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문선 6 : 말 없음에 대하여
-정민,이홍식 편역, 민음사


8권부터 시작한 책 읽기가 한 숨 쉬었다가 다시 손에 들었다. 이제 6권이다.


신정하, 이익, 정내교, 남극관, 오광운, 조구명, 남유용, 이천보, 오원, 황경원, 신경준, 신광수, 안정복, 안석경


6권에는 18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영조 연간에 활동했던 인물들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익히 들었던 이름들이 많고 관심가는 사람도 있어 옛사람들의 사색의 행간을 더듬어보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만나 어떤 문장이 마음에 깃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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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길에 들었다'
익숙한 길이다. 눈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도 편안해지는 곳이다. 찾을 때마다 늘 새로운 무엇인가를 전해 주는 숲 길이다.


그것이 술패랭이꽃이기도 하고, 앵무새이기도 하고, 누리장나무이기도 하고, 무릇이고 하늘말나리며 고라니다. 구름과 바람이며 드닷없는 소나기다. 먼 산 그림자이며, 발자국 따라 걷던 그리움이다.


하지만, 그 숲길에 들어 꼭 무엇인가를 만나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은 숲길에선 참으로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긴 공백의 시간을 메꾸느라 분주한 마음 속 일렁임을 다독인다. 딴 곳을 바라보는 마음 보다 지금 현재에 집중하라는 눈의 수고로움이다.


늘 수고로움을 감당하는 것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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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1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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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방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

문득 문득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맞닥트리는 문제를 공감하며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그런 시각으로 지금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조건의 사람관계를 살펴보곤 한다살피는 사람관계의 중심은 연령이나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눠갈 수 있는 가의 여부다.한때그런 사람을 만나 짧지 않은 시간동안 삶과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의미를 가지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관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 책이 바로 정민 교수의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담은 삶을 바꾼 만남이다때를 놓치고 만나지 못했던 책을 뒤늦게 우연한 곳에서 만났다만나야할 것이라면 기회는 이렇게 다시 오지만다시 온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는 없을지도 모른다소년의 운명을 바꾼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 출발은 이 '삼근계三勤戒'라고 한다가능성을 알아봐준 스승과 스승의 가르침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자 했던 제자의 만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황상의 아버지가 죽은 후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황상의 처지에 공부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이유도 있다이후 스승이 해배되어 남양주로 올라가고 꽤 오랫동안 소식을 주고받지 못하다 다산의 회혼회에 이르러서야 만나게 된다그후 스승이 죽자 늙은 몸을 이끌고 묘소를 여러 차례 찾아 문상한다스승 다산이 죽고 다산의 아들들과 교류를 이어가는 황상은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당대 문사들로부터 시문에 대한 찬사를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며 빛을 발한다.

 

이상은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이야기의 개략적인 흐름이다정민 교수는 이 책에서 이 둘의 관계를 살피는 중심에 다산을 두고 있다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여겨지고 한동안 제자 황상과의 교류 단절로 인해 다산의 문헌 속에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다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운명적 만남을 키워드로 설정한다면 그 중심은 제자 황상에게로 옮겨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강진에 유배된 이후 다산의 삶과 학문에 중점을 두고 여기에 부가적인 한 요소로 제자 황상을 살피는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조금은 아쉬운 점이다운명적이라면 제자 황상의 삶에 더 깊고 강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조선 후기를 살았던 황상이라는 사람에 대한 조명을 이처럼 한 책을 없을 것이기에 그 의미 또한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고 본다거대한 산맥 같은 다산과의 만남이 한 사람의 운명에 결정적인 여향을 미쳤고 스승의 가르침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제자의 관계가 시대를 뛰어 넘어 귀감으로 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스승과 제자가 사라졌다는 세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사람 사귐의 관계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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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偶吟우음'


人之愛正士 인지애정사
好虎皮相似 호호피상사 
生則欲殺之 생즉욕살지
死後方稱美 사후방칭미


사람들이 바른 선비를 좋아하는 건
호랑이 가죽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네
살아있을 때에는 죽이려고 하다가
죽은 뒤에야 두루 아름답다고 칭찬한다네


*조식曺植(1501~1572)의 '偶吟우음'이다. 우연히 읊음이라지만 세태를 보는 확실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남명이 살던 때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나 보다.


통곡한다. 소리를 높여 슬프고 서럽게 운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야 비슷하다지만 속내는 다들 다를 것이다. 아니 깊이 들여다보면 겉모습도 분명 다르게 보인다. 속이 다르니 겉모습도 분명하게 다르다.


사람과 더불어 올바르게 살고자 애를 쓰다가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속내야 짐작되고도 남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 동의할 수 없는 마음 한구석에 애를 쓰며 어렵게 뜻을 펼치고자 했던 그 자리에 무엇하나 보테지 못했다는 마음과 남명의 '生則欲殺之 생즉욕살지 死後方稱美 사후방칭미'에 걸리는 구석이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림은 김홍도金弘道의 표피도豹皮圖다. 섬세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다지만 살아있는 표범의 무늬만큼 생동감이 넘치지는 않는다. 생명의 숭고한 사명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굴욕을 참고 조금 더디가더라도 더불어 살아서 가야하지 않을까. 결국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크다.


"살아있을 때에는 죽이려고 하다가
죽은 뒤에야 두루 아름답다고 칭찬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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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이풀'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높은 산에 올랐다. 산 아랫동네의 더위와는 상관 없다는듯 바람은 시원하고 꽃들이 만발했다. 꽃들과 눈맞춤하며 느긋하게 걷는 이 맛이 산에 오른 수고로움을 기꺼어 감내한다.


홍자색 꽃이 꽃줄기 끝에 모여 핀다. 꽃봉우리가 아래서부터 실타래 풀리듯 위로 피어간다.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피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바위 바위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이쁘기만 하다.


오이풀이란 이름은 잎에서 오이 향이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잎을 뜯어 냄새를 맡아보지만 딱히 알 수가 없다. 오이풀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로는 오이풀, 산오이풀, 긴오이풀, 큰오이풀, 가는오이풀, 애기오이풀 등이 있다.


산오이풀은 비교적 높은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남덕유산(1507m) 정상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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