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바위틈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 서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시간의 무게를 이겨내는 동안 터를 닦았다. 키를 키우는 동안 넓어진 품만큼 뿌리를 내려 내일을 준비한다.

나무둥치, 그 그늘에 몸을 숨긴 생명이 어디 한둘일까. 키큰 나무가 새 잎을 내기 전에 틈을 열어 생명의 순환을 시작한다.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본다. 

공존은 서로를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것을 전재로 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기꺼이 영역을 내어주지만 내어준 영역이 나를 억압할 땐 내어준 영역은 과감하게 회수한다. 부분을 제거해 몸통을 살려가는 나무는 품의 넓이 만큼을 다른 생명을 품는다.

봄을 맞이하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무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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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겨울에서 봄으로 확실하게 건너왔다고 느낄 즈음에 복수초의 노랑이 희끗희끗 시들어 가는 사이로 난장이 처럼 작은 꽃이 핀다.


그 꽃을 보러 숲을 찾는 사람도 발밑에 두고서도 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숲과 사람의 눈이 서로 교감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작다는 말이다.


나만 바람꽃인 줄 알았더니 너도 바람꽃이구나 하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니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나도바람꽃은 아직 본적이 없다.


너도바람꽃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수의 노란색 꿀샘이 원형으로 나타나는 점이다.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기에 확대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너도바람꽃을 신호로 연달아 꿩의바람꽃과 만주바람꽃이 피면 숲은 이제 본격적으로 봄맞이를 마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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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19세기 연행록 낭송Q 시리즈
김영죽 풀어읽음 / 북드라망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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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올라 만나는 사람들

예나 지금이나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열린 세상지구촌이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다양한 제약 조건으로 막혀있던 시대라고 덜하지는 않았다그 반증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남겨진 유산록이나 기행문표류기 등 이름은 다르지만 가보지 못한 세계를 글로 그려놓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발품 팔아 다녀온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그것이 꿈인 사람들이나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충족해주며 실속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고 널리 유통되기도 했다.

 

그런 부류의 기록물 중에서 비교적 익숙한 것이 연행록燕行錄이다연행록은 조선시대 청나라를 다녀오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대표적이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와 많은 양의 연행록이 있다.

 

이 책 '낭송 19세기 연행록'은 이해응의 '계산기정', 이영득의 '연행잡록', 박사호의 '연계기정등 19세기에 쓰인 연행록들 중 20편을 가려 뽑아 일반인이 이해하고 낭송하기 쉽도록 주제별로 엮고 옮겼다.

 

저자 김영죽은 한문학을 전공하고 조선의 중인들이 연행 기록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다역관도 아니면서 여섯 차례나 연경에 다녀 온 특이한 인물 조수삼을 통해 조선 지식인의 이웃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은 책 조선 지식인이 세상을 여행하는 법’(위즈덤하우스, 2016)을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 책 낭송 19세기 연행록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저자 김영죽이 주목한 19세기 연행록은 18세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청나라의 상황의 변화와 조선 사회의 분위기에 의해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추측이 가능하다. “19세기로 접어들면연행의 의미는 그 무게 중심이 점차 북학에서 교유로 옮겨 가고, ‘개인적 체험’ 위주로 기록하는 성향이 뚜렷해진다.”라는 저자의 시각으로부터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 확인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연행 길에서 만났던 기생처음 본 서양 여자유리창 거리의 책방공중목욕탕사진 찍은 경험 등 이방인의 눈에 비친 이국의 일상적이 장면들이 세세하게 그려져 있고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설명되어 당시 청나라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기회다더불어 낭송 19세기 연행록에 나오는 연행록과 기록자인 인물의 정보를 제공해주어 보다 폭넓게 연행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조선 특유의 기록문화가 전하는 200여 년 전의 시대상황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전하는 메시지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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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봉오리 맺고도 한동안 꿈쩍도 않아 보이더니 드디어 문을 연다. 늦다 빠르다 하는 야단법석은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늦거나 혹은 빠를지라도 빼먹지 않는 것이 자연이다.

옆의 청매와 한날에 꽃문을 열었으나 청매가 급한 성질을 그대로 보이며 서둘러 피는 것과는 달리 홍매는 급할 것 없다는 듯 느긋하다. 이미 붉디 붉은 속내를 내보였으니 다음은 그대 몫이라는 느긋함인지도 모르겠다. 

겨울동안 나무를 찾았던 주인의 발자국 소리가 봄을 앞당겨 불렀다는 것을 매화는 알까. 피었으니 지는 날까지 아침 저녁 눈맞춤으로 그 정情을 나눌 것이다.

모월흑매慕月黑梅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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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의 시 '봄길'이다. 봐야 봄이다. 눈으로도 코로도 귀로도 피부로도 무엇이든 봐야 봄인게다. 그러기에 길을 나서야 한다. 봄 속으로 난 길에 사람이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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