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서리 한번 내리니 기가 꺾였다. 두어뼘 되는 내 뜰의 가을날을 환하게 밝히던 주인공이다. 이사오던 해 가을날 몇뿌리 얻어다 심은 것이 제법 넓은 범위로 세력을 넓혔다. 뜰의 봄 주인공이 샤스타데이지라면 가을엔 이 꽃이다.


처음 꽃대가 올라올 때는 분홍빛이 도는 흰색이지만 개화하면서 흰색으로 변한다. 사그러지는 늦가을 서리에 사그러지는 모습이 안쓰럽다. 향기가 좋아 관상용으로 쓰이고, 꽃은 식용하며, 전초는 약재로 쓰인다. 두루두루 고마운 식물이다.


안도현 시인이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분 못하는 너하고는 절교라는 선언을 했지만 막상 구절초 집안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구절초는 울릉국화, 낙동구절초, 포천구절초, 서흥구절초, 남구절초, 한라구절초 등 그 종류만도 3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양지바른 곳 또는 반그늘의 풀숲 등 환경에 구애됨이 없이 잘 자란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가볍게 날아오를듯 한 모습이 마치 꽃말인 '가을 여인'을 연상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길, 지상길

밤에 마당에 서 있으면 흰 꽃들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 꽃은 희게 빛난다. 문득 하늘을 본다. 하늘길 위를 비행기가 엉금엉금 걸어가고 있다. 하늘이 길인 것이다. 땅만큼 길인 것이다. 언젠가 하늘길을 다시 밟을 때 어둠 속에서 이 흰 꽃들을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사무치는 빛. 그러면 하늘길을 돌아 지상의 길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기에......하늘에 묻힐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허수경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에 수록된 글이다. 

잔뜩 흐리던 하늘에서 병아리 눈물만큼 비가 내리더니 이내 화창한 볕이 한가득이다. 내가 사는 곳 가까이 하늘길이 있어 수시로 떠나고 돌아오는 흔적을 만난다. 그 길을 걸어가는 비행기는 내 마음 상태에 따라 떠나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하는 것으로 읽히니 가고오는 것이 둘이 아닌게 분명하다.

그는 "하늘길을 돌아 지상의 길로 돌아"오는 중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좀바위솔'
태생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식물들이 있다. 어쩌다 운이 나빠 그곳에 자라잡은 것이 아니어서 당당하게 싹을 틔우고 성장하여 꽃피우고 열매까지 맺는다. 보는 이의 마음이야 아랑곳 없이 주어진 터전에서 일생을 여여하게 사는 모습에 경외감을 느낀다. 그 대표적인 식물들이 바위에 터를 잡고 사는 이끼류, 부처손, 바위솔 등이다.


바위에 바짝 붙어 붉은빛의 싹을 낸다. 그 싹이 조금씩 커서 꽃봉우리를 올려 붉은빛이 도는 하얀꽃을 무더기로 피운다. 척박한 환경이라서 작은 잎이지만 두툼하게 키웠다. 하얀 꽃봉우리에 눈을 달듯 꽃술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앙증맞도록 이쁘다.


바위솔은 바위에 붙어 자라는 소나무라는 뜻이다. 꽃봉오리의 모양이 소나무 수꽃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좀바위솔은 '작은 바위솔'이라는 뜻이다. '애기바위솔'이라고도 한다.


햇볕이 잘들고 바람이 통하는 바위에 붙어 있기에 만나려면 어려움이 있다. 바위솔의 꽃말이 '근면'이라는 이유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 선택한 삶의 모습으로부터 온 것은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다. 낮엔 맑고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 수증기가 엉겨 서리가 내리는 때를 말한다. 늦가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남보다 일찍 맞이하던 계절의 변화를 올 가을은 유독 더디게 알아차린다. 서리라도 내려야 가을 온 줄 알 수 있으려나 싶었지만 여전히 늦다. 서리 내리면 급격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늦게까지 피어있던 꽃은 금방 시들고 단풍들어가던 나뭇잎은 더욱 선명한 색으로 변하며 이내 땅으로 떨어진다.

상강이 지나면 빛이 더욱 귀하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옷깃을 여미게 될 때이므로 허한 속내를 다독여도 눈치 보지 않아도 좋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더욱 가까워져야 함을 강제하는 때라서 그 핑개삼아 서로의 마음끼리 의지하기도 좋다.

마알간 달빛에 더딘 밤을 건너온 안개의 속내가 이슬로 맺혔다. 가슴에 서릿발 내리기 전에 마음깃 잘 여며두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누비처네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저, 연암서가

2004년에 세상을 떠난 수필가 목성균의 수필 전집

저자도 책도 늦은 만남이다. 이미 이 세상과 이별한 사람이라 만날 수 없지만 삶이 담긴 글로 만난다.
"죽어서 살아 돌아온 수필가"
뒤늦게 주목 받았다는 이야기일테니 무엇이 어떤지는 접해봐야 알 것이다.

깊은 가을에 계절을 닮았을 사람을 만난다.

ㆍ누비처네 : 누벼서 만든 처네
ㆍ처네 : 1. 이불 밑에 덧덮는 얇고 작은 이불
2. 어린애를 업을 때 두르는 끈이 달린 포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