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이면 좋겠다'
꼭 붉은색일 필요는 없으나 그래도 이왕이면 붉은색이라면 더 좋겠다. 싸늘하게 식었던 가슴이 온기를 얻어 꿈틀거리기엔 이 붉은색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응어리졌던 마음 속 설움이 녹는다. 한번 녹아내리는 설움은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여전히 가슴을 죄는 시름마져 함께 녹는다. 설움과 시름이 녹은 자리 움츠렸던 심장이 온기를 얻어 다시 뛴다. 이 모든 자리에 붉은색 만이 적합하다. 심장의 피가 붉은 이유와 다르지 않다.

가벼워 잔망스럽지 않고, 짙어 무겁지도 않고 붉지만 탁하지 않은 이 붉은색으로 다시 살아 저 산을 넘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꿈을 꾼다.

소리가 먼저 당도하는 소나기 소식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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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백일홍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그렇게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이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도종환의 시 '목백일홍'이다. 석달열흘 붉을 것처럼 삼복의 여름 햇볕 처럼 강렬한 목백일홍도 꽃잎을 떨군다. 떨어진 꽃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곳에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이 있다.

배롱나무 꽃이 거듭나고 거듭나며 피듯 그렇게 스스로를 꽃 피울 일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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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향'
안개 자욱한 가야산 정상에서 무수히 펼쳐진 꽃밭을 걷는다. 천상화원이 여긴가 싶을 정도로 만발한 꽃밭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첫인상이 강렬하다.


연분홍 꽃이 바닥에 융단처럼 깔렸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겨우 보이는 꽃들이 무리지에 핀 모습이 환상적이다. 잎도 작고 꽃도 작지만 큰 무리를 이루니 제 세상이다.


'향기가 발끝에 묻어 백리를 가도록 계속 이어진다'는 뜻에서 백리향이라 했단다. 잎에서도 꽃에서도 향기를 품고 있으니 그 향은 땅끝까지 갈 것이다.


유사한 섬백리향을 제주도에서 보고 나서 만났다. 구분이 쉽지 않다. '섬백리향'은 울릉도 바닷가 벼랑 끝 혹은, 섬 전체 바위틈새에서 군락을 이루며 사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천연기념물 제52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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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 바라보다'
간절함이다. 무엇인가로 향한다는 것이 품고 있는 마음자리가 그렇다. 나를 바라봐 주라는 것이든 같은 곳을 바라보자는 것이든 매 한가지다.

대상에 대한 간절함이 깃들어야 비로소 바라보는 것에 의미를 담을 수 있다.

스치듯 지나가며 풍경을 본다見는 뜻이 아니다. 대상을 이루는 요소의 내면을 들여다 봄觀에 이르고자 하는 길이다. 바라봄에는 겉과 안을 꿰뚫어 본질에 이르고자 하는 시퍼런 칼날과도 같은 열망이 함께 한다.

외피를 뚫고 본질에 닿아서 만나고자 하는 그곳, 내가 마음 편히 설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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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3'
-김성동 저, 솔

"'국수國手'는 바둑과 소리, 악기, 무예, 글씨, 그림 등 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나 일인자를 지칭하는 말로, 장편소설 '국수'는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각 분야의 예인과 인걸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다."

더디다. 시간도 걸리지만 내려놓았다 다시 잡게 만들기도 한다. 3번째 이야기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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