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향 煮茗香

呼兒響落松蘿霧 호아향락송나무
煮茗香傳石徑風 자명향전석경풍

아이 부르는 소리는 송나를 스치는 안개 속에 들려오고
차 달이는 향기는 돌길의 바람을 타고 전해오네.

*진각국사가 스승인 보조국사가 있는 억보산 백운암을 찾아 갔을 때, 산 아래에서 스승의 목소리를 듣고 읊은 시라고 한다.

송나松蘿를 쓴 스님의 모습에는 이미 차향 가득할테니 들고나는 모든 소리 역시 차향이 배어있으리라. 차 달이는 향기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찾아본 글 귀다.

한껏 주목 받을 수 있었던 화려함을 버리고 나니 감춰진 자신과 직면한다. '이쁘다', '화려하다', '이름값 한다'는 요란스러웠던 공치사는 메아리로도 남지 않았다. 무엇이 '나'인가라는 물음 역시 진즉 산을 넘었다. 꽃이 떨어지는 후 돌아보는 않은 모습에 주목한다. 걸음을 멈추고 눈맞춤하는 이유는 생명을 품고 있는 꽃의 마음에 향기를 쫒는 이의 마음을 담아 '헌화가'를 부르기 위함이다

자명향 煮茗香,
'차 달이는 향기'를 볼 수 있다면 헌화가를 부르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꽃이 진 자리에 향기가 피어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은 겉돌지 않는다

출간 소식이 늘 반갑지만 막상 책을 손에 들고도 선 듯 나서지 못하는 작가가 있다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저하면서도 건너뛰지 못하는 매력이 함께 있는 경우가 그렇다나에게 작가 김훈은 손 내밀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 한 발치에 있다작품 이외에는 인연이 없는 순수한 독자로써 작가를 대하는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이 수필집 연필로 쓰기를 읽으며 짧은 문장 하나를 만나고 나서야 겨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할매는 몸으로 시를 쓴다”(칠곡곡성양양순천 할매들의 글을 읽고)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그것은 바로 말은 겉돌지 않는다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가 김훈의 소설과 수필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그의 글은 어떤 이야기를 하든 하고자 하는 주제가 그 실체와 겉돌지 않는다는 점이다손에 들면 쉽게 놓을 수 없게 하는 작가 김훈의 글의 힘이 나는 여기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본다.

 

연필로 쓰기에 실린 3부로 나누어진 서른 네 편의 글은 길고 짧은 것과는 상관없이 매 글마다 단숨에 읽히지만 막상 읽고 나면 긴 여운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보고 듣는 사람들의 지극히 사소한 일상이나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만 그것의 실체는 삶의 본질에 선을 대고 있다그렇기에 할매는 몸으로 시를 쓴다에 인용한 할머니들의 문장과 작가 김훈의 글은 서로 다르지 않게 읽힌다.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작가 김훈의 그간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탐독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다소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비로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함박꽃나무'
모든 꽃은 아름답고 이쁘다.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주목 받아야 한다. 잠시 피는 꽃이지만 꽃이 피기까지의 수고로움과 열매 맺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꽃이 동등하게 주목 받지는 못한다. 사람마다 취향의 호불호가 다르고 보는 목적이 달라서다. 나 역시 수많은 꽃을 찾아 발품팔면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꽃은 따로 있다. 그 중 이 함박꽃나무가 선두다.


깨끗하고 탐스러우며 특유의 향기 또한 은근하고 깊다. 꽃잎의 백색과 붉은 빛이 도는 수술에 꽃밥의 밝은 홍색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면서도 기품있는 단아함을 보여준다. 모양, 색, 향기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때를 기다려 높은 산을 올라 기어이 보고나서야 비로소 여름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나에게는 봄과 여름을 가르는 나름 시금석 같은 꽃이다. 매년 이 꽃을 핑개로 무등산을 올르며 보았는데 올해는 지리산에서 눈맞춤 했다.


전국 숲에서 자라지만 눈여겨 보는 이가 많지 않다. 비교적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사는 이유도 한몫 한다.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는 뜻으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북한에서는 '목란'이라 부르며, 국화로 지정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함박꽃나무다.


곱다. 하얀 꽃잎도 그 꽃잎에 쌓인 붉디붉은 꽃술도 적절한 어울림으로 한눈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흰 꽃이 잎이 난 다음에 밑을 향해 달려 피는데 향기가 좋다. 꽃그늘아래 있다보면 꽃향기에 취해 나무 곁을 벗어나기 힘들 정도다. 함박꽃나무, 입안에 머무는 이름이 꽃만큼이나 좋은 여운을 남긴다.


백련의 숭고함도 아니고 백모란의 원숙미와도 다르다. 순백의 꽃잎을 살포시 열며 보일듯 말듯 미소 짓는 자태가 중년으로 접어드는 여인이 곱게 단장하고 옅은 미소를 띈 모습으로 연상된다.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리학자의 인문여행
-이영민 저, 아날로그(글담)

여행지를 고르지만 말고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여행하는 지리학자 이영민이 인문지리학적 관점으로 장소와 그곳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행기이다.

드러난 것을 본다는 의미의 '견見'이 아니라 눈을 크게 뜨고 깊이를 더하여 자세히 본다는 '관觀'에 더 가깝다.

시간과 공간이 특별해지는 여행을 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주솜대'
참기생꽃을 보러 먼길을 나섰다. 목표하는 꽃이 정해져 있더라도 가고오는 길 눈은 사방을 살핀다.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새를 쫒늗 매의 눈처럼 반짝이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놓치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기서도 힘이 쎄다.


풀솜대가 꽃이 피어 시간이 지나면서 푸른색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하고 무심히 지나친 후 1년 후 다시 찾은 지리산에서 확인했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로 지리산 반야봉 정상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풀솜대는 꽃이 흰색으로 피는 것과는 달리 자주솜대는 연녹색의 꽃이 핀다. 이 꽃이 나중에 자주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자주솜대라는 이름을 얻었다.


비슷하니 같은 것으로 보고 지나쳤다. 꽃을 보러다니며 얻은 것 중 하나는 사소한 차이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바로 알아가기에 어디 이 식물 뿐이겠는가. 사람도 다르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