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번역하라'
-조영학, 메디치

어느 때부턴가 문학작품을 읽기어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서양고전을 얽을 때면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이런 사람이 동서양 고전 읽기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몇몇 출판사의 도움으로 제법 오랫동안 진행된 모임에서 어렵게 서양 고전 목록에 들어가는 다수의 문학작품을 섭렵했다.

이 모임을 통해 문학작품, 특히 서양고전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개인적 취향을 포함하여 우리말과 익숙하지 않은 번역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 한 것이다. 같은 작품을 출판한 출판사 마다 상이한 번역을 보면서 번역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는 작품 번역 17년, 번역 강의 7년이라는 저자 조영학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바로 번역에 대한 관심에서다. 번역이 갖는 의미 특히 문학 작품에서 번역이 의미와 가치에 대한 나름의 궁금증을 해결해가고 싶은 마음이다.

어쩌면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을거란 기대감으로 책장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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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나리'
불갑사 가는 길 가장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길을 가다 이 꽃을 처음 만난날 우뚝 선 발걸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세상에 같은 꽃 하나도 없지만 어찌 이렇게 독특한 모양을 갖게 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한동안 널 다시 보기 위해 숲을 다니면서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눈맞춤 한다. 유래없는 가뭄과 무더운 여름을 건너 숲 속 그늘진 곳에서 곱게도 피었다. 당일치기 반야봉을 다녀온 긴 산행 끝에 자리를 옮겨 온전하게 핀 꽃을 만났다.

뻐꾹나리는 이름이 특이하다. 모양의 독특함 뿐만 아니라 색도 특이하다. 이 색이 여름철새인 뻐꾸기의 앞가슴 쪽 무늬와 닮았다고 해서 뻐꾹나리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름 붙인 이의 속내가 궁금하다.

뻑꾹나리라고도 부른다. 한번 보면 절대로 잊지못할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원히 당신의 것'이라는 꽃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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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사는 네 친구文房四友'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붓, 설화지雪花紙, 죽청지竹淸紙, 해주의 유매먹油煤墨, 남포藍浦의 오석연烏石硯을 최고로 치는데, 근래에는 위원渭原의 자석연紫石硯을 많이들 쓴다."

여기에 더하여 서가, 책상, 문갑, 필통, 필가, 필모, 필세, 묵상, 서진, 지통, 연상, 연병, 연적, 서판 등이 있다.

"무자년 6월 그믐에 내가 윤병현尹秉鉉, 유금柳琴, 박제가와 함께 몽답정夢踏亭에서 쉬면서 참외 13개를 깎았다. 박제가의 소매를 뒤져 흰 종이를 얻고 부엌에서 그을음을, 냇가에서 기왓장을 얻었다. 시를 다 짓자 붓이 없기에 나는 솜대 줄기를 뽑아오고, 윤병현은 '운부韻府'의 낡은 종이로 노를 꼬고, 유금은 돌배나무 가지를 깎고, 박제가는 부들 순을 씹어 붓을 만들어서 연꽃 향기, 매미 소리, 폭포 물방울 속에서 쓴다."

*유득공의 '경도잡지'를 해설하고 있는 진경환의 '조선의 잡지' 중에 나오는 대목이다.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다보니 김홍도의 '월하취생'에 머무른다.

선비들의 서재에 갖추어야할 문방구들의 목록이다. 펼쳐놓고 보면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물건들이다. 필요한 물건이라 들여놓았을 것이지만 필요한 정도와 선호도에 따라 벗 삼았던 것이 위의 문방사우文房四友 였을 것이다.

이들 물건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용도로 사용되기만 했을까. 젊잖은 선비의 눈요기와 곁에 두고 감상하는 완상물로 좋을 물건들이였을 것이다. 컴퓨터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현대인의 눈에도 갖춰놓고 싶은 물건들이 제법 많다.

가난한 선비들의 풍류가 멋들어진다. 이것들과는 사뭇 다른 용도지만 내게도 책상 곁에 두고 정붙이는 물건이 몇가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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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다. 쏟아낸다 싶으면 어느새 뜨거운 햇볕이 모른척 등장하고 또다시 퍼붓더니 간혹 쏟아지는 중에도 볕이 나길 반복한다. 앞과 뒤는 화창한데 이곳만 쏟아내더니 눈 앞에 쌍무지개로 환호하게 만들고 있다. 희롱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가을로 가는 길목을 붙잡는 여름의 장난이라 여기며 느닷없이 나타난 무지개로 미소지어 본다. 무엇하나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주목한 즐거움이다.

쌍무지개를 건너 가을 속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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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잡지 -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
진경환 지음 / 소소의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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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양반 일상 따라가기

늘 상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것이 책이다다양한 방면의 책을 읽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심에는 역사책이 다수를 차지한다그 중에서도 조선의 후기 문화사에 관심이 많다조선 후기 문화사라고는 하지만 그 범위를 좁혀 살펴보면 새롭게 사회적 흐름을 형성했던 북학파에 있다홍대용박지원박제가유득공이덕무등의 활동을 살펴보면서 시대적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들이 중심적으로 활동했던 조선 후기, 18~19세기는 내외적으로 변화에 직면했던 시대다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한양을 중심으로 한 양반들의 생활모습을 살피는 것 역시 흥미로운 것 중에 하나다단편적인 키워드 몇 개로 고정된 시각을 통해 바라봤을지도 모를어쩌면 제도와 관습 속에 갇혀 살았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고자 했을 그들 일상의 다양한 모습은 역사를 이해하는 한 구성요소가 된다.

 

그 시대적 흐름의 선두에 서 있었던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은 조선의 중심지였던 서울 지역의 양반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한경도잡지京都雜志를 남겼다경도잡지는 풍속과 세시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19개 항목으로 나누어 서울 지역의 풍속과 양반의 생활상을 담고 있다조선 후기의 풍속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는다.

 

진경환의 이 책 조선의 잡지는 유득공의 '경도잡지'를 근간으로 양반들의 삶과 그에 관련된 것들의 유래취향 등을 살펴보며 그동안 어쩌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것들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의관 갖추어 행차할 제’, ‘폼에 살고 폼에 죽고’, ‘먹는 낙이 으뜸일세’, ‘멋들어지게 한판 놀아야지라는 테마로 분류된 이야기는 의식주와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양반들의 일상을 따라간다남성 양반의 쓰개부터 장가들고 시집가는 풍습에 이어 양반들의 서재를 살피고 꽃 키우고 새를 기르는 일술과 담배 등 먹거리와 꽃놀이 다니며 연주하고 춤추는 일상에 투전판 타짜들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역사는 단절이 아니다기록으로 남겨져 내려오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습 속에 생활 풍습으로도 이어진다이들의 모습을 살피며 현대를 사는 이들의 일상과 겹쳐지는 부분에 흥미를 갖는다물건의 수집꽃놀이와 단풍놀이에 독서회음악활동 등 갖가지 취미 활동에 이르기까지 조선 후기 양반들의 모습과 겹쳐지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특히주목했던 모습 중 하나는 서울의 명소에 철따라 피는 꽃을 감상하는 나들이의 모습을 보면서 현대인들 속에서 꽃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과 유사함에 주목하였다.

 

조선 후기는 현대인들과 가장 가까운 역사이기에 우리에게 남겨진 흔적은 여전히 많다그들이 남겨준 유 무형의 유산이 우리들 일상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무엇을 어떻게 누리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일상의 여백에 한번쯤 돌아봐도 좋을 그때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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