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복惜福'
-정민, 김영사

누릴 복을 아끼라고 한다. 채우지 말고 비우고, 움켜쥐는 대신 내려놓아야 한단다.

마음 간수, 공부의 요령, 발밑의 행복, 바로 보고 멀리 보자 등 네 가지 테마로 사자성어를 엮었다. 세상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

정민 선생님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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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다.
"기다림은 세상을 보는 눈을 찾는 일이다." 최준영의 책 '동사의 삶'에 나오는 문장이다. 틀에 얶매이지 않고 본질로 다가가는 시각이 새롭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는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을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과 함께 떠올려 본다. 누군가를 몹시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아는 무엇을 이야기 한다. 그 중심에 그리움이 있다. "너였다가/너였다가,/너 일 것이었다가/"

곱고 청초함으로 가을날의 중심에 있던 꽃, 물매화가 진 자리다. 맺힌 씨방이 익어서 다음을 예고 한다. 이슬과 서리 몇번에 어쩌면 눈까지 맞으며 의연하게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출근 전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을 치르듯 아침마다 눈맞춤한다.

시간을 들여 지켜보는 그 중심에 기다림이 있다. 새싹을 품고 다음을 기다리는 씨방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감정의 교류다. 봄이든, 희망이든, 시간이든, 너이든ᆢ. 다른 무엇을 담아 기억하고, 보고, 찾고, 생각하며 내 안에 뜸을 들이는 일이 기다림이다. 그렇게 공구한 기다림 끝에는 새로이 펼쳐질 세상에 대한 믿음이다.

꽃을 볼 기회가 궁한 때다. 안 보이던 곳이 보이고 미치지 못했던 것에 생각이 닿는다. 

"기다림은 세상을 보는 눈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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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탁자 나비클럽 소설선
공원국 지음 / 나비클럽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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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모랑마에 오르는 법

손에서 책을 놓고도 꽤 긴 시간을 요구한다각기 다른 삶의 경로를 걸어온 사람들이 한 곳에서 만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이야기 속 주인공들만은 아니다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보다는 독자인 내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본다.

 

시한부 도시’ 강녕이 예정된 운명을 맞이한다강녕에 부여한 이미지는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집약이다자연과 인간과거와 현대인간의 욕망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현장이다이곳에 다른 길을 걷는 듯 하지만 한 방향을 향한 사람들이 시차를 두고서 모여든다모두 살고자하는 몸부림이다영혼이 사는 것과 육체가 죽은 것은 다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무엇이 사는가는 차후의 문제다.

 

네 명으로 집중된 사람들의 모습은 겉모양만 다를 뿐 속내는 흔하게 접하는 유형이다일면서도 모른척하거나 암묵적인 동의 속에서 관행으로 인정된 일상과 다르지 않다그러기에 작가는 사람들은 소설을 허구라 한다하지만 21세기에는 소설만이 진실이다.” 라고 이야기 한다집약된 현실을 직면하는 내면의 불편함의 무게만큼 소설이 말하는 진실에 가가워지는 것이다.

 

주목했던 키워드는 세 가지다소설의 제목으로 등장한 가문비 탁자가 만들어 낸 공간이다단단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강한 나무와 그 나무로 만든 탁자가 만들어 준 공간이 주는 희망이 하나다시한부 도시와 대별되는 이미지로 읽힌다그것은 지난 세대의 목수가 집을 지을 때의 고집과 연결되며 모래땅 위에 고층건물을 짓는 것과 대척점에 서 있다생명을 살려낸 공간과 가문비나무가 갖는 이미지와 조화롭다.

 

다른 하나는 허지우 · 왕빈 · 체링 · 장인우’ 네 사람으로 집중된 이야기 속에서 이들을 내용적으로 연결 짓는 인물로 페마를 보는 일이다. “어떤 이들은 남의 마음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가르치죠그러나 남의 마음으로 들어가지 않은 영혼은 자기 가죽 안에 갇혀 있는 포로 아닌가요그래서 남의 마음속으로 여행하지 않는 영혼은 말라비틀어지죠물을 벗어난 물고기처럼.” 페마가 허지우에게 했던 이 말에 주목한다자신의 삶이지만 그 삶에서 겉도는 이들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진 문장으로 읽힌다.

 

마지막으로 에베레스트 산의 다른 이름인 초모랑마이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티베트의 고원에서 초모랑마가 담고 있는 대지의 여신이라는 이미지와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궁극적으로 지향점을 잡아야한다면 이 초모랑마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다음 물음에 무엇이라 답할 수 있을까.

 

너 초모랑마에 오르는 법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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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 섰다. 차갑지 않은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가슴을 활짝 편다. 손바닥만한 뜰을 왔다갔다 거니는 맛이 제법 좋다. 달빛에 어린 내 그림자가 몸에 바짝 붙었다.

모월당慕月堂 지붕을 넘어온 달빛이 뜰에 가득하다. 밤이 깊어 달빛이 모월당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야 달을 품고자 애쓰는 속내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으리라.

밤이 길어서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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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넘어짐에 대하여

나는 넘어질 때마다 꼭 물 위에 넘어진다
나는 일어설 때마다 꼭 물을 짚고 일어선다
더 이상 검은 물속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잔잔한 물결
때로는 거친 삼각파도를 짚고 일어선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좋다고 생각하면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제비꽃이 핀 강둑을 걸어간다

어떤 때는 물을 짚고 일어서다가
그만 물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예 물속으로 힘차게 걸어간다
수련이 손을 뻗으면 수련의 손을 잡고
물고기들이 앞장서면 푸른 물고기의 길을 따라간다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세운다 할지라도

*정호승의 '넘어짐에 대하여'다. 사람과 세상 그보다는 먼저 스스로를 바라보는 중심에 무엇을 두어야할까.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태도의 문제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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