에 공감한다이를 바탕으로 진짜 청소년을 위한 문학이란 무엇인지어른으로서 청소년을 이해하는 것의 한계는 무엇인지그것을 뛰어넘는 소설 쓰기는 어떻게 하는지 등 청소년과 청소년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작가 박상률의 글에서 세상과 사람들에 향하는 따스한 시선을 느꼈던 것이 우연이 아님을 확인하는 과정이다청소년을 바라보는 그 따스한 마음이 청소년문학을 넘어서 세상과 사람에게로 번진 것이다모처럼 든든한 작가 한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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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의 침묵일까. 아니면 태풍의 예상 경로와는 달리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일까. 바람이 잦아든 사이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천천히 하늘을 날으는 구름 틈에서 볕이 난다.


우중충한 기분은 잠시 벗어두라는 배려일까. 창문으로 스며드는 볕이 반갑기만 하다. 살랑이는 바람에는 비내음의 음침함보다는 뽀송한 햇살의 싱그러움이 담겼다.


하늘에 고추잠자리 날고 태풍의 여파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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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연대기'
-하창수, 북인


'달', 이것으로 선택한다. 선택은 했지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다. 무작정 달을 소재로 이야기를 엮었다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이 책을 손에 들게 했다.


"달의 거리, 달 클럽, 나는 달, 발 아래 달, 수도원의 달, 월면보행, 달, 표현할 길 없는..., 달의 귀한, 무서운 독서가의 달, 탈출마술사 코니 킴의 달, 달의 사랑"


모두 열한 편의 소설이 담겼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하창수 소설을 대하는 태도가 이 소설집을 전후로 분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이 소설집에 대한 기대를 작가의 말 첫단락으로 대신한다.


"언제부턴가, 나는 달에 가 살다오곤 했다. 소풍 가듯 딱 하루만 있다 올 때도 있었고, 수학여행 가듯 꽤 여러날을 가 있기도 했고, 기분이 내키면 한해를 온통 달에서만 지내다 오기도 했다. 내게 그건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가령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5월의 첫날' 속 코모도어 호텔이 있는 뉴욕 44번가보다 신기할 게 없다는 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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