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나리'
누군가 먼저 보고나서 소식을 올리면 나도 언젠가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누구와 함께든 그곳이 어디든 어떤 상황에서 본다는 것을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한 믿음이지만 여태 그렇게 되어왔다.


슬글슬금 땅나리 이야기가 들리면서 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제주도 꽃친구들과 나들이에서 첫눈맞춤을 했다. 오롯이 혼자 볼 때와는 분명 다른 맛이다. 조금씩 다른 시선과 감정으로 한 대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이 있어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어딘지 모른 바닷가 까만 돌 위에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의 꽃이 우뚝섰다. 땅과 바다의 경계에 서서 모두를 아우르는 듯하다. 작은 키가 당당함을 전하는 비법인양 오히려 의젓하게 보인다.


특별한 이들과 바다 건너 먼 길 나선 꽃놀이를 환영하는 징표로 삼을만 하다. 첫만남의 순간이 유독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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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짙은 녹음으로 물든 숲이 한순간 환해지는가 싶더니 여기저기 나비가 날아간다. 바람결따라 나풀거리던 나비는 어느사이 꽃과 하나되어 다시 꽃으로 핀다. 그 꽃을 보기 위함이 초여름 숲을 찾는 이유다.


혼자 피어도 그 고고한 기품은 살아있고 무리지어 피어도 그 가치를 나누지 않고 더해간다. 꽃무리 속에 서면 나도 한마리 나비가 되는듯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산골짜기나 돌무더기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다. 수국을 닮았는데 산에 난다고 산수국이다. 꽃이 좋아 묘목을 들여와 뜰에서 키운지 몇해 만에 첫꽃을 피웠다.


무성화 주변에 양성화가 달리는 탐라산수국, 꽃받침에 톱니가 있는 꽃산수국, 잎이 특히 두꺼운 떡잎산수국 등이 있다는데 딱히 구분이 필요할까 싶다.


산수국은 헛꽃을 뒤집어 수정이 끝났다는것을 알려주는 신기한 녀석이다. 인동덩굴이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거나 찔레꽃의 꽃술의 색이 변하는 것과 같다.


토양의 상태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과, 헛꽃이 진짜 꽃보다 화려하여 매개체를 유혹하는 것으로부터 연유한 것인지 '변하기 쉬운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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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말이 좋아서
-김준태, 김영사

"무채색 단조를 벗고 살갗을 트며 꽃을 피우는 봄,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잎사귀로 하늘을 채우는 여름, 단풍으로 이별을 알리고 열매로 미래를 여는 가을, 배려와 존중으로 가지를 뻗어 숲을 사랑장으로 만드는 겨울까지."

오늘도 나는 숲으로 갑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지만
순전히 제목에 혹해서 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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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성질을 부리기 전 길을 나섰다. 가까이 있어 자주 오르지만 올 봄엔 멀리 다니느라 찾지 못했던 산이다. 긴 오르막을 겨우 오르며 가픈 숨을 쉬느라 올려다 본 나뭇잎 모습에 저절로 멈춘 걸음이다.

"칠월 숲은 
나뭇잎 소리로 분주하다. 
하늘을 가득 채운 잎사귀들이 
만드는 스킨십이다. 서걱서걱 여름 소리에 마음이 열린다."

*김준태의 '나무의 말이 좋아서'의 일부다. 볕과 바람이 쓰다듬고 흔들어 대는 중에도 나뭇잎은 그 모두를 안고 자연스럽다. 알아듣고 못알아 듣고는 듣는 이의 몫이라는 듯 소근대듯 반짝이며 말을 건넨다. 

7월의 숲에 들면 꼭 찾아보는 나무가 있다. 꽃의 순하고 곱기로는 함박꽃나무와 견주어서도 결코 밀리지 않은 노각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꽃을 보여주지만 그 꽃으로 인해 나무를 찾고 만질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꽃보러 가야겠다.

7월의 숲, 빛과 바람의 변주곡 그 리듬 속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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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난초'
깊은 땅 속에 침잠하더니 끝내 솟아 올라 간절함을 터트렸다. 그냥 터트리기엔 참았던 속내가 너무도 커 이렇게 꼬였나 보다. 하지만, 그 꼬인 모습으로 이름을 얻었으니 헛된 꼬임은 아니었으리라. 꼬이고 나서야 더 빛을 발하는 모양새따라 널 마주하는 내 몸도 꼬여간다.


꽃을 보기 위해 연고도 없는 무덤가를 서성인다. 마음 속으로 무덤의 주인에게 두손 모으고 꽃를 보러 찾아왔으니 깊은 땅 속 꽃 많이 피어올리면 더러 나처럼 찾는 이 있어 반가움 있을거라고 넌지시 권한다. 올해는 숲으로 가는 입구에서 떼로 만났다.


전국의 산과 들의 잔디밭이나 논둑 등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짧고 약간 굵으며 줄기는 곧게 선다. 꽃의 배열된 모양이 타래처럼 꼬여 있기 때문에 타래난초라고 부른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타래난초라고 한다.


하늘 높이 고개를 쑤욱 내미는 것이 옛날을 더듬는 듯도 보이고, 바람따라 흔들거리는 모양이 마치 깡총걸음을 들판을 걷는 아이 같기도 하다. 이로부터 '추억', '소녀'라는 꽃말을 가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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