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떡풀'
보러가야지 마음 먹고 있었는데 짐작도 못한 곳에서 의중에 있던 꽃을 만나면 그 순간의 모든 것이 특별하게 기억된다. 윗 지방에서 꽃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언젠가는 볼 날이 있겠지 하며 마음 한구석에 접어두었던 꽃을 만났다.


활짝 핀 꽃은 아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잎 때문이다. 바위에 바짝 붙어 자라며 한자 大자 모양으로 흰꽃이 핀다. 꽃도 꽃이지만 잎에 주목한 덕분에 알아볼 수 있었던 꽃이다.


바위떡풀, 참 독특한 이름이다. 바위에 떡처럼 붙어 있다고 붙여진 이름 일까. 산에 있는 바위틈이나 물기가 많은 곳과 습한 이끼가 많은 곳에 산다.


가까운 식물들로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지리산바위떡풀'과 울릉도에서 자라는 '털바위떡풀'이 있다고 한다. 이 개체도 지리산에서 본 것이니 지리산바위떡풀일까. 구분하지 못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바위에 붙어 독특한 잎 위로 피는 자잘한 흰꽃이 무척이나 귀엽다. '앙증'이라는 꽃말이 저절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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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모금

"사령이 담배불을 붙여 올리면 높이 화문석에 기대어 천천히 피우는 어느 고관의 귀격貴格, 앉아서 피우건 누워서 피우건 그 편한 대로 하는 복격福格, 부지런히 입술과 혀를 놀려 한 번 빨고 두 번 빨아들임에 연기가 곧바로 입에서 나오는 묘격妙格, 아리따운 여인이 연인을 만나 애교를 부리고 잠자리를 같이하다가 님의 입 속에서 아직 반도 때우지 않은 담뱃대를 바삐 앵두같은 입술 속에 넣고서 웃으며 피우는 염격艶格, 그리고 농부가 쉬면서 보리막걸리를 한 순배 돌리고 왼손으로는 담배꼬바리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부시를 잡고 불을 사르면 연기가 봉홧불처럼 피어올라 곧바로 코를 찌르는 진격眞格이 그것이다."

*조선 사람 이옥李鈺(1760~1815)이 자신의 글 연경烟經에서 흡연의 품격 즉 연취煙趣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담배 피는 것을 죄악시 하는 현대인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묘사다. 여기에 더하여 한 편의 시를 보자.

"위로는 재상으로부터 아래로는 하인까지
안으로는 규방에서 밖으로는 고을 기생에 이르기까지
입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즐기지 않으리오"

조선에 담배가 들어온 때는 17세기 초엽으로 광해군 때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급속도로 펴져 그야말로 담배 천국이나 다름 없다. 

"담배는 사람에게 이롭다. 더울 때 피우면 더위가 물러가고 추울 때 피우면 추위를 막아주고 식사 후에 피우면 소화를 도와준다. 용변을 볼 때는 악취를 없애주며 잠이 오지 않을 때 피우면 잠이 온다. 뿐만 아니라 시나 글을 지을 때, 남들과 대화를 나눌 때, 조용히 앉아 사색에 잠길 때 등 어느 경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없다."

담배 피는 것을 좋이했던 정조 임금의 글이다. 지독한 애연가였던 정조는 심지어 책문의 시제로 '남령초'를 내걸기도 했다고 한다.

수십 년간 피던 담배를 끊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올린 담배세 때문이다. 2014년 말 국민건강 증진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세수부족분을 서민 부담으로 채우려는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담배를 피지 않기로 한 것이다. 두루두루 잘한 일이라 여기면서도 간혹 담배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림은 이교익(李敎翼, 1807~?)의 풍속회다.

이옥의 '담배 피기 좋은 때'라는 문장은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애연가들이 않을 듯 하다. 

"달빛 아래서 좋고, 눈 속에서 좋고, 빗속에서 좋고, 꽃 아래서 좋고, 물가에서 좋고, 누각 위에서 좋고, 배 안에서 좋고, 베갯머리에서 좋고, 변소에서 좋고, 홀로 앉아 있을 때 좋고, 벗과 마주 대할 때 좋고, 책을 볼 때 좋고, 바둑을 둘 때 좋고, 붓을 잡았을 때 좋고, 차를 달일 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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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間道理'
-한정주, 아날로그

"하나하나의 글자가 언어의 음과 상관없이 일정한 뜻을 나타내는 문자. 고대의 회화 문자나 상형 문자가 발달한 것으로 한자가 대표적이다."

이는 표의문자表意文字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이 책을 선택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의미와 가치를 가진 한자의 뜻을 살펴 일상을 돌아보고자 하는 의미다.

恥, 驕, 改, 諂, 賢, 滿, 錢, 弘, 利, 謙, 惑, 訥, 禮, 辱, 嫌, 敵, 傷, 仁, 恕, 恩, 傾, 潔, 責, 和, 義, 惡, 偏, 善, 思, 明, 完, 益, 悔, 疑, 靜, 望, 盛, 警, 容, 安, 哭, 苦, 較, 勝, 智, 貧, 寬, 染, 孝, 寒, 忠, 惕, 聽, 信, 樂, 面, 訓, 終, 猜, 難

60자 한자 중 훈과 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몇이나 될까. 하나하나를 읽고 그 뜻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래전에 읽었던 황광옥의 <동양철학 콘서트> 이후 두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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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을 번역하라 - 원서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글맛을 살리는 번역 특강
조영학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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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은 우리 입말에 맞게 쓰자

어느 때부턴가 문학작품을 읽기에 어려움을 겪었다특히서양고전을 읽을 때면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이런 사람이 동서양 고전 읽기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몇몇 출판사의 도움으로 제법 오랫동안 진행된 모임에서 어렵게 서양 고전 목록에 들어가는 다수의 문학작품을 섭렵했다.

 

이 모임을 통해 문학작품특히 서양고전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개인적 취향을 포함하여 우리말과 익숙하지 않은 번역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 한 것이다같은 작품을 출판한 출판사 마다 상이한 번역을 보면서 번역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분명하다하나는 작품 번역 17번역 강의 7년이라는 저자 조영학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바로 번역에 대한 관심에서다번역이 갖는 의미 특히 문학 작품에서 번역이 의미와 가치에 대한 나름의 궁금증을 해결해가고 싶은 마음이다.

 

우선이 책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조영학 선생님은 영어권 소설 번역이 80여 편에 이르며, 2013년 KT&G상상마당에서 출판번역 강연을 시작한 이래, 3백 명 이상의 번역 지망생과 기성 번역가에게 강연해왔다고 한다.베테랑 번역가를 페이스북에서 상 차리는 남자로 알게 되었기에 저자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다.

 

문학작품이든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이나 외국의 책을 만나면 어김없이 부딪치는 문제가 번역일 수밖에 없다.내가 번역할 것이 아니기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분야가 아니라는 말이다언제든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번역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정립해 두는 것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최대한 우리말 체계와 언어습관에 가까운 번역번역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를 지향한다독자의 언어로 번역하라

 

이 문장은 저자가 주장하는 번역의 핵심으로 보인다이를 저자의 말로 더 풀어보자면 번역은 기술이기에 배울 수 있고배워야 한다.”거나 문법체계 외에도 우리말 습관상징비유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의 여백을 이해하고 잘 읽히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글은 우리 입말에 맞게 쓰자라고 주장하는 이 책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어쩌면 번역된 문학작품을 읽으며 난독증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주목했던 점은 따로 있다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무엇에 주목하여 글을 써야하는지를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현대인들은 SNS 활동으로 짧은 글일지라도 쓸 기회가 많아졌다.개인의 영역이라며 쓰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지만 우리말의 쓰임이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이다아이러니하게도 외국어를 번역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말의 쓰임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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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초가을 2

산 아래
동네가 참 좋습니다
벼 익은 논에 해 지는 모습도 그렇고
강가에 풀색도 참 곱습니다
나는 지금 해가 지는 초가을
소슬바람 부는 산 아래 서 있답니다
산 아래에서 산 보며
두 손 편하게 내려놓으니
맘이 이리 소슬하네요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 '초가을2'다. 하늘은 높아가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점점 더 커진다. 그 차이를 메꾸느라 노을이 더 붉어지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고개들어 하늘을 보고 저물녘 놓치지 않고 서쪽을 향한다. 그렇게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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