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붓 - 김주대의 문인화첩
김주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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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듣는 시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함이 있다대놓고 싸움도 하고 당당하게 읍소도 한다간혹 미움 받을 상황에 스스로 뛰어들기도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불안정한 환경의 모든 것을 품는 가슴을 지녔다하여,밉지 않은 사람이다페이스북에서 글로 만나는 김주대 시인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 이렇다는 것이다.

 

그의 시집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이후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그리고 시인의 붓에 이르기까지 좌충우돌하는 일상의 모습과 날마다 몰라보게 변화되어가는 그림을 만나는 즐거움은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일상이다.

 

이 책은 한겨레신문에 시인의 붓이란 코너를 통해 연재한 작품과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작품 등 총125점의 작품을 엮은 시인의 두 번째 시화집이다사시사철의 다정한 풍경일상의 소품어르신들의 여러 모습불교 미술과 공예어린아이와 동물도시와 골목의 풍경시인의 일상 등으로 테마별로 세분화된 이야기를 담았다.

 

죽어서 오는 사람은 꽃으로 온다더니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꽃 냄새꽃 냄새그대 여기서 멀지 않구나.” <다시 봄>

 

잘린 목에서 자란 팔베어진 어깨에서 빠져나온 손이 허공을 더듬어 죄악 같은 몸뚱이에 파랗게 매단 봄사람들 머리 위에 각혈하듯 토해놓은사람들이 보지 않는.” 가로수 새잎

 

뒷산 진달래꽃 피는 소리 붉다모으면 한 독도 채우겠다그대 숨소리에 젖던 첫날처럼 몸이 붉어진다.” 진달래꽃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

 

한마디로 끝내주는 그림이다특히 고양이 그림 앞에선 꼼짝을 못한다조선 숙종 때의 화가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을 생각나게 한다고야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 스스로를 보는 듯 착각이 일어날 정도다.

 

그림은 시의 시각적 확장이에요.

시는 제 작업의 기본이자 최종 목적지입니다

 

촌철살인에 위트 절묘한 상황묘사에 이르기까지 한 폭의 그림에 마음이 머무는 시간이 퍽이나 길다거기에 어우러지는 화제까지 마음에 얹으면 하루에 한 점에 멈추기도 한다한권의 화첩을 다 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를 짐작하는 건 의미가 없다이 모든 것의 출발은 그가 시인이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김주대 시인만의 시의 운율이 그림 속에서 독특한 리듬으로 살아난다.

 

김주대 시인의 가슴으로 담아낸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가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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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벗을 얻을 수 있다면

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십 년 동안 뽕나무를 심을 것이고, 일 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것이다. 열흘에 한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한다면 오십 일 만에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오색의 실을 따뜻한 봄날 햇볕에 쬐어 말리고, 아내에게 부탁해 수없이 단련한 금침으로 내 지기의 얼굴을 수놓게 해 기이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 것이다. 그것을 높게 치솟은 산과 한없이 흐르는 물 사이에 걸어 놓고 서로 말없이 마주하다가 해질녘에 가슴에 품고 돌아올 것이다.

若得一知己 我當十年種桑 一年飼蠶 手染五絲 十日成一色 五十日成五色 曬之以陽春之煦 使弱妻 持百鍊金針 繡我知己面 裝以異錦 軸以古玉 高山峨峨 流水洋洋 張于其間 相對無言 薄暮懷而歸也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나오는 글이다. 한정주는 '문장의 온도'에서 이글에 언급한 벗의 예를 다음의 경우로 이야기 한다.

"김시습의 매화와 달, 성수침의 소나무, 허난설헌의 난초와 눈, 최북의 붓, 정약용의 차, 정철조의 돌, 이긍익의 명아주 지팡이, 유금의 기하학, 서유구의 단풍나무, 김정호의 산, 이규보의 거문고와 시와 술, 허균의 이무기, 박제가의 굴원의 초사, 이덕무의 귤과 해오라기와 매화"

*대부분 자연에서 찾은 벗들이다. 어찌 사람 사이 벗의 이야기를 하면서 '겸재 정선과 사천 이병연'과 같은 예를 찾지 않은 것일까. 나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벗으로 사귐의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이라해도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어떤이의 벗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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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괴불주머니'
묘한 모습이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색이 어울려 스스로를 돋보이게 한다. 이처럼 하늘 아래 같은 것 어디 하나라도 있더냐. 모두 제 빛과 제 모양으로 제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서 있는 괴불주머니에서 온 이름이다. 숲 속 그늘진 습지에서 자라며 현호색의 범주에 속한다. 멸치를 닮아 보이기도 하고 늘씬한 허리가 일품이다. 뒤쪽에 꿀주머니가 있는데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산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눈괴불주머니ᆢ많기도 하다. 피는 시기나 모양에 따라 구분하는데 이들을 다 구별하기엔 아직은 내 성의가 부족하다.


'보물주머니' 라는 꽃말은 생김새에서 온 듯 하다. 봄에 현호색으로 눈호강했다면 이 가을엔 선괴불주머니를 눈여겨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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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과 먼 산의 기색을 띤 사람

얼굴에 은근하게 맑은 물과 먼 산의 기색을 띤 사람과는 더불어 고상하고 우아한 운치를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사람의 가슴 속에는 재물을 탐하는 속물근성이 없다.

眉宇間 隱然帶出澹沱水平遠山氣色 方可與語雅致 而胷中無錢癖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선귤당농소'에 나오는 글이다. '문장의 온도'에서 한정주는 이덕무가 언급한 사람과 같은 사람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속의 '한스 숄'과 '조피 숄',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 속의 '카를 마르크스', '레닌의 추억' 속의 '블라드미르 레닌', '옥중수고' 속의 '안토니오 그람시', '동지를 위하여' 속의 '네스토 파즈', '아리랑' 속의 '김산',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속의 '신동엽',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속의 '김수영',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 속의 '전태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속의 '윤상원', '나의 칼 나의 피' 속의 '김남주' 가 그들이다."

*초가을 날 하루 종일 추적거리며 내리던 비가 잠깐 그치고 구름 사이로 마알개진 하늘이 보인다. 햇살을 동반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며시 눈을 감는다. 얼굴에 닿는 햇살의 온기가 온몸을 감싸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무엇 하나라도 스쳐가길 비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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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송이풀'
닮은꼴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도수정초,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ᆢ처럼 '나도'나 '너도'를 이름에 포함하고 있는 식물들은 원래는 완전히 다른 분류군이지만 비슷하게 생긴 데서 유래 한 것이다.


이렇게 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로 나도, 너도를 비롯해서 참, 개, 물, 갯, 섬, 구름, 두메, 섬, 돌, 바위, 며느리ᆢ등 다양하며 식물의 특성을 나타내 주고 있다.


연한 홍자색 꽃이 줄기 윗부분 잎자루의 아래에서부터 위쪽으로 올라가며 핀다. 커다랗게 벌린 입 모양으로 다소 사납게 보이기도 한다.


송이풀은 이 풀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송이를 따기 시작한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 송이풀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송이풀보다 늦게 피고 전체적인 크기도 작다.


숫잔대가 아직도 피어있을까 하고 찾아간 뒷산에서 피어 있는 무리를 만났다. 멀리 돌아다니느라 가까운 곳의 꽃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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