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초록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전이다. 초록에 초록을 더하며 서로가 서로를 허용하는 오월의 산이 좋다. 뚜렸했던 경계는 봄볕을 품는 날이 늘어나며 날로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중이다.


백합나무 묵은 둥치에 돋아난 새 가지에 잎이 났다. 그 잎이 볕을 품어 나날이 짙어진다. 이처럼 봄마다 새순이 빛을 받는 순간들에 주목한다. 풀이거나 나무이거나 빛이 들때면 마치 온세상의 주인공이 나라는듯 환하게 빛나는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챙겨본다. 나도 그처럼 볕을 품어 스스로를 위안 삼고자 하는 이유다.


연초록의 먼 산을 보는 맛이 가을날 단풍의 요란함 보다 훨씬 낫다. 오월의 숲이 주는 넉넉함의 배경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끄러미 먼 산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오월에 품은 볕이 있어 한해를 무심히 건널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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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볕을 더해 향기와 맛을 가둔다. 제 몸에 담긴 것을 나누기 위한 일이기에 기꺼이 품을 열어 애쓴 결과를 담아두고자 한다.

땅의 힘을 빌려 나왔지만 그것이 어디 땅만의 일이겠는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의 기운을 조금씩 얻어와 스스로 키우고 그 애쓴 보람을 나눈다.

품은 향과 맛, 볕 좋은 봄날의 넉넉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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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룽나무'
낮은 곳에 피는 꽃을 보기 위해 땅을 보고 걷는 것에서 점차 눈 높이 위로 시선이 옮겨가는 때다. 이때 쯤이면 풀꽃에 집중하던 시기를 지나 나무꽃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광대수염과 긴병꽃풀을 보느라 낮은 자세로 걷던 숲에서 반가운 향기를 맡는다. 저절로 고개를 드니 눈앞에 꽃을 가득 피우고 있는 나무 몇그루가 있다. 제법 키가 큰 나무가 가지를 내려뜨리고 향기를 내쁨는다.


하얀꽃을 단 꽃이삭이 많이 달린다. 일년생가지를 꺾으면 냄새 나고 나무껍질은 흑갈색으로 세로로 벌어진다. 한방에서는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향기도 꽃모양도 독특한 이 나무는 남부 지역에는 보기 쉽지 않은 나무다. 이 나무를 보기 위해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곳을 간다. 개인적으로 이 꽃을 보고 나면 주 꽃탐방의 장소가 지리산으로 바뀌는 기준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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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판나물'
초록과 노랑의 어울림이 좋아 꼭 찾아보는 꽃이다. 조화로운 색감과 두께가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느껴지는 질감까지 독특한 느낌의 식물이다. 고개숙인 모습에서 단정함을 본다.


숲 그늘에 홀로 또는 무리지어 핀다. 곧은 꽃대에 묵직한 꽃을 피워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잎 모양이나 전체적인 모습으로 봐서 둥굴레나 큰애기나리와 비슷하지만 꽃과 크기 등에서 차이가 나 쉽게 구분이 된다.


윤판이라는 이름은 지리산 주변에서는 귀틀집을 윤판집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식물의 꽃받침이 마치 윤판집의 지붕을 닮아서 윤판나물이라고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맑은 빛에서나 비오는 숲에서도 그 독특함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수줍은 듯 아래로 꽃이 피는 모양에서 비롯된 듯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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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조금 남겨 뒀어요.
다음에 오는 바람 섭섭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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