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문태준의 시 '꽃 진 자리에'다. 텅 빈 것 같은 곳에 꽃이 올라온다. 반갑다며 인사를 나누니 그새 꽃잎을 떨구고 빈 자리를 만든다. '빈 자리'라는 틈을 만들어 두는 것과 그 자리를 돌아보는 일 사이에 내의 하루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하루라도 '꽃 진 자리'에 주목해 보는 봄날이었으면 싶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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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ㆍ시'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이에 대해 신형철은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서 스스로 묻는다. "정말 그럴까? 읽고 쓰는 일만으로 우리는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봄으로 숨가쁘게 건너가는 숲에서 머뭇거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정의 순간 중 하나를 마주하기 위해서다. 이른 봄에 서둘러 피는 꽃이 주는 아름다움에 아직은 다른 무엇을 보텔 여력이 없다.

부지런을 떨며 꽃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아름답고 향기좋은 꽃의 마음을 닮아간다고 믿는다. 간혹 몹시 불편한 장면을 연출하는 이들을 만나더라도 그 믿음에 흠집을 낼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다. 내가 여전히 숲에 드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더라도 간혹, '정말 그럴까?' 되뇌이는 순간들이 있다. 꽃보듯 사람을 본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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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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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일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슬픔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사장士章 박상한(1742~1767)이 죽자 연암 박지원이 쓴 애사哀辭가 그것이다. “나는 매양 모르겠네소리란 똑같이 입에서 나오는데즐거우면 어째서 웃음이 되고슬프면 어째서 울음이 되는지어쩌면 웃고 우는 이 두 가지는 억지로는 되는 게 아니다감정이 극에 달해야만 우러나는 게 아닐지나는 모르겠네이른바 정이란 어떤 모양이건대 생각만 하면 내 코끝을 시리게 하는지그래도 모르겠네눈물이란 무슨 물이건대 울기만 하면 눈에서 나오는지아아남이 가르쳐주어야만 울 수 있다면 나는 으레 부끄럼에 겨워 소리도 못 내겠지아하이제야 알았다이른바 그렁그렁 이 눈물이란 배워서 만들 수 없다는 걸.”라는 대목이 있다.


울기만 하면 눈에서 나오는 물이 눈물인데 그 눈물이 나올 수 있는 근원에 슬픔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하여슬픔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눈물은 그 슬픔을 치유하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하지만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슬픔을 올바로 받아들이고 그와 동반되는 울음을 울 수도 없는 현실을 강요하고 있다박지원은 눈물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눈물을 배워서라도 슬픔을 치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신형철의 산문집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어가는 내내 떠나지 않은 것이 이 문장이었다맥락이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자의 “‘타인의 슬픔은 결코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그들의 슬픔을 이해하고공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는 뜻에 공간하는 것으로 본다면 딱히 틀린 것도 아닐 듯싶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제의 제목에 이끌러 선택한 책을 읽어가면서 솔직히 평론가 신형철에 매료된 시간이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그가 보이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한 시대정신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잭의 제목이 이해되는 것은 이로부터다.

 

문학평론가답게 소설과 시를 중심으로 영화노래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온기가 전해진다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슬픔을 공부해야하는 요소들에 대한 접근이 폭이 넓고 깊이 또한 깊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에 등장하는 문장이다이에 대해 저자 신형철은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서 스스로 묻는다. "정말 그럴까읽고 쓰는 일만으로 우리는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비슷한 내용에 주목하고 있는 터라 묵직하게 다가오는 내용이다.

 

계속 공부해야 한다어둠의 일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내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이유와도 상통한다한 권의 책으로 한 사람의 저자를 깊이 있게 알 도리는 없다그렇더라도 사람과 사회를 향한 저자의 시선의 방향과 온도를 알 수는 있다고 본다그런 의미에서 참 좋은 저자를 발견한 기쁨이 크다이 책을 출발점으로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더 많은 글과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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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참지 않는 사람은, 
늘 참는 사람이 참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신형철의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 김경후의 '열두 겹의 자정'을 이야기하는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마지막 문장에서 속내를 들켜버렸다.

요즘의 발 밑은 봄의 온갖 아우성으로 넘친다. 그 아우성이 끝나도록 키큰나무는 묵묵히 하늘을 열어두고 있다. 볕도 들고 바람도 들어 숨통이 열리도록, 목마름을 아는 비도 들고, 때론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눈도 들도록 틈을 마련해 둔다.

땅 밑의 봄을 보는데 빠져있다가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걸음이 붙잡혔다. 키큰나무의 배려에 마음이 풍덩 빠져버린 날, 뭉클했던 이유를 여기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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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빛은 붉고 그 붉음으로 인해 강해 보인다. 꽃을 품은 새싹이 나를 불러 걸음을 멈추었다. 기어이 그 앞에 허리 숙여 눈맞춤의 시간을 갖는다. 꿈을 품고 빛을 향해 고개 내민 모든 생명의 귀함을 보는 일, 그것이 삶의 본질이어야 한다.

꽃이 내게 일러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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