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댁의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가난한 살림도 때로는 운치가 있는 것입니다."


김용준의 수필 '매화'의 첫 문장에 끌려서 그렇지않아도 학수고대하던 매화가 피기를 고대했다.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는 소식에 메인 몸을 탓하는 마음을 다독이느라 애를 먹었다. 멀리서 탐매探梅에 나서 벗들의 나들이를 핑개로 얼씨구나 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100년의 시간이 응축되어 피어난 매화는 순박한 모습에 어울리는 향기로 그리운 이를 품에 안듯 깊고도 깊다.


마주도 보고, 뒤에서도 보고, 내려다도 보고, 올려다도 보며, 때론 스치듯 곁눈질로도 보고, 돌아섰다 다시 보고, 보고 또 본다. 이렇듯 매화에 심취하다 보면 매화를 보는 백미 중 다른 하나를 만난다. 어딘가 다른듯 서로 닮아 있는 벗들의 매화를 보는 모습이다.


눈길에 나귀 타고 탐매探梅에 나선 옛사람들의 마음을 알듯도 하다.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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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은 밝았고 밝아온 그 시간의 중심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어제도 그래왔고 오늘도 그 길 위에 서 있으며 내일이라고 다르지 않으리라. 어설픈 마음이 애써 구분하고 구분한 그 틈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댓잎에 앉은 서리는 자신을 사라지게할 햇볕을 기다린다. 오늘을 사는 일도 자신을 사라지게할 시간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끝과 시작이 따로 있지 않다. 여전히 그 길 위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뭇사람들의 어께에 기대어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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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21세기북스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단조롭고 무의미하다는 이 이미지는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무 일 없다는 듯 
곁에 머물러 있는 오늘이 
언젠가 가슴 아리도록 
그리워할 일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곡절 曲折을 겪고난 후의 마음 상태는 '일상'에 대해 필경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그 일상과 만나게 된다.

'무탈한 오늘'이 주는 행복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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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었다. 저려오는 손끝의 감각이 무뎌진다. 뜰의 잔디 위에도 담당 위 기왓장에도 마늘의 푸른 잎에도 간밤의 추위를 짐작할 서리가 앉았다.

산을 넘어온 햇살과 어우러진 빛이 언 몸을 녹인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틈을 열더니 이내 녹아내리는 서리에 온기가 가득하다. 맞잡은 손의 온기가 건너오듯 붉어진 코끝에 닿는 볕기운이 좋다.

눈은 여전히 먼 곳에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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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매'
꽃이 귀한 때, 귀한 꽃을 만난다. 꽃마음을 가진 벗과의 꽃나들이에서 이 겨울에 꽃을 만나니 더 없이 반갑다. 남쪽의 꽃소식은 안달난 마음을 한껏 부추킨다.


납매는 섣달(납월)에 피는 매화 닮은 꽃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엄동설한을 견디며 피는 꽃은 고운 빛만큼 향기도 좋다. 동백의 붉음에 매화의 향기가 주는 매력을 모두 가진 꽃이 납매다.


이 열망을 담아 한겨울 꽃을 보고싶은 성급한 마음에 묘목을 들여와 심은지 두해가 지난다. 더디 크는 나무는 언제 꽃을 피울지 모르나 꽃을 품고 피울 만큼 나무가 크는 동안 꽃을 찾는 마음에 꽃향기 스며들기를 소망한다.


새해 꽃시즌의 시작을 열개해준 납매의 향기를 품었다. 올해도 꽃마음과 함께하는 일상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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