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이다. 숲에 들면 한없이 느려지는 걸음에 익숙하다. 좌우를 살피고 위아래도 봐야하며 지나온 길에 돌아도 봐야 한다. 높이를 달리하고 속도가 변하면 일상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거기에 있다. 일부러 그렇게 봐야할 이유를 밝히기 전에 당연시되는 행동이다. 숲에 들어 생명을 만나기 시작한 후로 달라진 태도다.

문득 눈을 들어 몇 걸음 앞 허공에 멈춘 꽃을 본다. 희미한 빛을 품고서 자신이 본래 간직한 순한 빛을 발하고 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순간이다. 사소한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는 세심한 눈길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눈맞춤이다. 느린 움직임을 멈추고 내쉬는 숨마져도 조심스럽게 가만히 바라본다.

적절한 때와 장소 그리고 그 앞에 멈춘 내가 하나되어 꽃이 되는 순간이다. 순백의 지극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먹먹하다.

꽃이 핀다고 그 꽃이 저절로 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는 안다. 관련된 모든 인연의 정성을 다한 수고로움으로 꽃이 피듯 사람의 만남도 그러하다. 사람과의 만남, 그 만남으로 인해 형성되는 공감, 이 모두는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꽃으로 피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대는 이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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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심보선, 문학동네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묻는 글들이다. 당신이 있는 곳을 돌아보기를, 내가 있는 ‘이쪽’의 풍경은 어떤지 바라보기를, 그리하여 나와 너,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어떤 움직임이 될 수 있을지, 어떤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지 묻는."

모험이다. 첫만남의 은근한 기대와 그에 걸맞는 부담이 함께 있다. 저자와 처음 만남이라 사전정보는 없다. 책 제목에 이끌려 손에 든 책이다. 이런 제목을 달 정도의 안목이라면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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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 이덕무
이덕무 지음, 정민 옮김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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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내 삶의 거울을 삼아야 할까

옛사람들의 글을 읽다가 내가 사는 이 시대와는 사뭇 다른 삶을 살아간 모습에 보면서 종종 놀라는 일이 있다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삶의 태도를 접할 때가 그 중 하나다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태도를 보면 지금의 나이와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생각과 태도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다.그렇다면 205여 년을 사이에 둔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맞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의문을 갖는 까닭은 열여덟 살 이덕무가 지었다는 글을 읽으면서 드는 당혹스러움으로 시작된다이덕무의 무인편戊寅篇은 실린 짧은 문장들에 담긴 자기성찰의 내용은 현대 나이로 열여덟 살과 비교가 가능한 일일까열여덟 살이 아니라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나 스스로를 돌아봐도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는 18세기 조선의 문예 부흥을 주도한 문장가이자 북학파 실학자이다홍대용,박지원박제가유득공 등과 교류하였으며 사가시인(四家詩人)의 한 사람으로 청나라에도 이름을 알렸다.정조에 의해 규장각 검서관으로 발탁되어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활동하였다사후에 어명으로 유고집 아정유고(雅亭遺稿)’가 규장각에서 간행되었으며여러 저작을 묶은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가 있다.

 

이 책 열여덟 살 이덕무는 이덕무가 "열여덟 살에서스물세 살 나던 젊은 5년간의 기록들이다이를 정민 교수가 옮겨 번역하고 자신의 해설을 엮어 발간한 책이다여기에 수록된 글은 무인편戊寅篇’, ‘세정석담歲精惜譚’, ‘적언찬適言讚’, ‘매훈妹訓’ 으로 젊은 날 이덕무가 세상과 스스로를 바라본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이야기 되는 글들이다.

 

여기서 관심이 가는 글은 공부하며 스스로 경계로 삼아야 할 내용을 짤막한 글로 써서 모은 무인편과 쾌적한 인생을 살기 위한 여덟 단계 적언찬이다특히무인편의 첫 번째 글인 거울과 먹줄은 길게 잡더라도 반평생을 훌쩍 넘긴 사람이 읽어도 자성하게 만드는 내용에 머리가 서늘해진다.

 

여기에 적언찬병서(適言讚幷序)에 담긴 식진(植眞), 관명(觀命), 병효(病?), 둔훼(遯毁), 이령(怡靈), 누진(?陣), 간유(簡遊), 희환(??등 여덟 가지 단서는 진실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적언찬병서(適言讚幷序)는 이덕무가 벗인 삼소자 윤가기의 책 적언(適言)‘의 여덟 장절에 자신이 시를 지어 선물했던 내용이다.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내용들을 접하며 이덕무의 삶을 한층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기회다무엇으로 남은 삶을 꾸려가야 할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이덕무의 젊은 날의 초상이 서늘하게 다가온다이덕무의 무인편 첫 번째 글을 다시 읽는다.

 

거울을 닦듯 마음을 닦고먹줄을 치듯 몸가짐을 곧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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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의 시 '숲'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모두는 서로를 빛나게 하는 존재다. 스스로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으면 그대와 나도 숲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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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생꽃'
깨끗하다. 맑고 순한 모습이 마냥 이쁘다. 순백의 아름다움이 여기로부터 기인한듯 한동안 넋을 잃고 주변을 서성이게 만든다. 막상 대놓고 눈맞춤하기에는 미안함 마음이다.


두번째 눈맞춤이라 가는 길도 꽃 앞에 서서도 다소 마음의 여유가 있다. 멀리서 가까이서 짧지만 시간을 두고 살핀다. 먼저 자리한 이와 처음 본 이가 마음껏 보도록 일부러 먼 곳을 보기도 한다.


참기생꽃, 기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흰 꽃잎이 마치 기생의 분 바른 얼굴마냥 희다고 해서 지었다는 설이 있고, 옛날 기생들이 쓰던 화관을 닮아서 기생꽃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기생꽃과 참기생꽃의 구분은 애매한듯 싶다. 굳이 구분하는 입장에서는 잎 끝의 차이와 꽃받침의 갯수 이야기 하는데 내 처지에선 비교불가라 통상적 구분에 따른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한다. 지리 능선의 기운을 품어 더 곱게 피었나 보다. 다음 해에는 꽃친구를 설득하여 함께 보러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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