爲人賦嶺花 위인부령화

毋將一紅字 泛稱滿眼華 무장일홍자 범칭만안화
華鬚有多少 細心一看過 화수유다소 세심일간과

'홍紅'자 한 글자만을 가지고
널리 눈에 가득 찬 꽃을 일컫지 말라
꽃 수염도 많고 적음이 있으니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게나

*'북학의'를 지은 박제가朴齊家가 지은 사람들에게 세상 온갖 꽃을 '홍紅'이라는 한 글자와 '붉다'는 한마디 말로 가두지 말라는 뜻을 담은 '위인부령화爲人賦嶺花'라는 시다.

지난 해에 본 꽃을 일부러 찾아서 올해도 본다. 어제 본 꽃을 오늘도 보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일도 보고자 한다. 처음 볼 때와 나중 볼 때가 다르고 여러번 봐도 볼 때마다 늘 새로운 것이 보인다.

어디 꽃 뿐이겠는가. 사람도 이와 같아서 꽃 피어 지고 열매 맺는 사계절이 몇 번이나 지나는 사이를 두고서 비로소 가까워 진다.

늘 꽃을 보러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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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51년 개천절開天節 '하늘이 열린 날'이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이육사의 시 '광야曠野'의 일부다. 하늘이 스스로를 열어 인간과 나누었던 빛은 여전히 푸르다. 열린 하늘아래 인간이 터를 잡고 살아온 시간이 겹에 겹으로 쌓이는 동안 광야는 인간의 욕심에 갇히고 말았다.

단기 4351년, 어쩌면 의미를 상실한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겹으로 쌓인 시간동안 내 피속에 녹아 흐르는 혼의 물결이야 잊힐리가 있을까. 알든 모르든 시간이 쌓이는 것과 다르지 않게 숨쉬는 매 순간의 결과가 오늘 이 시간일 것이다.

초인은 멀리 있지 않고 손 닿을 그곳 내 벗이 초인이며, 천고의 시간도 먼 미래가 아닌 오늘 이 순간과 다름 아니다. 갇힌 광야의 빗장을 풀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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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박하'
빛에 대해 더 민감해진 것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부터였다. 순광이 아니라 대상을 사이에 두고 빛을 마주보는 역광이 만들어 주는 환상의 순간에 주목한다. 사람의 관계도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하는 사이라면 특별한 향기가 베어날 것이다.


볕으로 영글어가는 가을 숲에 들면 흔하게 만나는 식물이다. 뾰쪽한 삼각형 모양으로 끝을 세우고 자주색 꽃이 줄기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핀다. 아주 작은 꽃이 무리지어 피어 존재를 확실히 드러낸다.


박하의 한 종류이며, 박하가 주로 들에 자라는 반면 산에 자라서 산박하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식물로 오리방풀이 있다. 오리방풀은 잎의 끝이 꼬리처럼 길어 구분된다.


자잘한 꽃들이 빛을 받아 환하게 웃는다. 각기 무엇인가를 향해 주목하고 있다. 지나 온 시간을 회상이라도 하는 것일까.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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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온 듯 아니온 듯 비는 이슬보다 조금더 짙은 흔적만 남았다. 옅은 안개는 오늘도 더디게 하루를 연다. 어설프게 엮어진 거미줄에 무게를 채 덜어내지도 못하는 아침이 멈춘듯 고요하다.

안개를 걷어낼 비라도 내린다면 가을 속으로 큰 걸음 내딛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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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붓'
-김주대, 한겨레출판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함이 있다. 대놓고 싸움도 하고 당당하게 읍소도 한다. 간혹 미움 받을 상황에 스스로 뛰어들기도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불안정한 환경의 모든 것을 품는 가슴을 지녔다. 하여, 밉지 않은 사람이다. 페이스북에서 느낀 김주대 시인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 이렇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끝내주는 그림이다. 촌철살인에 위트 절묘한 상황묘사에 이르기까지 한폭의 그림에 마음이 머무는 시간이 퍽이나 길다. 거기에 어우러지는 화제까지 마음에 얹으면 하루에 한점에 멈추기도 한다. 한권의 화첩을 다 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를 짐작하는건 의미가 없다.

시인, 김주대의 문인화첩 '시인의 붓'은 고운 마음을 지닌 이의 배려로 내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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