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알며느리밥풀'이름 부르기가 늘상 어려운 것들이 있다. 분명 차이는 있지만 그것이 그것 같은 꽃들을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같이 놓고 비교하면 금방 아는데 따로보면 긴가민가 한다. 나에겐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이 며느리밥풀 집안이다.
"씨엄니 눈돌려 흰 쌀밥 한 숟갈 들통나살강 밑에 떨어진 밥알 두 알 혀끝에 감춘 밥알 두 알몰래 몰래 울음 훔쳐 먹고 그 울음도 지쳐추스림 끝에 피는 꽃 며느리밥풀꽃"
*송수권의 시 '며느리밥풀꽃' 중 일부다.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 구박받던 며느리가 밥이 익었는지 밥알을 씹어보다가 그것을 본 시어머니에게 맞아 죽었으며, 새댁의 무덤에서 이 꽃이 피어나 며느리밥풀이라고 했다고 한다. 꽃에 전해지는 전설이 담겨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며느리밥풀속의 기본종은 '꽃며느리밥풀'로 꽃차례에 털이 적게 나며, 꽃싸개잎은 가장자리에 가시 같은 돌기가 적다. 이로부터 차이를 구별하여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꽃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털며느리밥풀, 새며느리밥풀에 애기며느리밥풀, 수염며느리밥풀 등 며느리밥풀속으로 분류되는 식물의 차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꽃 앞에서면 매번 미안하기만 하다.
이들 중에 흰꽃이 피는 것을 따로 구분하여 이름을 붙였다. 흰꽃이 피는 것으로는 '흰수염며느리밥풀'과 '흰알며느리밥풀' 두 종류가 있다. 보기 드물다고 하는데 덕유산과 지리산에서 연달아 보았다. '질투'라는 꽃말을 가졌다.
달라짐을 실감한다. 살갗에 닿는 햇볕의 온도가 다르다. 여물어갈 곡식을 위해서 뿐만아니라 여름 내 습기에 지친 마음을 고실고실하게 말려야할 나를 위해서도 오늘 이 볕이 필요하다.
그림자가 커가는 속도 보다 빠르게 가을은 온다.
'이삭귀개'숲길을 걷다가 만나는 환경을 유심히 살핀다. 그늘진 곳, 마른 땅, 계곡, 물가, 습지 등 펼쳐진 환경에 따라 사는 식물도 다르기에 유심히 살피게 된다. 그 중에서도 유독 주의 깊게 살피는 곳은 숲에서 만나는 습지다.
이 즈음에 피는 잠자리난초, 숫잔대, 땅귀개 등과 더불어 이 식물도 습지에서 자란다. 한 곳에 관찰 포인트를 정해두고 때에 맞춰 살피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다행이도 가까운 곳에 그런 곳이 있다.
가느다란 줄기 끝에 입술 모양의 자주색 꽃을 드문드문 피웠다. 집중하여 보아도 구별이 쉽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확대하여 보면 특이한 모양새가 이채롭다.
줄기 끝에 꽃이 핀 모습이 귀이개를 닮아 이삭귀개라고 한다. 같은 습지에서 사는 비슷한 모양이지만 노랑색으로 피는 땅귀개가 있다. 특이한 것은 이 식물들이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이라는 것이다. '파리의 눈물'이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