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떨구었으니 다음생으로 건너가는 중이다. 꽃은 피고지는 매 순간을 자신만의 색과 향기를 몸 안에 생채기로 기록하며 다음생을 기약하는 자양분으로 삼는다.

꽃잎을 떨구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어제와 내일을 오늘에 담았으니 비로소 시작인 샘이다. 품고 있는 씨앗이 영글어 땅에 닿을 날을 기다린다. 붉은 노을을 보며 내일을 맞이하는 마음과 같다.

핀 꽃이 떨어져 땅에서 다시 피었다가 지는 것을 무심한듯 끝까지 지켜보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情이 든다는 것도 상대방의 그림자에 들어가 나 있음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 것과 서로 다르지 않다.

하여, 정情이 들었다는 것은 각자 생을 건너온 향기가 서로에게 번져 둘만의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아는 일이다.

농담아회濃淡雅會,
벗들에게서 스며든 향기에 은근하게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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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비기나무'
지난해 딸아이와 섬나들이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독특한 모습에 짠물이 드는 바닷가 모래밭에 자리잡은 환경이 예사롭지 않았다.이번 제주도 나들이에서 지천으로 널린 모습으로 만나니 더 반가웠다.


해녀콩과 더불어 내가 만난 제주 해녀와 관련된 두번째 식물이다. 깊은 바다에서의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평생 두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 나무의 약성분이 두통에 좋아 치로제로 애용되었다니 깊은 인연이다.


순비기나무라는 이름은 해녀들이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다가 물 위로 올라오면서 내는 숨소리를 ‘숨비소리’, 혹은 ‘숨비기 소리’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해녀들의 삶과 얽힌 인연이 깊어 보인다.


열매를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다음 베개에 넣어두면 두통에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해녀들의 고단한 일상을 함께했던 나무라고 하니 더 관심있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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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뒤집었다. 제 사명을 다했다는 표시다. 제 의지와는 크고 상관없이 화려한 몸짓으로 남을 위해 존재하는 헛꽃으로 태어난 것이지만 그것으로도 제 삶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산수국의 헛꽃은 진짜꽃의 수정이 끝나면 매개체들에게 더이상 수고로움을 끼치지 않아도 된다는 표시로 자신의 몸을 뒤집는다고 한다. 어쩌면 진짜꽃 보다 크고 화려한 몸짓으로 한때를 마음껏 누렸으니 아쉬움도 없을 것이다. 빛나는 조연은 그렇게 세상 어디에나 있다.


자연의 삶이 보여주는 배려하는 현명함이다. 다른이와 스스로에게 정직하고자 하는 감정과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한다.


인간도 이런 자연의 일부다. 아니 일부였다. 이제는 그 본성을 잃어버렸거나 일부러 버리고 자연과는 별개의 특별한 존재라고 우기며 산다. 어쩌면 소외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게된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뒤집어진 헛꽃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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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
확장 공사가 끝난 국도변에 못보던 꽃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돌아서서 확인한 것이 서양벌노랑이였다. 서양이 있으면 토종도 있을 것이라 여기며 언젠가 보겠지 했는데 제주도 바닷가에서 만났다.


순하면서도 친근한 노랑색이다. 자잘한 꽃들이 모여 있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서양벌노랑이의 꽃이 3~7송이씩 뭉쳐 피는데 비해 벌노랑이는 꽃이 1~3송이씩 붙는 점이 다르다. 구분이 쉽지는 않다.


노란 꽃이 나비 모양을 닮은데다 벌들이 이 꽃을 좋아하여 벌노랑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미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을 몇개 얻어왔다. 뜰에 심어서 살펴보는 재미를 누리려고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꽃말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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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어젯밤 나는
네 얼굴을 
보려고

달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김용택의 시 '달'이다. 비오고 흐린 날의 연속이라 밤하늘의 달 보기가 쉽지 않다. 깊은 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의 달이 반갑다. 반으로 품을 줄인 달 속에 네 얼굴이 있더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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