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사랑 농사

가을엔 다른 거 말고
가슴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다
마음이나 한 마지기 장만하자
온종일 물꼬 앞에 앉아 물을 대 듯
맑은 햇빛 저 끝 고랑까지 채우고
평생에 한 번 심었다 거둔다는
사랑이나 푸짐하게 심어 가꾸자
참새들이 입방아를 찧고 가면 좀 어떠냐
그 바람에 우리들 사랑은 톡톡 여물어
껍질도 벗고 흰쌀 같은 알을 거둘 텐데
허수아비 세워 놓고 보내 버린 세월이
눈밑에 몰래몰래 잔주름으로 첩첩이 쌓여
이제 거울 속에 앉아 흉한 세월을 고치 듯
늦갈이 하는 농부처럼 가슴밭을 일구어
마음의 이랑마다 사랑이나 심어 가꾸자
포근한 땅속 같은 마음 한 자리 골라
따로 심는 계절도 없이 묻어만 놓으면
봄 가을 여름은 말할 나위 없고
눈 뿌리는 한겨울에도 잘만 자라느니
가을엔 다른 거 말고
가슴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다
마음이나 한 마지기 장만하자

*임찬일의 시집 '못다 한 말 있네'에 있는 '사랑 농사'다. 
가슴에 불을 지르듯 확 뿜어내는 '전라도 단풍'이라는 시를 쓴 시인이다. 붉게 물든 단풍도 다 떨어진 때 마음깃을 여미듯 넉넉한 마음 한 마지기 장만하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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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는 그릴 수밖에 없는 - 시각예술작가 아홉 명의 진솔한 그림 에세이
나현정 외 지음 / 청색종이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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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는

주말을 이용하여 아트페어에 다녀왔다다닥다닥 붙어 있는 부스에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이 오밀조밀하게 걸려 있었다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가는 이들의 노고가 한곳에 모여 있기에 보는 이들은 짧은 시간동안 한 공간에서 호사를 누린다수많은 작품들 사이를 얼핏 스치듯 지나가다보면 발걸음을 붙잡고 이야기를 걸어오는 작품을 만날 때면 누리는 호사는 배가 된다.

 

무엇이 발걸음을 붙잡게 하는 것일까작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이와 그런 작품을 통해 자신을 만나는 이 사이에 형성된 공감대가 만나면서 일어난 일이다화가의 작품에서 자신이 끼어들 틈을 발견하는 일그것이 작가와 관람객이 소통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니 화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되고 관람객은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면 된다.

 

아트페어든 전시회나 미술관 등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들은 늘어나지만 일반인이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그렇기에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매체를 만난다는 것은 소중한 기회가 된다.

 

시각예술작가 아홉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그럴 수밖에 없는 그릴 수밖에 없는'은 그런 의미에서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현정박혜원정정화양해영이록현송호철현병연안성진김흥민” 등 아홉 명은 서울 문래동이라는 공간적 활동 영역이 같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하지만 각기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펼친다.

 

"드로잉회화설치조각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하는 시각예술작가 아홉 명이 모였다봄부터 매달 세미나를 열고 자기의 작품세계를 중심으로 담론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함께했다화가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가어떤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가이들의 세계는 어디로부터 출발해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작가들이 모인 이유는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고 충돌하며 일어나는 새로운 작용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개성 강한 예술작가들의 담론강한 개성으로 어쩌면 더 큰 공감을 불러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범주를 넓히고 보면 시각예술작가라는 테두리 안에 들지만 구분하자고 보면 개성은 천지차이가 된다지극히 사소한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조금은 넓은 의미의 지역 공동체의 당면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작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어쩌면 당연한 그것이 낯설게 다가와 깊은 그림자를 드리울 때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을 만나는 적절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이 점에서 작가든 그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이든 서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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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총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 고운 마음에 맛을 더했다. 남김없이 맛있게 먹은 까닭이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깊이 간직하고 내내 나눠가리라.

공감이 불러온 정에 정성을 더하여 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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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조각을 손에 쥐고 자르고 다듬기를 반복한다. 물고기 모양을 만든다고는 했으나 딱히 정해진 규격은 없다. 조각을 손에 들고 마음 가는데로 손을 움직이고 모양이 만들어졌다. 반복하다보니 만들고 싶은 것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승달에서 반달로 차오르는 모양 혹은 반달에서 그믐달로 사위어가는 과정의 달을 본다. 품거나 내어주는 일이 둘이 아님을 배운다.

모월慕月에서 함월含月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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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립작은깔데기지의'
때가 되면 어디쯤에 어떤 식물이 새싹을 내었거나 꽃봉우리를 피었겠다 싶은 마음에 저절로 찾게되는 곳이 여럿 있다. 콩짜개덩굴 보려고 올라간 곳에서 함께 만난 식물이다.


다소 길고 복잡한 이름을 가진 지의류 식물이다. 지표면을 덮는 옷이라는 뜻을 가진 지의류는 균류와 조류가 조합을 이루어 상리공생하는 생물군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이유가 공생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올라와 있지 않으나 더러 볼 수 있고 '꼬마요정컵지의'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식물이다. 국립수목원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 '과립작은깔데기지의'로 올라있다.


자잘한 컵모양으로 무리를 지어 바위에 붙어 있다. '꼬마요정컵지의'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유는 숲속의 꼬마요정이 이슬을 받아 마시는 작은 컵을 닮아서라고 전한다.


관심이 없으면 그냥 지나치지만 하나 둘 알게되니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것들이 생긴다. 몰라도 일상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지만 알면 무궁한 세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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