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
가을 숲은 빛의 천국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에 온기로 스미듯 달려드는 가을볕의 질감이 대상을 더 빛나게 한다. 황금빛을 빛나는 들판이 그렇고 요란스러운 단풍이 그렇다. 그 가운데 꽃보는 묘미를 빼놓을 수 없다.


짙은 청색의 색감이 주는 신비로움이 특별하다. 먼 하늘로 땅의 소리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 세워둔 종모양의 꽃이 줄기끝이 모여 핀다. 가을 햇살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용담龍膽은 용의 쓸개라는 뜻이다. 그만큼 약재로 유용하게 쓰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약초꾼이 아니기에 이쁜 꽃일 뿐이다. 가을 산행에서 놓칠 수 없는 꽃이다.


아름다운 꽃에는 유독 슬픈 꽃말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는 꽃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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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즐거움

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고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고 마음에 맞는 시와 글을 읽는다. 이것이 최상의 즐거움이지만 지극히 드문 일이다. 이런 기회는 인생 동안 다 합해도 몇 번에 불과하다.

値會心時節 逢會心友生 作會心言語 讀會心詩文 此至樂而何其至稀也 一生凡幾許番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선귤당농소'에 나오는 글이다.

최상의 즐거움이 어디 따로 있을까. 절정의 순간이다는 것은 언제나 과거의 일이다. 지나고보니 그렇더라는 것이기에 늘 아쉬움만 남는다. 일상에서 누리는 자잘한 행복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는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매 순간 누리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쌓여 그 사람의 삶의 향기를 결정한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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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


가을 밤 정취를 수놓는
허튼가락에 취하다


산조의 밤


2018. 10. 6(토) 오후 8: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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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어이 차를 세우고 다리 위에 섰다. 이 노을을 어찌 외면 하랴. 놓치지 않고 해질무렵 강가에 서서 지는 노을을 볼 일이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이 풍경 앞에 서서 정희성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나는 돌아갈 뿐이다."라고 하지만 절망이 아니다. 떠오를 달이 있어 나머지 밤은 다시 내일을 살아갈 희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쭈그려 앉아 피울 담배 대신, 강물을 붉게 물드리이며 그 강물 속으로 사라지는 노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할까.

강물 속으로 걸어가는 마음을 두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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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대'
뒷산 닭의난초가 피는 계곡에 보고 싶은 꽃이 있어 발걸음을 한다. 숫잔대 보러갔더니 멀리만 돌다 정작 가까이 있는 꽃은 때를 놓쳤다. 지금 피는 꽃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도 아쉬움은 쉽게 떨치지 못한다. 산길을 벗어날 무렵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곱게 빛나는 꽃을 만났다.


하늘색 꽃이 종 모양으로 줄기따라 줄줄이 달렸다. 암술머리는 길어 꽃 밖으로 나와 나 잔대라고 표시하고 있다. 가을 하늘을 닮았는지 짙은 하늘색의 색감 유독 좋다.


유사종으로 잎이 넓고 털이 많은 것을 털잔대, 꽃의 가지가 적게 갈라지고 꽃이 층층으로 달리는 것을 층층잔대를 비롯하여 숫잔대, 당잔대, 두메잔대, 둥근잔대 등 종류가 많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약초꾼에게는 약재겠지만 꽃쟁이에게는 천상 꽃으로만 보인다. '은혜'라는 꽃말은 약효로부터 유래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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