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골목에 가지련히 서 있다. 정갈한 농부의 마음자리를 보는듯 지나는 발걸음도 단정해진다. 햇볕에 영글며 품 속에 향기로움을 품었을 깨를 털어낼 마음은 이미 고소함이 머물러 있으리라. 누군가의 일상을 고소함으로 물들일 참깨처럼 오늘 하루 를 올곧게 채워가자.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김준태 시인의 '참깨를 털면서' 한 구절이 머릿속에 멤도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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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꽃의 선언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하거나 선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녕 아름답거나 착한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도통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내 육체를 내가 소유할 것이다 
하늘 아래 
시의 나라에 
내가 피어 있다


*문정희 시인의 시 '꽃의 선언'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모든 행동은 관계로부터 출발한다. 하여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왔듯이 결과는 언제나 뒤집힐 수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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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나기다. 늦은밤 섬진강 어느 곳에서 만났다. 덜 식은 낯의 열기가 사라지는 증거라도 보이듯 도로에선 안개가 뿌옇게 피어난다. 강과 도로를 가르는 불빛이 은근하다. 낯과 밤, 여름과 가을을 구분짓는 불빛으로 이해한다.


가을을 부르는 마음이 모여 소낙비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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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
어린시절 추억과 깊은 관계가 있다. 등하교길 달달한 맛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기어이 밭 언덕을 넘었다. 딱히 먹을 것도 없었던 시절이고 맛의 강한 유혹을 알기에 솜이 귀한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도 한두개씩은 따 먹으라고 허락했던 것이다. 그것이 다래다.


이웃 면소재지 인근에 목화 재배지가 있고 이 꽃이 필무렵 면민의 날 행사 겸 묵화축제를 한다. 그 곳에서 얻어와 심은 모종에서 꽃이 피었다. 1363년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씨앗을 숨겨온 다음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 식물이다.


순한 꽃이 다양한 색으로 핀다. 곱다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한없이 이쁘고 정겹다. 한지에 곱게 물을 들이고 손으로 하나하나씩 조심스럽게 접어 만든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꽃 피었다 지고 열매 맺고 그 열매의 속이 비집고 나와 눈 쌓인 것 처럼 보일 때까지 내내 눈요기감으로 충분하다. 농사짓는 것이 아니기에 꽃으로 심고 가꾼다. 다래에 얽힌 추억을 잊지 못해 집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가끔 한 개씩 따 맛을 보게도 한다.


물레를 둘리고 솜을 타서 옷이나 이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자랐다. 많은 손질을 거치는 과정이 모두 정성이다. '어머니의 사랑', '당신은 기품이 높다'라는 꽃말이 이해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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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문선 6 - 말 없음에 대하여 한국 산문선 6
이천보 외 지음, 정민.이홍식 옮김 / 민음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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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가지는 힘에 대하여 생각 한다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기상관측 이래 온도계의 최고치를 갱신하며 연일 폭염이다비마져 내리지 않은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탓하기도 하고 힘없이 물가를 찾거나 냉방이 잘되는 회사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슬그머니 나무 그늘로 들어간다무더위를 피하는 나름의 방법일 것이다그 중에 하나가 마음에 드는 책 한권 손에 들고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 않아 책읽기에 몰두하는 것도 좋으리라그래 이유로 고른 책이 한국산문선 시리즈 중 6번째 밀 없음에 대하여.

 

한국산문선 시리즈를 8권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내려가며 읽는다. 7권을 지나 이제 6권이다순서를 거꾸로 잡은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간 독서 이력에서 친근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권수부터 읽는다는 것이 그렇게 되었다아직 먼길을 가야하기에 느린 호흡으로 읽어간다.

 

신정하이익정내교남극관오광운조구명남유용이천보오원황경원신경준신광수안정복안석경

 

6권에는 18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영조 연간에 활동했던 인물들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익히 들었던 이름들이 많고 새롭게 관심 가는 사람도 있다그가 누구든 옛사람들의 글 속에 담긴 사색의 행간을 더듬어보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6권에서 주목한 사람은 관직에 취하면(雜設)’을 쓴 정내교(1681~1757)와 말 없음에 대하여(題默窩詩卷後)’를 쓴 이천보(1698~1761)물론 조구명이나 신경준의 글 역시 매력적으로 읽었으나 지금 나의 관심사에 비추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 이들이 정내교와 이천보 이 두 사람이었다는 의미다.

 

먼저정내교의 잡설雜設은 술 마신 자는 취해도 때가 되면 깬다하지만 벼슬하는 사람이 취하면 재앙이 닥쳐와도 깨는 법이 없다슬프다.” 라며 권력을 잡고 그 안에서 사사로운 이익을 앞세우는 이들에 대한 질타가 사뭇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는 것이다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가진 이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은 정내교가 탄식했던 그것과 한치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천보의 말 없음에 대하여(題默窩詩卷後)’ 는 묵자에 담긴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말 없음은 그저 입을 다문다는 뜻이 아니라 말 속의 의도와 목적을 배재한 투명성을 추구한다는 정민 교수의 해설에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유익한 문장이라 공감하는 바가 크다말이 말을 낳고 그 말에 스스로가 치어 사회적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를 비교하면 깊이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산문선을 읽어가는 중 새삼스럽게 주목하는 것은 글이 가지는 힘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삶의 의지를 일상에서 실천하며 그 결과를 담은 옛사람들의 글이 주는 힘을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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