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모양으로 엮이긴 했는데 다른 향기다. 주고 받은 이의 마음 가운데 피어나는 서로 다른 향기를 품고 꽃으로 피었으리라. 숨이 끊어졌다고 끝이 아니다. 다른 마음이 다른 모습을 보는 순간 숨은 이어지고 다시 살아 또 한 생을 살아간다.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 근본을 바꾸기도 한다. 생生의 근본 이치는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연목구어緣木求魚, 맹자도 알았으리라.

나무로 새 생명을 얻은 물고기가 200년도 넘었다는 집에 슬그머니 기대었다. 집도, 그집에 새로이 깃든 사람도, 바라볼 시간은 집이 품었던 시간의 넓고 깊은 품에서 만복을 누릴 것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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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에곤 쉴레 저, 김선아ㆍ문유림 역, 알비

그림이 먼저 눈에 들었다. 독특한 모습과 색감으로 한눈에 봐도 그린이가 누군가를 알아볼 수 있는 몇 안되는 화가다. 

간간이 접한 그림으로만 만나던 화가의 글을 만난다. 일상과 작업에 대한 생각을 가족과 친구에게 보낸 편지글로 만나니 그림과 화가를 이해하는데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에곤 실레가 남긴 명언과 주변 사람에게 보낸 글 그리고 그에 맞는 그림으로 구성되어 입체적으로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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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속離俗'
홀로 마시는 차를 속세를 떠났다는 의미의 '이속離俗',
둘이 마시는 차를 한가하고 고요하다는 '한적閑寂', 
셋이 마시는 차는 '유쾌愉快'라고 한다는데 
여기서부터는 이미 고요한 차맛은 사라진다.

구름 가득한 밤하늘에 품을 키워가는 달이 숨었다. 구름 사이를 벗어난 달 한번 보고 한걸음 또 한걸음?. 한바퀴 걷는데 몇 십보면 충분한 뜰이지만 달을 품은 하늘처럼 넓다.

'이속離俗'
차 한잔 마련해 두고 깊어가는 겨울밤의 적막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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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9-02-09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적이 사라져도 유쾌로만 한 세상하고싶었죠. 지금은 이속을 즐길 때입니다. 올해도 강녕하세요
 
나는 나다 - 허균에서 정약용까지, 새로 읽는 고전 시학
정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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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살고자 했던 사람들

 

"나는 나고여기는 여기고지금은 지금이니나는 지금 여기를 사는 나의 목소리를 내야겠네."

 

이옥(李鈺, 1760~1815)의 시論詩을 대표하는 문장으로 이해한다여기에 "규격화된 좋은 시만 따라 하느라 저만의 진짜 시를 잃고 말았다시는 좋은데 내가 없다내가 없으니 좋아도 허깨비 시에 불과하다."고 말한 이덕무의 시에 관한 이야기까지 더하면 정민 교수가 시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짐작된다.

 

이 책 나는 나다는 조선 문장가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어떤 글을 쓰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에 주목하였다. '시로 국가공무원을 선발했던 나라조선을 대표할 만한 이들의 시론詩論을 모아, '한시 미학 산책'의 정민 교수가 해설을 덧붙여 엮은 책이다.

 

조선 전기에는 형식지상주의에 빠져 있었고조선 중기에는 학당풍이 성행했으며, 18세기 이후 비로소 조선풍이른바 시를 쓰는 주체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시뿐만이 아니라 북학파로 불리는 세력이 등장할 정도로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있어서 사회와 개인의 삶에서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사회적 흐름이 형성된 시기가 바로 조선 후기였다이런 흐름과 연속선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정조의 문체반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그 흐름의 한 축으로 시에 주목하고 그 변화를 살핀다.

 

"허균이용휴성대중이언진이덕무박제가이옥정약용"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다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확실한 관점을 가지며 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보여주기 위한 것정형화된 것화려한 기교에 치중한 것을 추구하지 말고 자기 본연의 목소리를 낼 것내면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론은 시를 짓는 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사회가 나아갈 미래를 예측하며 바른 길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옛사람들의 글 짓는 일에 비추어 삶의 태도를 이해하는 일과도 다르지 않다이는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이해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삶의 근원에 대한 질문은 시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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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가둔 뿌연 하늘이 좀처럼 개일 것 같지 않다. 언듯 비치는 햇살마져 힘을 잃고 '나 여기 있다'며 힘없이 속삭인다. 춥지 않은 겨울이라 서리꽃을 자주볼 수 없지만 어제와는 다른 무게로 꽃을 피웠다.

추위를 동반한 바람이 닫힌 하늘을 열고 겨울의 전매특허인 명징明澄함을 데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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