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生은 아물지 않는다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쫓기듯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시 '한라산'으로 제주 4ㆍ3항쟁을 공론화한 이산하의 시 '生은 아물지 않는다'이다. 제주 4ㆍ3항쟁은 올해로 71주년을 맞이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벼랑에 몰린 사람들의 마음자리를 위로하듯 목숨을 통째로 떨구는 붉디붉은 동백이 핀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무 것도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

-김인자 저, 푸른영토

관심 있는 저자의 책 소식은 늘 반갑다. 그 중심에 저자와 교감하는 마음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 한 문장에서 심장이 멈칫거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저자와 독자가 글을 통한 소통의 증거며 다시 책을 손에 드는 주요한 이유다.

저자의 페이스북에서 가끔 보아온 글을 읽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이 즐거움을 누리다가 반가운 책을 손에 들었다. 이번에는 무엇을 만나게 될지 첫장을 넘기지도 못하고 '아무 것도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는 제목을 반복해 읽으며 책 표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대관령에 오시려거든'과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의 저자 김인자의 숲포토에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주바람꽃'
결과를 장담 못한채 작정하고 나선 길이다. 염려와는 달리 만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심술부린 날씨탓에다 조금 이른시간이라 꽃잎을 닫고 있어 활짝 핀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움도 남았다. 널 첫 대면하는 마음이었다.


꽃은 옅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잎 사이에서 한 송이씩 달리며 긴 꽃자루가 있다. 어린 싹이 올라올 때는 마치 개구리 발톱과 같은 모양으로 올라온다.


바람꽃 종류로는 변산바람꽃,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나도바람꽃 등 십수 종류가 있다. 각각 특징이 뚜렸하여 구분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올해는 비오는 이른 봄숲의 정취와 꽃벗들의 만남이 더없이 좋은 추억으로 남는 꽃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김홍도金弘道,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내게는 매화梅花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이 그림이다. 매화야 예부터 사람들이 워낙 좋아해서 마음으로 담아 그림으로 남긴 작품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탐매도라는 이름의 수많은 작품을 비롯해서 전기의 매화초옥도,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홍매대련 등 유명한 그림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그림들 가운데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만의 특별한 맛을 좋아한다.


강 건너 멀리 보이는 높은 언덕에 소담스러운 매화가 피어 있다. 아스라이 보이는 언덕이지만 매화만은 뚜렷하다. 건 듯 부는 봄바람에 실려 온 향기가 강가에 이르러 뱃전에 부딪친다. 이미 술잔을 기울인 노인은 비스듬히 누워 매화를 바라본다. 매화와 배를 이어주는 것은 텅 빈 공간이다. 그 공간이 주는 넉넉함이 매화를 바라보는 이의 마음 속 여유로움과 닮은 듯싶다.


老年花似霧中看 노년화사무중간
노년에 보는 꽃은 안개 속인 듯 희뿌옇게 보이누나


그림 속 이 화제는 두보와 관련이 있다지만 배 위에 늙은이를 매화를 유독 좋아했던 김홍도로 여기며 매화 감상에 나선 그의 마음을 흠모한다.


김홍도의 매화 사랑은 지독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매화 한 그루를 파는데 아주 기이한 것이었다. 돈이 없어 그것을 살 수 없었는데 마침 그림 값을 미리 주는 사람이 있어 돈 3천 냥을 받았다. 그중에서 2천을 떼 내어 매화를 사고, 8백으로 사다가는 동인들을 모아 매화음梅花飮을 마련하고, 나머지 2백으로 쌀과 땔나무를 샀을 정도였다고 한다.


금둔사 납월홍매, 통도사 자장매, 화엄사 흑매, 단속사지 정당매,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전남대 대명매 등 가까이 또는 멀리 있는 매화를 보러 탐매길에 나선다. 나귀나 말에서 타고 자동차나 기차로 이동수단만 달라졌을 뿐 매화를 보러 나선 사람들의 마음자리는 같을 것이다.


서둘러 봄을 불러오던 매화는 이미 봄바람에 밀려 지고 있다. 김홍도의 주상관매도를 보며 이른 봄 섬진강가에서 함께 매화를 보았던 이들을 떠올려 본다. 매화처럼 곱고 깊은 향기로 기억되는 탐매의 추억이다.


#옛그림_속에_핀_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꿩의바람꽃'
때가 이르거나 날이 궂거나 하여 완전히 핀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여러날이 지났으니 지금은 처음 본 곳엔 이미 꽃이 지고 푸른 잎만 남았을 것이다.


화려하게 치장하는 이른 봄 꽃들에 비해 백색으로만 멋을 낸 순수한 모습이 좋아 찾게 되는 꽃이다. 마음과는 달리 이쁜 모습으로 담아내기에는 내게 여간 까다로운 녀석이 아니다. 제법 많은 수의 꽃잎처럼 보이는 꽃 받침잎이 주는 매력이 좋다.


느긋한 마음으로 꽃을 찾는 이에게는 햇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햇볕이 나고 온도가 올라가면 꽃받침잎을 활짝 열어 순한 속내를 보여 준다.


바람의 신과 아네모네에 관한 전설과 연관된 듯 '덧없는 사랑', '금지된 사랑', '사랑의 괴로움' 등 여러 가지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