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심보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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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돌이 되고자

모험이다첫 만남의 은근한 기대와 그에 걸맞는 부담이 함께 있다저자와 처음 만남이라 사전정보는 없다.책 제목에 이끌려 손에 든 책이다이런 제목을 지을 정도의 안목이라면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더하여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그를 질투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쉬운가.그냥 그를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라는 추천사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사회학자의 시선이 닿는 곳이 어디여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기대와 추천한 신형철의 글에 대한 반사효과도 있었다고 솔직한 고백을 한다.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묻는 글들이다당신이 있는 곳을 돌아보기를내가 있는 이쪽의 풍경은 어떤지 바라보기를그리하여 나와 너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어떤 움직임이 될 수 있을지,어떤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지 묻는."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심보선이 2007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써온 산문을 가려 뽑고때로는 지금의 시점에서 반추한 코멘트를 덧붙이기도 하며, 77개의 글을 한 권에 담았다심보선의 시선이 닿는 곳은 삶을 꾸려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로부터 동시대인들의 공감을 불러올 사회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바라보고 있다그 시선은 따뜻하고 합리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사회학자로 강단에만 머물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함께하는 모습이 그의 글에 대한 관심의 가능성을 열어두게 한다다양한 분야에 걸친 그의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사회학자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람에 있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고 길지도 않은 글들을 읽어가는 데 힘을 잃어간다무엇이 읽어갈 동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일까저자가 후기에서 말한 이 책의 제목을 어설프고서글프고어색하고부끄러운이라고 정하려 했다는 자기고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겸손이 과하면 신뢰를 형성하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비슷한 맥락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꼴이 아닌가 싶지만 첫 만남의 소감이 그렇다는 말이다.

 

사회학자 심보선은 어쩌면 그의 시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에서 언급한 그 나지막한 돌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실천하는 학자로의 그의 앞날에 심심한 격려를 보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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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19-09-26 0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픔없는 십오초‘ 라는 시를 통해서 알게된 심보선인데..산문집은 너무 어렵다는요..
읽다가 중단했다가 다시 읽고 있어요...^^

무진無盡 2019-10-24 18:37   좋아요 0 | URL
절대로 쉬운건 아니더라구요. ^^
 

거울과 먹줄
선비는 마음을 거울처럼 밝게 하고, 몸단속을 먹줄처럼 곧게 지녀야 한다. 거울은 닦지 않으면 먼지로 더렵혀지기가 쉽다. 먹줄은 곧지 않으면 나무가 굽게 되기 일쑤다. 마음은 밝지 않으면 욕심에 절로 가려지고, 몸에 규율이 없으면 게으름이 절로 생겨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려면 또한 마땅히 닦아야 하고 곧게 해야만 한다.

士子明心如鑑, 律身如繩. 鑑不磨則塵易汚, 繩不直 則木易曲. 心不明則慾自蔽, 身不律 則惰自生. 治心身, 亦當磨之直之.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열여덟 살에 쓴 무인편戊寅篇에 나오는 글이다. 무인편은 그해 겨울 삼호의 수명정에 살면서 스스로 경계로 삼고자 쓴 서른여덟 단락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 모음이다.

열여덟이면 이미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세배 이상의 나이를 먹은 오늘의 나와 비교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밝고 맑은 마음으로 스스로 정한 규율에 몸의 게으름을 경계하고자 하는 일이 어찌 나이와 상관 있겠는가.

맑고 밝아 그 곱기가 형용할 말을 찾지 못하는 함박꽃나무다. 이와 눈맞춤 하고자 산을 오르는 마음가짐으로 오늘을 산다면 아찔해진 정신을 조금이나마 다독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거울을 닦듯 마음을 닦고, 먹줄을 치듯 몸가짐을 곧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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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손ㆍ바라지
(2019. 6. 26 국립무형유산원 공연)

씻김시나위, 비손, 생사고락, 무취타, 바라지 축원

분명하다. 지향志向하는 바가 확실하기에 무대 위의 모든 것이 넘치지 않는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몸짓, 맑고 밝아 더 간절한 소리. 이 모두가 관객을 몰입으로 이끈다. 담백하기에 힘이 쎄다.

누군가를 물심양면으로 알뜰히 돌본다는 의미의 '바라지', 맺힌 바를 풀어가는 '해원解寃'의 다른 이름으로 이해한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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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참꽃나무'
본 듯 싶은데 아닌 것도 같다. 무엇과 닮았다는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는 의미다. 모르면 어떤가 눈에 들어와 눈맞춤하는 순간 내게 자리잡은 그 마음이 소중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식물을 알아간다.


지리산 세석평전 위 능선에서 만났다. 바위틈에 자리잡고 크지 않은 나무가 아주 작은 꽃을 피웠다. 흰참꽃나무는 지리산, 덕유산 및 가야산 등 남부 고산지역에서 자라는 흔치 않은 식물이라고 한다.


흰색의 꽃에 꽃술이 두드러지게 보여 더 눈길을 끈다. 2~6개의 꽃이 붙어서 핀다는데 대부분 2개씩 피어 있다. 작은 키의 나무에 녹색잎 사이에서 반짝이듯 핀 꽃이 앙증맞다는 느낌이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반겨 이름 불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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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9-06-27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 덕분 일까요? 진달래랑 닮았어요

무진無盡 2019-06-27 22:21   좋아요 0 | URL
같은 집안으로 분류되긴 합니다~^^
 

#시_읽는_하루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의 시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이다. 관계의 상호작용, 사람 살아가는 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 중 아주 특별함으로 관계 맺어가는 사이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움의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안다. 늦지 않게 알 수 있기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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