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다. 아침 햇살도 기세를 꺾지 못하는 냉기가 대지 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온기를 잃어버린 잘린 감나무 가지에 앉은 서리는 여전히 제 모습을 지킨다. 비로소 겨울임을 실감하는 아침이다.

그믐으로 달려가는 새벽 달빛이 명징明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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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화'
부지런한 사람들의 이른 꽃소식에 마음이 앞선다. 귀한 때 귀한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익히 알기에 마음따라 몸도 부지런해져야 할 때다. 유난히 포근한 겨울이라 꽃소식도 빠르다.


아직은 한겨울인데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있다. 납매와 풍년화가 그 주인공이다. 추위에 움츠려드는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꽂 향기에 취할 수 있어 그 고마움이 참으로 크다.


잎도 없는 가지에 꽃이 먼저 풍성하게 핀다. 꽃잎 하나 하나를 곱게 접었다가 살며시 펼치는 듯 풀어지는 모양도 특이하지만 그 꽃들이 모여 만드는 풍성함도 좋다.


봄에 일찍 꽃이 소담스럽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풍년화라 한다. 힘겹게 보리고개를 넘었던 시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배고픈 사람들의 염원을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원산지의 이름이 만작?作이라고 한다.


가까운 곳을 살피기도 전에 먼 곳에서 들리는 꽃소식에 찾아가 만났다. 아직은 제 철이 아니라 다소 외소한 규모라지만 꽃이 귀한 때 만났으니 꽃을 맞이하는 반가움은 몇 배나 된다.


벌써 납매, 매화, 복수초에 노루귀 꽃봉우리까지 봤으니 올해의 꽃놀이는 빠르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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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든다'
한곳으로 향하여 의지하는 마음이다. 위안과 쉼의 터전이며, 공존하고 싶은 마음이 서로를 품어 아늑함을 누린다.

어둠이 깃드는 강물은 새들이 돌아와 안길 수 있는 의지처가 된다. 의지처는 여유롭고 넉넉하고 포근한 곳이기에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마음으로 품어준다.

대지에 어둠이 깃들듯 감정이나 생각이 상대에게 스미어 어제와 오늘을 위안받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깃듬의 본질이다.

한낮 볕에도 풀리지 못한 언 강물이 품은 온기가 붉다. 그 붉음으로 인해 긴 겨울밤을 건너 산을 넘는 아침해를 맞이할 수 있다. 

곧 돌아올 새들의 가슴에는 붉은기운이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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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난골족'
-백석, 애플북스


"나는 백석을 몰랐다. 그를 읽지 않고 있었다. 그는 내게 하나의 이야기였다. 먼 외로움이었다.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읽어도 몰랐다. 그를 몰랐다. 읽고 나서 더 궁금해졌다. 그가 뭘 들었는지. 뭘 느꼈는지. 나는 여전히 백석을 모른다. 시를 읽는 건 알기 위해서가 아니지만. 다만 이것 하나는 알겠다. 그대를 다시 읽을 거라는 것. 다시 '이 골 안으로 올'거라는 것. '캄캄한 밤과 개울물 소리'로.
그리고 잊으면 된다. 잊고 기다리면 된다. 읽고 싶어질 때까지. 안 읽은 것처럼. 처음 읽는 것처럼. 이제 그를 읽어야겠다. 이제야 읽고 싶어졌다. 나는 백석을 읽지 않았다."


'읽지 않고 쓰는 서문'이라는 제목으로 쓴 김성대의 서문 중 첫부분과 마지막 부분이다. 더 보텔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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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끝이라면 - 조용호의 나마스테!
조용호 지음 / 작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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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또 다른 시작점이다

한해의 끝과 시작을 함께한 책이다지나온 시간의 중심은 늘 사람에게 있었다형식과 내용은 천차만별이라도 시선이 향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늘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준으로 삼는 말이다.

 

특히동시대를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흥미로운 시선을 제공하기에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여기에 관심분야의 사람들이라면 그 흥미로움을 배가되기 마련이다.

 

작가이자 신문 기자로 활동했던 조용호 작가가 문학(문화)인 100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5년 동안 세계일보에 연재했던 조용호의 나마스테를 여기가 끝이라면이라는 제목을 붙여 책으로 엮었다.

 

소설가시인평론가화가영화평론가가수요리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였다그냥 모인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각으로 백 명을 한자리에 올려놓았으니 이미 보통의 관심사는 넘어선 모양새다.

 

세대와 남녀국적을 구분하지 않은 100 명의 사람이 있다이미 다양한 통로로 익숙한 이름들이 다수이지만 이곳에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많다작품을 통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그에 대한 흥미로움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알아간다는 설렘이 함께 한다문학인이 대다수이니 당연히 작가와 작품의 이야기가 중심이겠지만 문학인의 관심 대상이 세상과 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으니 당연히 오늘 내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사람을 바라보는 기본적 시각은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여기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그 사람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긍정성을 먼저 보자는 의미다하여작품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보여주는 그 사람의 모습과 연계하여 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더라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긍정하자는 말은 아니다가려볼 것은 가려보아야 한다바라보는 이가 마련한 기준이지만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좋은 것이 시대를 관통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좋을 수는 없다대중매체에 사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인정하더라도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못내 아쉬운 부문이다.

 

한 사람의 시선으로 한 자리에서 100 명을 만났다그 100 명의 관심사가 반영된 이야기는 개인사를 넘어선 시대의 이야기일 것이다조용호 작가의 조심스러운 물음 여기가 끝이라면’ 인터뷰의 대상이 되었던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각각의 사람들의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독자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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