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으로'
저절로 피고 지는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견디면서 이겨나가야 비로소 때를 만나 꽃을 피울 수 있다.


여름 대밭의 주인공으로 피어날 때를 기다린다. 적당한 그늘과 습기, 온도가 만들어 주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질 때를 기다려 비로소 문을 연다. 이미 시작되었으니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치마를 펼치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춤을 출 때가 오고 있다.


바람이 쓸고간 새벽의 달빛은 유난히도 깊었다. 그 달빛이 하도 아까워 한줌 손아귀에 쥐고 품속으로 넣어두었다. 하루를 건너기 버거운 어느날 곱게 펴서 스스로를 위안 삼으리라.


기다림이란 지극한 그리움을 가슴 속 가득 쌓아두는 일 이다. 하여, 이 또한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아프고 시리며 두렵고 외로운 이 수고로움이 가득차면 그대와 나 꽃으로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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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
새싹나는 봄부터 꽃피고 열매 맺을 때까지 지켜봤다. 흔하지 않은 나무기에 더 관심이 간다. 특이한 모양의 주머니를 가진 나무다. 보호해서 키워야할 무엇이 있기 때문이리라.


노랑꽃을 한가득 피워올려 그 밝음을 자랑하더니 세모꼴 열매주머니를 달고 다시금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꽃 피고 열매 맺는 그 사이를 몇번이고 눈맞춤한다. 이 나무는 이걸 바랬던걸까? 꽃으로 기억되는 식물, 열매로 기억되는 식물 등이 있기 마련이다. 대분분 어느 하나가 우선된다. 하지만 이 나무는 이 둘에 다 주목하게 만든다.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기 때문에 염주나무라고도 한다는데 열매를 살펴본 결과 너무 작아 구멍을 뚫을 수도 없어 보였다. 같은 무환자나무과의 무환자나무 열매는 염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으로 보아 이 두 나무를 서로 혼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 가을 내 뜰에 들여올 나무다. 꽃도 좋고 열매를 담고 있는 꽈리모양의 열매집도 보기에 좋은 모감주나무는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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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버려야할 때가 있다'
식물이 본체를 살리기 위해 특정한 가지를 선택하고 영양공급을 중단해 고사시키듯 과감히 버려야할 때가 있다. 극단적인 선택이 이에 해당한다.

사람의 사귐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덜 중요한 것은 뒤로 미루거나 때론 포기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손에 쥐고 갈 수 없을때 무엇을 버려야 할까?

이는 무엇을 지키고자 하느냐에 달렸다. 잘 살펴서 사귐의 본질을 파괴하는 것은 버려야 한다. 사소한 욕심을 부리거나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해 본질을 무너 뜨려서는 안된다. 무엇을 버려야 할지 그것을 감지하는 이는 바로 자신이다. 

본질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엄습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대와 나란히 걷기 위해 난 무엇을 버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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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귀쓴풀'
지난해 지리산 반야봉 당일치기를 감행하게 했지만 헛탕을 치고 말았다. 위치 정보도 없고 작고 작아 사진으로만 본 꽃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올해 다시 꿈틀거리는 마음에 끌려 가야산을 올랐다. 물론 위치 정보는 없지만 무작정 나선 이유는 대상을 복수로 정한 것도 이유가 된다.


자욱한 안개 속에 펼쳐진 고지대 꽃밭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키는 작고 색은 진하며 무리지어 핀 꽂들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장소를 바꿔 오르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연신 다독거린다. 주 목표였던 이 식물까지 만났으니 이보다 더 좋을수가 없다.


작은 키에 가늘고 긴 가지가 많다. 그 가지 끝에 아주 조그마한 꽃이 핀다. 하얀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어 그나마 쉽게 눈에 보인다. 작아서 더 귀하게 보이는 꽃이 한없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네귀쓴풀이란 귀처럼 생긴 꽃잎이 4개로 갈라지며, 쓴맛을 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좌우 대칭으로 갈라진 꽃잎과 하얀색과 자주색 점 그리고 꽃술의 어울림이 참으로 이쁘다.


높은 곳에서만 살아 보고 싶은 이들의 속내를 태울만한 식물이라 여러가지 조건으로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한숨을 안겨주는 꽃이기도 하다. 지각知覺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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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그칠일 없다는 듯이 쏟아진다. 그쳤나 싶더니 번개 천둥 동반하며 다시 쏟아지길 반복한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주인공으로 주목 받을 수 있을까 싶었는지 오락가락 변화무쌍한 모습이다.

"하늘을 깨물었더니
비가 내리더라
비를 깨물었더니
내가 젖더라"

*정현종의 시 '하늘을 깨물었더니' 전문이다. 서쪽부터 빼꼼히 밝아오는 하늘이 오늘은 더이상 젖지 말라는 배려인가 보다.

우산 대신 펼치려던 양산을 다시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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