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봉(般若峰1,732 m)에 올랐다. 반야봉은 지리산맥 제2봉으로 지리십경의 하나인 낙조가 아름답다고 하여 반야낙조般若落照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노고단 정상에서 건너다 보며 돼지령에서 출발했다. 지나온 발자국을 되돌아보며 돌아갈 길을 그려본다. 노고단 정상과 돼지령, 정령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깐의 소나기는 더워진 몸을 안정시켜줄 뿐이다.


성삼재 출발 노고단 정상 들러서 반야봉 올랐다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왕복 20.1km 왕복 7시간 30분, 몸이 기억하는 길을 걷는다. 주변 모습은 달라지고 조성된 등산로 조금은 편안한 듯하다. 내려오는 길 정령치 들러서 반야봉을 올려다 본다.


둥근이질풀, 오리방풀, 층층잔대, 잔대, 물매화, 흰진범, 투구꽃, 사데풀, 동자꽃, 기생초, 쥐손이, 산오이풀, 병조희풀, 물봉선, 노랑물봉선, 흰물봉선, 흰알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바위떡풀, 고려엉겅퀴, 닭의방풀, 고마리, 미꾸리낚시ᆢ.


여전히 늦거나 빠르거나다. 목표했던 꽃은 보지 못했다. 이제 여름 꽃은 지고 가을 꽃으로 교체되는 시기다. 곧 올해의 꽃시즌도 마감을 앞두고 있다.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기회되면 다시 높은 산에 오를 것이다. 덕유산 향적봉이 남았다.


이 산 저 산, 들로 바다로 꽃 보러다니며 길러진 체력이라고 믿는다. 꽃은 보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덤으로 튼튼한 체력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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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末伏이다.
간밤의 반가운 소나기 지나가고 여운이 가시지 않은 아침을 맞는다. 많은 비를 품은 구름이 아니어도 좋다. 햇볕 가려주고 어쩌다 소나기라도 내려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은 末伏도 다 아니 갔으며
밤에는 물고기가 물 밖으로
달빛을 때리러 나온다"

*김수영의 시 '말복'의 한 구절이다. 입추지나고 말복이니 더위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변한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이미 몸이 안다. 한낮 햇볕이 여름을 붙잡고 있다고 해봐야 그것도 기껏 며칠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달빛 때리러 나올 물고기'를 기다려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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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체꽃'
가뭄에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여름날 남덕유산에 올랐다. 푸석거리는 산길을 따라 걷는 이의 지친 몸을 기대어 쉬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핀 꽃이 반긴다. 높은 산에 오른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가면 기다리기라도 하듯 제 때에 핀 꽃을 보고자 한다.


제 철에 피는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과는 달리 발걸음은 언제나 늦거나 혹은 빠르거나다. 산을 찾은 시간이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었다. 주 목적이었던 솔나리는 흔적만 겨우 확인했을 뿐이지만 이내 다른 꽃들 속에 묻혔다.


그 중 하나가 이 솔체꽃이다. 여럿으로 갈라지는 가지 끝에 제법 큰 꽃봉우리를 달고 하늘 향해 하늘색으로 핀다. 안쪽과 조금 큰 바깥쪽에 있는 꽃잎과 더 작은 크기의 안쪽 꽃잎이 각각 달라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순 우리말의 솔체꽃은 중북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란다. 비탈진 기슭에서 우뚝 솟아 하늘 향해 핀 솔체꽃을 보고 있으면 무엇을 그리워 하는듯 보인다. 꽃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도 어느사이 꽃과 닮아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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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직에 취하면(雜說)

술을 좋아하는 자가 있었다. 밖에 나가 무리를 따라 크게 취하여 저녁때 돌아오다가 집을 못 찾고 길에 벌렁 눕더니, 제 집으로 생각해서 미친듯 소리치고 토하며 인사불성 제멋대로 굴었다. 바람과 이슬이 몸을 엄습하고 도둑이 틈을 노리며 수레나 말에 치이고 사람에게 밟힐 줄도 모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그를 비웃고 마치 기이한 꼴이라도 본 듯이 했다.


아! 어찌 이것 만이 유독 이상하다 하겠는가? 오늘날 벼슬아치들은 급제해 벼슬에 오르거나 벼슬해서 현달하게 되면, 깊이 도모하고 곰곰이 따져 보아 시대를 구하고 나라를 이롭게 할 생각은 않고, 오로지 승진하기만을 끊임없이 바라며 욕심 사납게 얻는 데 싫증 내는 법이 없다. 그러다가 원망이 쌓여 화가 이르니 남들은 위태롭게 여기지 않은 이가 없는데도 정작 자신은 여전히 우쭐대며 오만하게 군다. 참으로 심하게 취했다 하겠다. 아! 술 마신 자는 취해도 때가 되면 깬다. 하지만 벼슬하는 사람이 취하면 재앙이 닥쳐와도 깨는 법이 없다. 슬프다.


* 정내교(1681~1757)의 글이다. 조선시대 문인이다. 한미한 집안 출신이었으나 시문에 능하고 거문고와 노래 솜씨가 대단해 널리 이름을 얻었다.


가관도 아니다. 하는 꼴이 도대체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의 한심한 모습이다. 눈 먼 돈, 쌈지돈 인 양 쓰던 것을 빼앗기게 생겼으니 아마도 속에 얼불이 나고 있을 것이다. 저들의 호주머니를 지킬 수만 있으면 얼굴에 침을 뱉어도 웃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활동비, 특수활동이긴 하다. 세비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은밀하고 특수하게 챙겼으니 말은 맞아 보인다.


완전폐지라고 웃는 낯으로 발표하는 그 얼굴 뒤에 국회의장단과 상임위 특활비는 유지하고 폐지하기론 한 교섭단체 대표 특활비는 업무추진비로 증액하겠단다.


삼복 더위에 개도 웃을 일이다.

"아! 술 마신 자는 취해도 때가 되면 깬다. 하지만 벼슬하는 사람이 취하면 재앙이 닥쳐와도 깨는 법이 없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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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릭'은 아직 오지 않았다. 겨우 흔적만 알 수 있을 정도의 비만오고 살랑이는 바람결이 마치 태풍이 지나간 후 그 마알개진 공기마냥 싱그럽기만 하다.

서둘렀으리라. 유독 일찍 시작한 모내기라 뜨거운 햇볕에 무럭무럭 자라서 추석이 한달도 더 남았는데 벼베기를 마쳤다. 다 여물어 묵직한 고개를 숙이고 노랗게 익은 벼다. 태풍이 온다니 얼마나 급했을까.

처서處暑다. 모기의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는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불렀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고 한다는데 걱정이다.

태풍을 앞에둔 농부의 마음처럼 조심스러운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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