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큰길을 두고 산길로 접어들어 집으로 하교하던 길 중간 쯤에 쉬던 곳이 있었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잡은 크지 않은 무덤엔 제비꽃과 함께 할미꽃이 지천이었다. 올 봄 옛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곳에서 그 할미꽃을 보았다.


요즘은 꽃을 보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 무덤이다. 양지바른 곳에 있는 무덤가엔 볕을 좋아하는 식물들이 더불어 살고 있다. 할미꽃도 마찬가지인데 이곳에선 좀처럼 볼 수가 없다.


검붉은 꽃에 하얀 털이 보송보송하게 난 할미꽃을 보고 있자면 유독 손주 사랑이 각별했던 할머니를 생각하게 된다. 내 뜰에도 마음씨 고운 이가 나눔해준 할미꽃이 잘 자라고 있다.


먼 길가서 무리지어 핀 할미꽃을 만났다.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리기에 충분한 모습에 이리저리 눈맞춤하느라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 흔하기에 무심히 봤던 꽃들이 이제는 볼 수 없어 귀하게 대접받는다. 곁을 떠난 사람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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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르는 모란송가牡丹頌歌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일부다. 도대체 모란이 뭐라고 묘목을 사다 심기를 그토록 반복하는 것일까.

올해 새로 심은 백모란만 해도 10여 그루다. 5년 만에 첫 꽃으로 슬프도록 붉은색의 모란 두송이를 피웠던 나무는 잎만 무성하고, 지난해 첫 꽃을 피웠던 순백의 숭고한 백모란 다섯 송이로 늘었다.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을 심고 가꾸며 꽃을 피울 봄날을 기다리는 심정이 이 말 말고는 무엇으로 다할 수 있을까. 남은 다섯 날 만이 그 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긴 삼백 예순 날을 기꺼이 기다린다.

어찌 모란뿐이겠는가. 앞으로 몇 번 더 모란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을까. 매 해 새 봄이라 부르며 맞이할 숭고한 시간을 그 누구도 장담 못하기에 이 모란이 피는 봄날이 눈부시도록 찬란한 나의 봄이다.

날마다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읊조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숭고하게 피어올라 처절하게 지고마는 모란이다. 

다시,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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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하루가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했던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은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배우 김혜자 씨가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대본을 인용한 수상소감이다.

이 땅에 살아온 모든 부모님의 속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버이날 읽고 또 읽으며 속으로 되새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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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반자본의 마음, 모두의 삶을 바꾸다
김효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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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마을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나도 지금의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 장마가 머물고 무덥던 날이었고 마침 내린 장대비로 마당에 넘치는 물을 빼느라 흠뻑 젖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그 후 햇수로 8년 차에 접어들었으니 시골생활에 나름 적응했다고 본다. 그 적응 과정이 비슷하지만 또 너무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마을 한 복판에 살면서도 여전히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도 내 삶의 지평은 좁혀지거나 단절되지 않았다.


비슷하지만 너무도 다른 이들이 마을 건너에 살거나 산모퉁이를 돌고 때론 자그마한 고개를 넘어가면 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독특한 영역을 넘나드는 일상이 이어진다. 가까이에는 한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뤄 나름대로의 더불어 사는 삶을 꾸려가는 이들도 있지만 그 마을 안에서 사는 것이 특별해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정말로 그곳에서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도시탈출을 꿈꾸거나 이미 탈출해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들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어 삶의 터전을 옮겼다.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의 저자 김효경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상한 마을을 소개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모두가 그렇듯 크고 작은 사연들이 안고 떠나온 길이다. 모양과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그 중심에는‘행복한 삶’이 있다.


“이 마을 뭔가 이상해”라고 이야기 하는 이들의 마음 한구석을 온기로 다독였던 힘은 어디에 있을까? 김효경은 ‘공통체’와 이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들의‘관계’에 주목한다. 특별한 마을은 원래 특별한 무엇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들의 만들어낸 사람들의 관계로부터 이뤄졌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변두리 마을”은 결국 너와 나를 구분하는 내적 경계가 허물어지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 진다. 그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다소 느리고 버겁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같은 곳에 도착할 수 있는 힘은 역시 사로를 다독일 줄 아는 사람에게 있었다.


이 ‘특별한 마을’의 경험을 한 저자는 마을을 떠나 도시 아파트 생활로 돌아갔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분명 달라져야 한다. 공동체 삶의 구체적 경험을 한 이들이 삶의 터전이 바뀌었다고 그 특별한 경험으로 성숙한 삶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공동체를 경험했던 사람들만의 일상에서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특별했던 경험이 그 자체로 끝나버린다면 한때의 즐거운 경험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저자가 이 특별한 마을을 소게하고 싶은 근본 바탕에는 “이상한 마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는 곳이 그곳이며, 그곳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시작하자는 것에 있다고 본다. 저자 김효경의 달라진 도시 생활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봄볕보다 더 따뜻한 것이 사람의 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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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복초'
가까이 있다고는 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된다. 보고 싶어도 기회를 놓치거나 기호에도 호불호도 있기 때문이다. 꽃보자고 먼 길 나선 길이지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꽃을 만났다.


작은 개체가 초록의 잎에 초록의 꽃을 피우니 눈에 보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꽃은 눈에 잘 띄게 마련이다. 벌 나비가 찾아와 수정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꽃은 그것과는 상관없다는 것처럼 주변과 구별이 안될 정도로 숨은듯 피었다.


황록색으로 핀 꽃을 들여다보면 놀랍다. 줄기 끝에 3~5개 정도가 뭉쳐서 피는 꽃이 마치 하나의 꽃으로 보인다. 작기도 하지만 오밀조밀한 생김새도 볼만하다.


연복초, 특이한 이름이다. 복수초를 찾다가 함께 발견되어, 복수초가 피고 진 후에 연이어서 꽃이 핀다고 해서 연복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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